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들은 것은 한달 전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 경기도의 한 회중에서 같이 있던 자매가 있었습니다. 아니 저의 청년기 때 그 자매는 5살 정도의 어린 아이였으니, 저와는 거의 20년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오히려 저는 그 아버지(장로)와 어머니, 오빠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한 친한 사이였죠.
제가 조직을 나온지 10년이 넘어 다들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워치타워의 지침대로 대학교육도 거부한 채 성실한 형제랑 결혼을 해서 중국으로 자비봉사를 갔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그 H자매가 몇해 전 죽었다는 겁니다. 귀엽고 통통한 얼굴에 위로 오빠 둘만 있어 늦둥이 막내로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한 동안 저를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H 자매의 병명은 급성백혈병이었습니다. 혈액암의 종류이지요. 중국에서 파요니야를 하던 중 계속되는 감기 증세로 한국에 돌아왔는데, 백혈병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항암과 항생제치료를 하면서 골수 이식까지 고려가 되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매일 수혈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당연히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겁니다.
H자매의 아버지는 지방회중에서 꽤 많은 활약을 하는 60대 후반의 조정자입니다. 세속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합리적인 성격에 열정적인 증인 생활로 인해 존경받고 인정받는 분입니다. 세상적으로는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사람에게 종교가 완장을 채워 주고 이것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알고 조직에 충성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이런 노년의 장로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 외동딸이 수혈거부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비극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외동딸이 수혈로 인해 사법처리를 받는다면, 그의 이력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회중의 시선도 의식이 되었을 것이고, 마지막 날에 대한 맹목적 믿음 때문에 3남매의 추가교육도 거부하고 엄하게 가르쳤던 시절이 무색하게 될 수도 있었겠지요.
H자매의 증인식 믿음은 열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의견은 피력하지 못한 채, 결국 본인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눈물로 말리고 억지로 밀어 붙혀서라도 수혈을 받게 한 것이 아니라 , 본인이 결정하는 것을 존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열정 증인으로서 할 수 있는게 고작 그것 밖에 없었겠지라는 인간적 측은함을 느꼈지만 한편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이 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억지로라도 살렸어야 했는데...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H자매의 남편은 재혼을 했고 이 소식에 자매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후회를 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런 후회도 대놓고는 못하겠지요. 믿음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20대의 꽃다운 나이, 그 아름다운 청춘이... 종교적 믿음으로 인해 혈액암 치료에 필수적인 수혈거부를 해서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들은 귀하고 예쁘게 키운 딸아이의 사망을 방조한 것입니다.
물론 혹자는 말할지 모릅니다.
백혈병 치료는 골수 이식과 치료를 성공하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이 얼마 안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당시에는 살렸을지 모르지만 결국 죽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런 상황들을 당시 가족들도 고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 어떤 절망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람의 목숨만은 포기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 치료로 인해 수 많은 돈이 들고 재발이나 거부반응이 많다 하더라도, 고작 5년이고 10년밖에 못 산다 하더라도, 가족이 이런 일로 사별을 한다면....이보다 더 큰 비극이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비극을 비극으로 생각지 않고 종교적 신념이니 부활의 희망이니 하면서 자녀의 죽음까지 방조하는 증인들의 맹목성에 치가 떨립니다. 결국 그들도 인간인지라 나중에 후회할 것을, 밤이면 눈물로 지새울 것을....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식을 떠나 보내는 전 세계의 수 많은 충성 증인들이 나중에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골수 증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에 혈우병 치료(응고인자)거부로 인해 가족을 잃었던 수 많은 증인들이 조직의 지침이 바뀐 것을 알고 황당해 했던 사건을 아십니까. (참고:http://cafe.daum.net/christianfreedom/IdXj/22)
워치타워에 감사장까지 주면서 증인들의 신념을 존중하는 것 같은 친증인 애용 대학병원이 사실은 증인으로 인한 막대한 이익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몰래 수혈을 받고 회중에 외압을 행사하여 가벼운 사법처리를 받거나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고 넘어가는 이중 인격의 증인들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도 아십니까.
더 이상, 사람의 목숨까지 허무한 교리에 바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눈물이 나오네요.. 이런경우가 한두개 이겠습니까 ...
ㅎㅎ^
그래서 최근에 수혈카드를 장로가 가져가서 복사하고 준다고 했는대 깜빡했는지 않주더군요 그래서 구태여 다시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오랫만의 블루스카이님 글 반갑지만 내용은 슬픈 딜레마 이야기네요 ㅠㅠ
블루스카이님 항상 건강하시고 오프모임 있으면 뵙고 싶습니다.
@참소나무 오프모임도있나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4.14 12:02
생명의 상징물인 피가 그 본질인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인가?
종교적 신념이 이렇게 무서운 것 입니다. 솔찍히 다수의 증인들은 수혈이라는 의료행위가 하느님게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알고 있고 또 수혈을 했을경우 회중에서 겪게 될 엄청난 후폭풍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알기에 죽음도 불사하는 것입니다. 수혈을 하면 다시 증인생활을 해야 하는데 평생 주홍글씨가 되어 미칠 겁니다. 그리고 본인도 하느님 앞에서 큰 죄를 저지른 것으로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하는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참 더러운 조직이론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았죠. 욕만 나옵니다. 생명의 소중함이 그리도 허무함에 굴복하여 하나의 이슬로 사라져 버린다는게...
진짜충격적인데요 이런경우가 진짜로있나요.. 말이안됩니다 가족들이나서서 일단살리고보자 식아닌가요? 저는이런경우 다뒤에서 합의보고 무조건살리는쪽으로 가는경우만 들었었는데 이런식의 실제경우를 보니 갑갑해집니다 정말
종종 있는 일이죠. 뉴스로 공개되지 않으니 증인들끼리도 쉬쉬하는거죠.
몰래 타협하고 수혈도 많이 하지만..바보같이 맹신적으로 조직에 따르는 이들도 많죠
@블루스카이 제가 아는장로분께 생명의소중함과 피에대한해석 둘중뭐가더 중요한지 한번얘기꺼내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꺼내게될기회가 있을지는모르겠는데 실제로 종교때문에 목숨을잃은경우는 저는 사실 보질못했거든요 .. 충격입니다
@당신은도덕책 음....아직 침례를 받기전의 분이신거 같은데요....증인들의 수혈거부교리는 그리 단순하게 반박할 것은 아닙니다. 즉, 다각적인 조사를 하신 후에 질문하고 논박해야 증인들의 논리적 모순을 깰 수 있습니다.
핵심 자료실 [피와 수혈] 게시판을 철저히 읽어보신후에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도덕책 한국에서 증인이 전파된 이후에 수혈거부로 적어도 수백명이 죽었을 것입니다. 공인된 통계는 절대로 증인조직에서 말하지 않습니다. 점조직형태의 회중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인 어떤 통계도 발표하지 않는 비밀스러운 종교니까요.
종교때문에 죽는 일은 과거 군사정권때 집총거부로 인해 적어도 10명 이상이 형장에서 죽었고 그 이상의 숫자가 고문이나 트라우마로 차후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장애가 생긴 경우도 비일비재하지요....증인 종교는 이 정도의 희생따위는 구원과 하느님을 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망상을 심어줍니다.
@블루스카이 막줄부분은 저도 느끼는바가 많습니다.. 아무것도아닌건 아니지만 정말 개인에게 모든책임과 부담을뒤집어씌우는 그런것들은 저도많이심하게 느껴서요 중립문제역시 굉장히폭력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걸 느꼇어요 왜 개인에게 모든비난의 화살을돌리는지 이판을짜놓은 이런시스템을 만들어놓는 제일높으신 협회분들이 책임지고 욕먹어야될일을 그저 개인이 충성을안지킨식으로 몰아가는 욕먹게만드는 이런시스템이 너무폭력적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국가가하는 폭력행위를 종교도 마찬가지로하고있으니... 해외로 망명을돕거나 적어도 처벌받지않도록 자기들이 교리를바꾸던지 아무죄없는 개인에게 모든부담과책임 욕먹게 만드는 이런나쁜행위
@블루스카이 정말 나쁘다고봅니다 젤높으신분들의 정치행위에 일반평신도들이 희생되는 이런것들을 느꼇어요 너무 짜증나는데 뭐라고 하긴좀그렇고 전 이카페오기전부터 이미 이런모순된부분들을 알고느끼고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과같은 실제사례를보면 좀 화보다 한층더 증오를느끼게되네요 .. 그런데 저는 믿든안믿든 이종교를 해야되기는해야된느 상황이어서 어떤포지션을 취해야될지 상당히 애매해졌네요 ..
얼마전 이 H자매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72라고 하시던데, 요즘 시대에 일찍 가셨지요.
딸의 죽음, 그 한 맺힌 사연이....그분의 죽음을 재촉하진 않았을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블루스카이님 탈증을 향한 변치않는 열정은 증인때의 열증을 능가 하는것 같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