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화투의 유래
화투패는 잘 들여다 보면 꽃나무와 짝을 이루는 동물 (3월과 5월, 9월은 예외)이 함께 있습니다. 이들 꽃나무와 함께 어울려 있는 짝의 이름을 함께 부르는 것도 풍류입니다.
- 1월 : (솔) まつ(松) マツにツル 소나무에 두루미
- 2월 : (매조) うめ(梅) ウメにウグイス 매화에 휘파람새
- 3월 : (사꾸라) さくら(櫻) サクラに幕(まく) 벚꽃에 막(幕)
- 4월 : (흑싸리) ふじ(藤) フジにホトトギス 등나무에 두견새
- 5월 : (초) あやめ(菖蒲) アヤメに橋(はし) 창포에 다리
- 6월 : (목단) ぼたん(牡丹) ぼたんにチョウ 모란에 나비
- 7월 : (홍싸리) はぎ(萩) ハギにいのしし 싸리나무에 멧돼지
- 8월 : (공산) すすき(芒) ススキに雁(ガン) 억새에 기러기
- 9월 : (국진) きく(菊) キクに盃(サカズキ) 국화에 술잔
- 10월 : (풍) かえで(楓) カエデにシカ 단풍에 사슴
- 11월 : (똥, 오동) きり(桐) キリに鳳凰(ホウオウ) 오동나무에 봉황
- 12월 : (비) やなぎ(柳) ヤナギにツバメ 버들에 제비 또는, 小野道風에 개구리
2. 화투는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포르투칼에서 생겨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는 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수입설이다.
일본에서 고스톱과 비슷한 '고이코이'라는 놀이가 1720년 무렵 생겨서 18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문헌이 있다 한다. 일본 화투의 대명사인 하나후다(花札)는 현재 세계적인 컴퓨터게임 제조사 닌텐도가 연간 30만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
3. 화투의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12월을 뜻하는 비에는 일본 '비의 신'이 있으며, '후지산'이 등장하고, 벚꽃(사꾸라) 등 일본을 상징하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 화투의 문화 기호
화투에 관한 주변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그림책을 넘겨가듯 차근차근 읽어 보기로 하자. 화투에 담긴 문화 기호의 내역을 보면,
우선 대부분의 달에 동물 그림이 들어 있는데, 특별히 3.5.9월에만 동물 그림이 없다. 그 이유는 이들 3종에는 인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3월은 벚꽃 놀이를 하고 있는 휘장 속에 인간이 놀고 있고, 5월은 습지의 야쯔하시라는 다리를 걸으며 붓꽃을 감상하는 인간이 있으며, 9월은 국화주를 마시며 국화제를 즐기는 인간이 있기 때문에 동물 그림이 없는 것이다.
1,3,8,11,12의 다섯 달에만 20점짜리 광이 배치된 것도 설날(1월), 벚꽃축제(3월), 오봉과 달구경(7,8월), 7,5,3이라는 어린이 명절(11월), 세모(12월)등 일본의 대표적인 명절이 들어 있는 달이라는 공통적 특징을 갖는다.
8,12월(한국은 11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띠]가 있는데, 이 띠는 하이쿠라는 일본 전통 싯귀를 적을 때 사용하는 [丹冊]이라는 종이(36cm?6cm크기)로 일본인의 시작(詩作) 풍류를 상징한다. 일본의 전통시에는 계절마다 쓰이는 [季語]라는 詩語가 있는데 화투에는 띠가 있는 모든 달에 시어로서의 소재가 반영되어 있어서 일본인의 풍류를 그리고 있다. 8월과 12월 두 달에만 띠가 없는데 8월은 바쁜 추수기이면서 추수 감사의 행사가 있는 시기이고, 12월(일본의 경우)의 오동은 바쁜 세모인 관계로 시를 짓는 띠가 없는 것은 아닐지.
화투를 대충 훑어보면 십장생과 온대 몬순지역의 초목 문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중일 삼국의 공통 정서를 그린 것처럼 친근하다. 그러나 한 페이지씩 넘기듯 월별로 읽어 보면 더 많은 문화기호가 보인다.
1월의 소나무는 설날부터 1주일 동안 집 앞에 꽂아 두고 조상신과 복을 맞아드린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세시 풍속을 그린 것이다. 화투에 그려진 소나무 문양의 표현 기법은 일본의 전통 의상이나 전통극인 노오의 배경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문양 양식이기도 하다. 특히 학은 일본의 규슈지방이 도래지로서 유명하다. 소나무를 뜻하는 [마츠]라는 단어의 말운을 받아 학을 뜻하는 [츠루]로 이어지는 것도 풍류의 반영이라 하겠다.
2월의 매화 축제는 이바라키현 미토시의 가이라크 매화 공원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 매화 공원이 있어서 2월이 되면 매화 축제가 벌어지고 꾀꼬리는 일본에 많은 텃새로 동경의 역명에도 있을만큼 일본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새이다. 꾀꼬리의 [우구이스]와 매화의 [우메]가 두운이 맞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3월의 벚꽃 축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행사로 그림에 보이는 [만막]이라는 휘장은 지금도 경조사 때에 천막으로 사용하는 일본식 휘장이다. 즉 휘장 속에는 벚꽃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상춘객들이 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벚꽃의 [사쿠라]와 술의 [사케]가 두운이 맞아 떨어진다.
흑싸리로 잘못 읽고 있는 4월의 등나무는 일본 전통시의 시어로 쓰이는 여름의 상징이며, 각종 행사시 가마에 장식하기도 하고 가문의 문양으로 쓰이는 등 일본인에게 친숙한 식물이다.
한국에서는 난초라고 잘못 읽고 있는 5월의 붓꽃은 보라색 꽃이 피는 습지의 관상식물이다. 꺾어져 보이는 막대 다리는 붓꽃을 관상하기 위하여 습지에 만들어진 "야쯔하시"라는 산책용 목재 다리이다.
6월에 피는 모란도 6월의 詩語이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귀한 이미지를 가진 꽃으로 일본인들의 가문 문양에 많이 쓰이는 꽃이다. 꽃과 나비하면 모란을 가리킬 만큼 동양에서는 꽃의 왕으로 불리고 있지만, 한국화의 경우 신라 선덕여왕에게 보낸 당태종의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음에 모란에는 향기가 없음을 알았다는 일화 이래 모란에는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화투에는 일본화의 관례대로 모란과 나비가 함께 그려져 있으니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7월의 싸리는 가을 7초의 하나로 여름의 시어이며, 함께 그려진 멧돼지는 근세에 성했던 멧돼지 사냥철임을 나타낸다.
8월 공산 가득히 그려진(한국화투에는 생략되어 있음) 억새는 가을 7초의 하나이고,
둥근 달은 8월 15일의 달구경하는 명절인 「오츠키미」를 뜻한다. 억새의 [스스키]와 달의 [쯔키]도 말운을 맞추고 있다.
9월 국진의 국화는 9세기경인 헤이안 시대부터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전통의 반영인데, 목숨 수자가 술잔에 적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근세 에도시대 부터는 국화 재배가 성하여 일본은 현재 세계적인 국화 재배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본왕가의 문양이 국화인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술잔인 [사카즈키]와 국화의 [기쿠]도 말운과 두운이 연속성을 갖는다.
10월 단풍의 사슴은 사슴 사냥철을 의미하고, 사슴을 뜻하는 [시카]와 단풍의 [카에데]도 운이 맞는다.
11월(한국은 12월) 비광의 갓쓴 사람은 오노노도후라는 일본 귀족으로 10세기의 유명한 서예가이다. 한국 화투는 갓모양만 변형한 것으로 의상은 일본의 것 그대로이다. 비가 11월에 배치 된 것과 수양버들이 등장하는 것은 계절에 맞지 않지만,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뛰어오르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오노의 전설을 그린 것으로 일본의 예전 교과서에 실리던 유명한 설화를 그린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 음력 11월에 배치한 것은 11월이 비가 내리는 시기이고, 파란 풀이 월동할 만큼 온난한 지역이므로 이러한 배치가 가능한 것이다. 비피의 문짝 모양은 우리의 시구문에 해당하는 라쇼몬이라고도 하고, 귀신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는 것으로 둘 다 의미상 관련이 깊다. 개구리(카에루)와 우산(카사)의 두운도 맞는다.
12월(한국은 11월)의 오동은 오동잎에 봉황 즉 일본 왕의 도포에 쓰이는 문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동이 12월인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오동을 뜻하는 기리라는 말이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동잎은 에도 시대 일본 막부의 문양이었던 것으로 현재는 일본 정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그 디자인이 일치한다. 특히 9월 국진 12월 오동의 10점짜리는 다른 종류의 패를 대신할 수 있는 만능 패로 쓰이는데, 국화는 왕가의 문양이고, 오동은 에도 막부의 문양이라는 점과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화투에는 1년 열두 달의 내용이 어느 것 하나 일본인의 풍류와 민속이 묘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화투야 말로 일본 문화 기호로 가득 찬 일본의 고유 그림책인 것이다.
출처 :http://myhome.naver.com/dangunkwon2/culture/c10(hanabut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