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그렇다. 나는 지금껏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던 것이다. 금전이 소진될까봐 두려웠고, 남들이 날 무시할까봐 두려웠고, 사회생활에서 남들에게 이기고 싶었고 뒤쳐질까봐 두려웠고, 사랑하는 이들이 내 곁을 떠날까봐 두려웠고, 남들이 날 어떻게 바라볼까 두려웠고,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나는 상처받기가 너무 싫었고, 잘나고 싶었고, 무시당할까봐...여려겹의 가면을 쓰고 본래의 '나'를 가두어 빗장을 걸어놓고 살아왔다.
그럼으로 인하여...교만하게 굴었고, 잠못들며 질투했고, 사랑이 못떠나게 더 예쁘게 보이려 치장했고, 돈을 많이 벌어 남보다 더 근사한 위치에 서고싶었다. 남들위에 서고 싶어 지식을 축적했고, 논쟁과 말싸움에서 이기기위해 유식함을 뽐내려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남들과의 경쟁에서 위에서려고 남의 심리를 탐구했고, 허례허식과 우아한 예절을 익혔고, 드러나서 돋보이기위해 외모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어느 날 난 지쳐버렸다. 주저앉아 울어어버렸다. 왜...이 모든것이 너무나 힘겨웠기에! 버겁고 힘에부치고, 진정 나답지않음을 알면서도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다 생각했기에...!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그 모든 것이 내 곁을 떠나가고 남은 것이 없는 지금...그래도 이렇게 나는 여전히 웃고있지않은가..말이다. 아니, 오히려 가벼워져서 움켜쥐고 바둥거리던 광대같았던 나를 훌훌 벗어버리니....이제 진정 '나'를 만나고 있는 중이고, 그리고 나에게 참회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올린다. 내 안의 '나'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2006. 8. 24 02:30
두려움의 흑돼지
(빗소리를 들으며 울적한 마음으로 책을 보고 있는데 타마르가 말을 걸어 온다.
시니야, 네 안에 뭐가 있니?
제 안에는 신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나는 당당하게 대답 했다.)
그런데 왜 신을 믿지 않는 거니? 그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 거니? 너는 왜 두려움을 안고 가는 거니?
두려움을 안고 가는 것이 너무나 오랜 세월 익숙해졌나 봐요. 두려움이 밉고 괴로움을 주는데도 떨어지지 않네요.
그것은 시니가 내려 놓기 전에는 스스로 네 품에서 내려오지는 않는단다. 두려움은 네가 내 품는 에너지를 먹고 사니까. 너는 생을 살며 두려움에게 풍요로운 양식을 주어 살찌웠구나. 네 품에 안긴 그 두려움은 피둥피둥 살찐 흑돼지 같구나. 냄새 나고 무겁지 않니? 너무 무거워 비틀거리면서도 비만한 흑돼지를 안고 가는 시니야! 그런 네 모습이 딱해 보이는 구나 두려움을 사랑하는 거니?
두려움은 내 생을, 현실을, 일상을, 그리고 사랑을, 관계들을 망쳐놓아요. 내 귀에 속삭이고 현혹시키고.. 두려움의 흑돼지는 제게 마법을 걸어요. 두려움의 흑돼지가 속삭이는 말들에 자꾸 속으면서도 반복해서 믿게 돼요.
가엾은 시니야! 두려움에 중독이 되어버렸구나. 시니는 참 너그럽기도 하지. 두려움이 배고프다고 낑낑거릴 때마다 이것 저것 골고루 양식을 주더구나.
제가요? 제가 어떤 양식을 주었는데요?
네 살과 피가 말라가도 인정 많은 시니는 그 흑돼지에게 아낌없이 양식을 퍼주더구나. 그 양식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다양하고 풍요롭구나.
그게 뭔데요? 말씀해 주세요. (순간 나는 의기 소침해졌다.)
화 내거나 놀라지 마라. 조금만 들려줄 테니. 그 양식들은 교만, 미움, 분노, 증오, 절망, 복수, 자학, 탐욕, 폭력, 무책임, 판단, 위선, 냉정, 이기심, 시기, 질투, 독점욕, 무지… 더 얘기해 주련? 눈이 똥그래진 시니야!
아니요, 됐어요. 그만 하세요. 그런 어둠의 양식을 제가 다 직접 주었다는 거예요?
두려움의 흑돼지를 네가 안고 걸어가니 시니가 주인 아니더냐? 두려움의 흑돼지는 시니의 품에 안겨 매우 흡족해 하며 너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연인 같구나! 나 타마르가 보기에는 너희 둘이 매우 사랑하는 것으로 보여지는구나. 두려움의 흑돼지를 위해 올 생 땀 흘리며 수고를 아끼지 않는 시니야!
타마르..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거에요? 제가 얼마나 지구 삶을 살며 고통스럽고 괴로웠는데요? 몇 년 전부터 저를 만나면서 보아 오셨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니까 속상하고 눈물이 나려 해요.
억울해 하는 시니야! 나는 널 놀려주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보이는 것들을 그냥 보고 알려주는 거란다. 지구장 삶을 살며 그토록 괴로워했으면서도 그 살찐 흑돼지를 꼭 껴 안고 가는 시니가 이해가 안 된단다. 그럴 때마다 나 타마르는 시니에게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단다.(나는 갑자기 눈물이 고여왔다) 눈물을 닦아요.. 오.. 시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널 언제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단다.
물론 저도 늘 여전히 타마르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넋두리라고 해도 좋아요. 지금껏 살며 저는 제가 정당하다고 생각했고 인정 많고 착하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어요. 남들에게 속임수를 당하고 피해를 보아도 나름대로 참았단 말에요. 저를 보는 타인의 평판이 그리 나쁘지도 않았어요. 순수하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 모든 말들… 남들이 널 보고 보이는 대로 하는 말들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너는 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니? 남들이 너를 아는 만큼 너 자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보기에는 너는 너를 진정으로 모르고 있더라. 진정으로 시니 안의 ‘너’를 안다면, 진정으로 네 자신을 사랑하고 위한다면 그토록 반복, 반복, 반복되는 체험들을 불러들이지 않았을 게다. 그 수많은 삶들 속에서… 언제까지 시니 안의 ‘너’를 지치게 할 거냐? 언제까지 네 안의 ‘너’를 기다리게 할 거냐? 언제까지 네 안의 ‘너’를 몰라볼 거냐? 그리고 또 그리고… 언제까지 그 두려움의 흑돼지를 안고 갈 거냐? (타마르의 목소리가 격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니야!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난다.) 아, 타마르.. 너무도 안타까워하시는군요. 어리석은 저 때문에 가슴 아파하시는군요. 제가 정신을 차릴께요. 그런데 어쩌죠? 이 흑돼지가 제게서 안 떨어지려 해요. 어쩌면 좋죠?
단순하고 잘 잊어먹는 시니야!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주겠다. 잘 들어라. 그 두려움의 흑돼지에게 지금 이 순간부터 흑돼지가 좋아하는 양식을 주지 말아라. 계속 양식을 주지 않으면 그 흑돼지는 말라가다가 더 이상 배가 고파서 시니를 싫어할 게다. 그러다 보면 흑돼지는 결국 너를 버리고 도망칠 거다.
아, 그렇군요. 내가 두려움의 흑돼지가 좋아하는 먹이를 안 주면 되겠구나. 이 흑돼지가요, 힘이 굉장히 세요. 하나 둘 먹이를 줄여가야겠어요. 굶겨서 그 두려움의 흑돼지가 저를 미워하게 만들어야겠어요.
ㅎㅎ 너무 미워하게 만들지는 말아라. 네가 그냥 지나가는 흑돼지를 데려다 키워놓고는.. 그 두려움의 흑돼지는 너를 주인으로 선택한 적이 없다. 또 그럴만한 힘도 없다. 시니가 불러서 데려다 그토록 오랫동안 키운 거란다.
네.. 제가 불러서 데려다 키우면서 주인 행세를 했군요. 아… 이 두려움의 흑돼지야.. 너가 너무 뚱뚱해져서 너를 안고 가는 나는 정말 괴롭고 눈물이 났었어. 우리 이제 여기서 이별을 하자. 너를 안고 가니 너무 힘들고 무거워서 팔도 아프고 심장이 운단 말이야. 아.. 타마르, 이제 알았어요. 왜 지구에 사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인간들이 발걸음이 무겁고 느리고 고통 받고 아파하는지를…
그래 시니야. 아름다운 지구별 아름다운 영혼들을 위해 기원해 주렴. 수고로운 영혼들을 더 이상 기다림에 지치게 하지 말라고.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해 주려무나.
알겠어요. 타마르. 밤이 깊었어요. 타마르와 대화하는 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어요. 엊그제 제 방에 들어온 귀뚜라미 친구들, 낮에 소풍 갔나 봐요. 안 보이네요. 나두 소풍 가고 싶다. 비도 그치고 내 눈물도 그치고… ㅎㅎ 타마르도 좋은 꿈 꾸세요. 굿-나잇^^
(교만, 탐욕, 분노, 증오.. 시기, 질투, 독점욕, 무지 왜 시니를 비롯한 지구에 사는 인간 종족들은 두려움의 흑돼지에게 이렇게 많은 먹이를 주면서 살아가는 걸까? 우주의 청색 피라미드를 내 몸 위에 씌우고 나는 기도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