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 혜인스님-
수미산 꼭대기의 도리천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던 제석천황이 한 신하에게 명하였습니다.
"그대는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을 가져오도록 하여라.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면 되느니라."
신하는 즉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찾아 헤매었고,
마침내 그 아름다운 것은 세 가지로 압축되었습니다.
그 셋의 하나는 꽃 이었습니다.
누가 보아 주거나 외면하거나에 상관없이
때가 되면 활짝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기였습니다.
누구를 속일 마음도 해칠 마음도 없는 아기,
티없이 맑은 눈망울에 천진스럽기 그지없는 아기의
해맑은 웃음이 신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세 번째는 어머니였습니다.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는 어머니,
똥오줌이 묻은 기저귀를 갈아 주는 어머니,
잠을 재우기 위해
아기의 등을 두드려 주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언제나
모성애가 넘쳐흘렀고,
그와 같은 어머니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제석천왕께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만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꽃과 아기와 어머니의 아름다움은 하나같이 나를 감동케 하니,
과연 어느 것을 택하고 어느것을 버릴 것인가?'
선택과 고민 끝에 결정을 하지못한 신하는
제석천왕의 호된 질책을 각오하며,
이 세가지 모두를 데리고 도리천으로 올라갔습니다.
뜻밖에도 제석천왕은
아주 유쾌하게 웃으실 뿐, 꾸지람도 별 말씀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세월이 흘렀고,
신하는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활짝 피어 있을 줄 알았던 꽃이 시든 후에도,
티없기만 할 줄 알았던 아기가 자라
마음이 변한 후에도,
아기 곁에서 젖을 먹이며 미소 짓던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았기에,
이 이야기가 깨우쳐 주는 것.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조건도 바람도 없습니다.
마냥 베풀고 또 베풀기만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특별한 업보가 있는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 속에서 자랍니다.
부모님의 사랑! 세상에서 이것 이상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간섭이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든다며,
낳아준 부모이니 사랑하는 것도 당연하다며,
이 때문에 부모 또한 순간적으로 힘들어 하고 때로는
자식을 탓하기도 하지만, 부모는 언제나 자식에게 지고 맙니다.
힘이 없어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용서하고 이해하고 져주는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금 되세겨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불경 중에는 부모님의 크신 은혜와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방법을 설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 있습니다.
줄여서 '은중경'이라고도 하지만,
원래의 경전명은 '대보부모은중경(大報父母恩重經)'입니다.
곧 '부모님의 중한 은혜를 크게 보답하는 경'이라는 뜻입니다.
이 은중경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왕사성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삼만팔천인의 대비구와 여러 보살 마하살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남쪽으로 나아가시다가
마른 뼈 한 무더기를 보시자
오체를 땅에 기울여 마른 뼈에 예배하셨다.
이에 아난과 대중들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삼계(欲界, 色界, 無色界)의 거룩한 스승이시며
사생(濕生, 卵生, 胎生, 化生)의 자비하신 어버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귀의하고 공경하옵거늘
어찌하여 이 마른 뼈에 예배하시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비록 나의 훌륭한 제자이며 출가하여
오래 수행하였건만 그 앎은 넓지 못하구나.
여기 이 마른 뼈 한 무더기는 어쩌면
내 전생의 조상이거나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의
어버일 것이므로 내 이제 예배하는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한결같이 거룩한 설법을 듣고자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으며,
이윽고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법하셨다.
"무릇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음은 부모를 어버이로 인연하기 때문이니,
아버지가 아니면 생겨나지 못하고
어머니가 아니면 자라지 못하게 되느니라.
이로부터 어머니는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자식에게 먹이고
열 손가락 손톱에 묻은 자식의 더러운 것을 먹으니
어머니의 은혜야 말로 하늘과 함께 다함이 없느니라."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제자들이
부모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거듭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특유의 비유 문답을 펼친 다음 답하셨습니다.
"내 너의에게 먼저 묻겠노라.
저 넓은 바다의 물을 잔으로 뜬다고 하자.
너희는 몇 잔이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저 넓은 대지를 삽으로 뜰 때,
너희는 과연 몇 삽이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저 넓은 허공 또한 어떠한가?
너희가 자로 재어 몇 자 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없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모님의 은혜도 그와 같아서,
가히 입으로 다 말할 수 없고 글로써 능히 표현할 수 없느니라.
세상의 죄목이 3천 가지가 넘는다 하나
불효 죄 보다 더 큰 죄가 없고,
공덕이 8만4천 가지가 넘는다 하나
부모님께 효양(孝養)하는 것 보다 더 큰 공덕이 없느니라."
첫댓글 부모은중경을 다시 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