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성호경)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온 세상을 구원하셨음
을 고백하고, 그분을 닮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십자가 형태로 긋는 거룩한 표시(聖號)이다. 또
한 사람이나 물건, 장소 등에 하느님의 강복을 청할 때에도 긋는다. 일반적으로 자기 몸이나 어떤
대상을 향해 긋는 큰 십자 성호와 이마, 입술, 가슴 등에 긋는 작은 십자 성호가 있다.
예부터 자기 소유임을 나타내기 위해 어떤 표시를 하는 것이 인류의 오랜 관습으로서 물건만이 아
니라 노예의 얼굴(이마)이나 팔뚝, 손 등에 주인의 이름이나 상징을 그리거나 낙인을 찍기도 하였다.
성경에도 어떤 종이 자기 주인에게 평생 속해 있기를 원한다면 그 종의 귀를 뚫어 표시를 하라(신
명 15, 12-18)고 하였고, 우상숭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특별한 표시를 하라고도 하셨다.(에
제 9, 4) 또한 최후의 심판 때에 천사가 하느님의 충실한 종들의 이마에 인장을 찍을 것(묵시 7,
1-17)이라고도 하였다.
초대교회에서는 세례를 받을 때(히뽈리또의 사도전승 20-21항)는 물론 평소에도 자주 십자 성호를
그으라고 가르쳤다.(히뽈리또의 사도전승 42항)
그래서 이미 2세기경 세례 때 예비자들의 이마에 작은 십자표를 하였고, 4-5세기에는 사제가 오
른손으로 십자가를 그어 사물이나 사람을 축복하였으며, 이마와 입술, 가슴에 작은 십자가를 긋는
관습은 9세기부터 시작되어 12세기에 이르러 널리 정착되었다. 특히 복음 봉독시 이마와 입술, 가
슴에 작은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복음을 믿고 받아들여 고백하며, 마음속에 간직하고 실천하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라고 청하는 의미가 있다.
미사와 성사 거행시 또 기도를 시작하고 마칠 때 자기 몸에 크게 십자가를 긋는 행위는 약 5세기
경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십자표를 긋는 것은 자기가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다고 고백하며 동시에
그분이 언약하신 참된 축복을 청하는 겸손된 믿음의 행위이다. 또한 이는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
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고 모든 일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콜로 3, 17;
1코린 10, 31)에 따르는 것이다.
‘십자성호를 그을 바에야 제대로 옳게 긋자. 그저 아무렇게나 서둘러 남이 보아도 무언지 알아볼
수조차 없이 해서야 쓰겠는가. 아니다. 올바른 십자 성호를 긋도록 하자. 천천히, 시원하게, 이마에
서 가슴으로, 이 어깨에서 저 어깨로, 이렇게 하다 보면 온몸이 십자가의 표시와 하나가 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기도를 올리기에 앞서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올려주기
때문이다. 기도후에 성호를 긋는 것은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바가 우리 안에 머물도록 해 주시라
고 청하는 것이다. 유혹을 당할 때면 우리를 굳세게 해주시고 위기에 처할 때면 우리를 감싸 주시
며 기도를 바칠 때면 하느님 생명의 풍요로움이 우리 안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해주시도록 성호
를 긋는 것이다. 십자 성호를 그을 때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표시임을 명심하기로 하
자.’ (로마노 과르디니, 거룩한 표징, 장익, 분도출판사, p.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