눈 내린 고궁 산책-1, 창덕궁과 후원
20, 02, 18
흰눈 내리는 고궁을 조용히 걷고 싶었다.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다운 눈이 내린 어제는
월요 휴무라 입장하지 못하다가
화요일 아침 첫 시간에 창덕궁으로 들어갔더니
그새 눈이 거의 녹아서 잔설만 남아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고궁의 아침은 예상 외로 조용했다.
인적이 드문 고궁의 아침
인정전
조선왕조의 중요 행사를 치루던 곳인데
외부에서 보이기는 2층이지만
실제 내부는 화려하고 천정이 높은 통증이다.
여기서 연주를 하면 소리가
오페라 하우스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서만 맴돈다는데
실제로 연주를 들어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낙선재로 들어가면서
이방자 여사의 체취가 베어있는 낙선재
추운 날씨에도 젊은 20대 일본 여성들이
한복 차람으로 기념사진을 열심히 담는데
둘이 같이 촬영해 주었더니
'감사합니다' 우리말로 꾸벅 인사했다.
예술품 같은 문살
조선 임금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희정당
눈길을 끄는 선정전 청기와지붕
후원으로 들어간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문화해설사가 안내하지 않고
정해준 시간 안에 코스대로 들어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관람이었다.
이미 코스가 익은 곳이라 자유관람이 훨씬 더 좋았다.
창덕궁 부용지와 주합루
주합루를 처음 세운 것은 정조 원년인 1777년으로
아래층에는 왕실의 도서를 보관하는 규장각이 있고
그 위층은 열람실인데
사방의 빼어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정조가 신하들과 유흥을 즐겼다는 부용정
영화당
기오헌(좌)과 의두합(우)
조선 23 대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건축해
공부하던 집과 서재.
궁권안에 단청이 없는 건물이 특이했다.
카메라로 사진을 담는 유럽인들.
중국인 단체는 거의 보지 못했고
유럽인들은 조용조용하게 혼자서 또는 둘이서 다녔다.
되돌아 본 기오헌
애련정
숙종이 연꽃을 좋아해서 기오헌 앞 애련지에
연꽃을 가꾸고 건너편에 애련정을 지었다고.
후원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연경당
임금이 거주하던 왕궁이라기 보다는 소박한 민가풍.
고대광실보다 자연과 하나되어 살고 싶었던
임금의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건물에 단청이 없는 것도 임금의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허락된다면 몇 시간이라도 머물고 싶었다.
구석진 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어도 좋고그냥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사랑하는 이와 둘이서 말 없이 앉아 있어도 좋을 곳.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려 만든 창덕궁 후원,
언제 와도 좋은 곳인데 이왕이면
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산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조선시대는 왕과 특별히 부름 받은 신하들만
출입하던 곳인데 좋은 세월 만나서
이렇게 출입하는 것만해도 감사한 일인데 싶었다.
후원 산책, 참 좋다.
출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