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는 1543년 포르투칼 상인에 의해 최초로 일본에 전래된 서양의 카드인 carta<카루타(かるた)>에, 17세기 중엽 조선통신사를 통해 양반계층에서 유행하던 '수투(數鬪)놀이'가 접목되고, 일본 에도시대(江戶)의 우키요에(浮世繪)라는 풍속화가 결합하여 18세기 말에 완성된 것으로서, 화투의 그림은 왜색(倭色)이지만 놀이 방법은 우리의 문화입니다.
1월 : '복과 건강' 송학(松鶴;솔)
일본에서는 설날부터 1주일동안 대문 양쪽에 소나무를 꽂아두는 카도마쯔(門松)라고 불리는 세시풍속으로 福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학(鶴)등의 경사스러운 그림의 족자를 걸어둔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세시풍속을 그린 것입니다. 소나무와 학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상징합니다.
2월 : '우메보시' 매조(梅鳥)
2월이 되면 동경도 오매시(靑梅市)의 매화공원을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매화축제가 열림, 새는 꾀꼬리류의 휘파람새(鶯-우구이쓰)라고 합니다. 일본의 초봄을 상징하는 새라 합니다. 꾀꼬리는 일본에서는 '고려 꾀꼬리'(高麗鶯-코라이 우구이쓰)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3월 : 벚꽃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이며 3월의 벚꽃축제는 헤이안(平安)시대부터 출발하여 이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행사가 되었으며, 광의 벚꽃 아래에 있는 것은 [만막]이라 불리는 것으로 지금도 일본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휘장이며, 그것은 지금도 일본인들의 경조사 때에 천막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휘장 속에는 벚꽃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상춘객들이 놀고 있을 테지만, 삼광의 화투에서는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춘객들이 화투 하단의 숨겨진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4월 : 등꽃(흑싸리)
4월은 일본에서 등나무 꽃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다. 일본의 전통시에는 계절마다 쓰이는 시어(詩語)인 계어(季語)가 있는데 이는 여름을 상징하는 계어(季語)이며 일본에서는 각종 행사시 가마에 장식하거나 가문의 문양으로 쓰이는 등 친숙한 식물이다. 4월의 새는 비둘기(鳩-하토)로 '나무에 앉더라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바른 새' 가문의 문장(紋章)에 쓰는 엄숙함이 담겨진 등나무인 만큼 거기에 앉는 새도 '예절의 상징'인 비둘기를 썼다. =두견새라고도 함.
5월 : 석창포 (붓꽃, 난초(蘭草)
패에 그려진 꽃은 난초나 붓꽃으로 잘못 인식되어져 있지만 사실은 '창포(菖蒲-쇼우부)를 말하며 화투에 담겨진 내용은 습지의 ‘야츠하시(八橋; やつはし)’라는 다리를 걸으며 창포를 감상하는 전형적인 일본의 풍취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창포와 석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하고 꽃창포, 붓꽃<아이리스(Iris)>은 백합과에 속합니다. 창포와 석창포는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흔히 발견되고 붓꽃은 건조한 곳을 좋아합니다.
6월 : 모란(牡丹)
모란(牡丹)은 6월의 꽃으로 '보탄'(牧丹)이라고 해서 꽃 중의 꽃,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고귀한 이미지의 꽃으로 인식 됩니다.
하지만 한국화에서는 신라의 선덕 여왕이 ‘당태종이 보낸 그림에 나비가 없음을 보고 모란에 향기가 없음을 알았다.’고 말한 일화가 있어 모란에는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것이 관례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 모란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메시지가 부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7월 : 싸리나무(사철쑥 추: 萩)
속칭 '홍싸리'라고 하죠. 실제로도 7월의 만개한 싸리나무(萩)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4월의 '등나무'를 '흑싸리'라고 오해(?)하는 것도 4월의 꽃이 이 7월의 꽃 생김새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싸리나무를 지나고 있는 동물은 멧돼지(猪-이노시시)인데 왜 멧돼지가 7월에 등장하는지는 아직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 했습니다
8월 : 공산(空山;공산명월)
일본패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 (秋七草):억새, 칡, 도라지 등) 가득히 그려져 있으나, 우리의 것에는 생략되었습니다. 우리는 8월 15일을 추석이라 하여 조상에 대하여 감사드리는 성묘와 차례로 이어지는 최대의 명절인 것에 비해 일본에선 둥근 달을 보며 과일 같은 것을 창가에 두고 달에게 바치는 소박한 명절인 월견자(月見子:오츠키미)를 나타냅니다. 8월의 새는 기러기입니다.
9월 : 국준(菊俊)
일본에는 고대 중국의 기수민속(奇數民俗)의 영향을 받아 중앙절(中陽節-9월 9일)에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며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기원하는 일본의 관습을 나타내며 잔에 목숨 수(壽)자가 있는 것도 그런 연유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홀로 늦가을 서리 속에 피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지조 있는 국화가 인고(忍苦)와 사색(思索)을 의미하며 일본의 무병장수(無病長壽)와는 다른 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국화는 일본의 왕가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10월 : 단풍(丹楓)
10월의 단풍은 '낮에는 홍엽(紅葉), 밤에는 홍등(紅燈)' 이라고 하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 그 색채의 변화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풍취를 상징하며 함께 그려진 사슴은 근세에 성행했던 사슴 사냥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단풍놀이는 우리 에게도 세시 풍속 중 하나였으나 풍류를 즐기면서 가을을 만끽하는 즐거운 단풍절에 하는 사냥은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습니다.
11월 : 오동(梧桐)
11월의 오동(梧桐)과 봉황(鳳凰)은 일본왕의 문양으로 왕권을 상징하며, 일본에서 오동이 12월인 것은 오동을 뜻하는 [기리]라는 말이 '끝'<키리(切)>'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동이란 본래 벽오동(碧梧桐)을 말하는 것이며, 오동과 봉황은 군자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면 출현한다는 영물인 봉황이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다 하여 고귀하고 품위 있고 빼어난 것의 표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12월의 새는 막부의 최고 권력자인 쇼군의 품격과 지위를 상징하는 봉황새의 머리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나 국·공립학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화폐 5백엔 주화에도 오동잎이 도안으로 들어가 있을 정도다.
12월 : 비[雨]
갓을 쓴 사람은 일본의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도후(小野道風 ; AD . 894 - 966)이며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득도함[오노후도의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며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렸다고 합니다.
또한 비가 11월에 배치된 것과 수양버들이 등장하는 것은 파란풀이 월동할 만큼 온난하며 11월에도 비가 내리는 일본의 아열대성 기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계절과 맞지 않습니다. 또 쌍 피의 문양은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종의 쪽문’으로서, ‘라쇼몬’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 피가 쌍 피로 대접받는 것은 이 문에 붙어 있는 귀신을 대접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