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낳는다 -서진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버지는 엿장수였고, 어머니는 술을 파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언제나 ‘쓸모없는 가시나’라는 구박을 받으며 자랐다. 동생을 등에 업고 술 취한 손님들과 싸우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일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라 나이가 들어서도 그 장면이 뇌리에서 지워지지를 않았다. 어렵게 고등학교까지 진학을 해서 졸업을 하지만 대학에 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없는 처지라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 한 번 못해보고 사촌 언니를 따라 가발 공장에 취직을 한다. 여직공이 된 소녀는 사람 머리모양의 둥근 망에다 하루 종일 머리카락을 엮어 넣어야 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절망감 속에서도 소녀는 꿈을 품었고, 막막한 그녀 앞에 미국 가정에서 식모를 구한다는 신문광고가 눈에 띄었다. 그녀가 낯선 미국 땅에 내렸을 때 그녀의 손에는 단돈 백 달러가 쥐어져 있었다. 1971년의 일이었다.
그 후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일을 하며 대학교에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생활이 평탄치를 못했다.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미군으로 입대를 한 그녀는 무려 1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석박사 과정에 입학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제외교사와 동아시아언어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획득한다. 예비역 미 육군 소령, 하버드 대학의 박사로 미국 국무장관을 꿈꾸고 있는 서진규 박사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삶에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많다. 어떻게 가발공장 여직공이 하버드의 박사가 되었으며, 그녀의 딸 조성아 역시 하버드를 졸업하고 미 육군 장교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녀의 저서인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낳는다’, ‘서진규의 희망'은 그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는 역경 속에서도 그녀는 분노, 억울함, 부당함이라는 감정을 핵연료 삼아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개척해 나갔다. 그 여정에는 그녀의 딸 성아가 동반자가 되었다. 비록 자신은 불모지와 같은 환경에서 30년이란 긴 세월을 돌고 돌아 하버드의 박사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따라온 딸은 희망과 용기를 선물로 받아 건강하고 능력 있는 성인으로 자라났다. 어떤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과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인성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의 강인하고 일관성 있는 자세 덕분이었다. 공부뿐 아니고, 운동과 아르바이트, 가사까지 도맡아하며 가는 곳마다 리더십을 발휘한 성아에게는 늘 자신감이 넘쳤다. 늘 현실적인 낙관주의를 가지고 선택한 일들을 해내는 어머니가 긍정적인 모델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서진규 박사는 말한다. ‘부모가 강해져야 자녀가 강해집니다. 자녀에게 용기와 자신감이 넘치는 삶의 본을 보이십시오. 낭떠러지까지 몰고 가서 밀어내시거든 뛰어내리십시오. 숨겨져 있던 날개가 펼쳐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꿈에 생명을 더하십시오.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우렁찬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간암에 가까운) C형 간염 투병 중인 환자답지가 않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첫 번째 습관인 주도적 자세를 넘어,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도 내면의 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무 격려하는 여덟 번째 습관까지 속속들이 몸에 밴 그녀, 매순간 앞을 가로막는 장애를 넘어서며 고난을 오히려 추진력으로 삼아, 참된 자기 자신을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서진규, 독수리처럼 나래 펴고 날아오르는 그녀의 삶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