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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아트 무비의 향기'
< 조커 - Joker >
노트에 "나의 죽음이 10센트 짜리 삶보다
더 가치(의미) 있기를" 이라 끄적이는
어릿광대 '조커'...
“왜 그리 심각해?” 라며, 영웅 '배트맨' 을
약 올리던 간사한 조커는 이젠 없지요.
< 조커 > 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쥐가 들끓는
고담시의 황폐한 풍경을 배경으로,
고독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의 비루한
삶을 조명합니다.
낡은 주택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서...
그는 인기 토크쇼의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
(로버트 드 니로 분)을 보며 코미디언의 꿈을
키우지만 현실은 사뭇 시궁창입니다.
아서는 가정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실패하고
성적으로도 좌절한 남자이지요.
어릿광대 아르바이트는 그에게 존중보다
모욕을 가져다주기 일쑤고,
돌아오는 건 사람들의 비웃음과 발길질 뿐입니다.
"난 살면서 단 1분조차도 행복했던 적이 없어..."
어릴 적 뇌손상을 입은 그는 울고 싶은 순간마다
오히려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리지요.
아서는 고백합니다.
"정신질환의 가장 안좋은 점은 남들이 나에게
멀쩡한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웃는 때에 공감하지 못한 채
웃는 척을 해야 하는,
긴장하면 웃음이 터져 통제할 수 없는 아서의
신경병 증세는 그를 속절없이 고립시킵니다.
"일은 어떤가요? 부정적인 생각이 드나요?"
권태롭다는듯 그저 형식적으로 묻는,
무책임한 심리상담사...
아서는 불친절한 그녀를 향해 "항상 부정적인
생각 뿐인데..." 라며 맘속으로 질책합니다.
"당신, 내 얘기 안 듣고 있지?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 않던데. 매주마다 똑같은 질문만 해대고
말이야."
비정한 세상은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모르는
그를 낭떠러지로 내몬 채, ‘조커’란 존재가
발사될 뇌관을 건드리지요.
그런 그를 안타깝게 여긴 동료가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쓰라”며 건네준 총은 아서에게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줍니다.
실직한데다 정부 예산 긴축이 그에게 정신과
약물을 지원하던 공공의료 서비스마저
없애버린 어느 날,
아서는 지하철 안에서 광대 분장의 그를
희롱하며 시비를 걸어온 화이트 칼라 남자들을
향해 과도하게 반격하기에 이르지요.
한데,
군중은 광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아서를
추종하기 시작합니다.
"난 내 존재도 모른 채 오랜동안 살아왔어.
하지만 이젠 아냐!
사람들이 날 알아보기 시작했거든..."
첫번째 살인 후,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아서는 별안간
고담시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 게지요.
평생 존재감 없이 살아온 아서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에 대해 “저 사람은 영웅이야”라는
반응을 들으며(그것이 비록 망상이었을지언정),
그는 급기야 그 행위와 반향에 대한 착란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드디어 자신을 봐준다" 는
환상의 착각 말이지요.
아서는 '해피' 라고 부르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혼자말로 되뇌입니다.
"해피?
흠... 난 엿같은 삶 내내 단 하루도
행복(happy)했던 적이 없었는데."
아서는 출생의 진실 따위는 미련없다는듯이
혼돈의 원인인 어머니까지 살해하고 말지요.
그러곤 무심히 내뱉습니다.
" 나만 미쳐가는 걸까,
아니면 세상도 미쳐가는 걸까?"
아서는 갈망해온 머레이 토크 쇼에 출연하는
상황을 꿈꾸며 말하죠.
"어머니는 저더러 언제나 활짝 웃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라'(put on a happy face) 고
당부했습니다.
태어난 이유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나눠주라고
말씀하셨죠."
< 다크 나이트 > 속 히스 레저의 조커 캐릭터에
비하면, 적어도 출발점만큼은 이토록 다릅니다.
영화는 그렇게... 히어로물 보단 찰리 채플린의
서글픈 코미디와 더 닮은 형상으로 자리하지요.
굶주린 늑대처럼 퀭한 눈, 마른 볼, 갈비뼈가
두드러진 몸으로 자신을 내모는 세상과 점점
멀어지는 아서...
하지만, 조커가 된 후의 아서는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그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게 계단 장면이죠.
아서는, 출퇴근길마다 무거운 몸을 고통스레
옮기던 가파른 계단을,
조커를 자각하며 자신에게 체화한 후엔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듯 내려옵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이 계단을 오르는 건
힘들지만,
다 포기하고 내려올 땐 빠르고 쉽다는
것처럼...
세상에 맞춰 살기 위해, 더는 자신을 짓누르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말이죠.
성공한 기업가이자 고담시의 유력 인사로
시장 선거에 출마한 토머스 웨인(브렛 컬런 분)...
그는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노력도 안 하고
경도되어야 하는 존재로 조롱하며 시민들의
격한 반감을 사지요.
토마스 웨인은 TV 연설을 통해 '조커' 를
비난합니다.
"고담시는 이제 끝났어요.
어떤 겁쟁이가 이런 잔인한 짓을 할까요?
가면 뒤에 숨어서!"
조커는 대중을 선동하지 말라는 머레이의
지적에 “내가 그런 사람 같아 보여요?”라고
반문합니다.
조커의 말은 진심이지요.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오해가 파도처럼 번져나갈 때
기꺼이 거기에 몸을 던지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자신의 우상이었던 머레이가 방송 중 자신을
조롱했던 말을 마음에 꾹 담아뒀던 아서...
"이 남자는 자기가 무작정 웃기만 하면 남들도
따라 웃을 줄 아는 모양입니다. 이 광대를
보시죠!"
급기야,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한 아서는
진행자 머레이에게 부탁합니다.
"머레이, 하나만 더요. 무대에서 나를 '조커' 로
소개해 줄래요?"
(생방송임에도)
머레이는 조커를 심하게 질책합니다.
"전혀 이해하질 못하는구만.
자기가 뭘 저질렀는지...
어떻게 됐는지 알기는 하나?
저밖에선 폭동이 벌어지고, 경찰 두명이 사경을
헤메고 있어."
조커는 그냥 웃지요.
마침내 폭발하는 머레이...
"웃어? 웃음이 나오나?
오늘 당신때문에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경찰 불러, 경찰 부르란 말야!"
조커는 마침내 "좋은 밤 되라"며,
머레이를 향해 응징의 총알을 날립니다.
"내 영상을 틀어대고, 이 쇼에도 불러냈잖아.
그냥 날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추악해!
만약 당신이 정신 장애가 있는 사회적 약자를
쓰레기나 병신으로 취급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내가 알려줄께.
바로 '죽어도 싼 놈' 이라는 거야
그 잘난 대가리 속에 똑똑이 쳐넣어주지!
이제 머리가 텅 비어있지는 않겠네."
영화 피날레...
"뭐가 그리 재미있나요? 그 농담 한번 얘기해
줄거죠!" 라는 심리상담사의 말에,
조커는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거" 라며,
쓴 웃음을 짓지요.
잠시후 카메라는 정신병원 복도에 피묻은
발자국을 선연하게 남긴 채 건들거리며
사라지는 조커 특유의 걸음걸이를 잡아냅니다.
그러곤,
프랭크 시내트라의 'Send in the clowns'가
엔딩 크레딧과 함께 풀어지죠.
이 노래는 'Smile' 과 함께 < 조커 > 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주제가로 화면을 감싸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아프더라도 무너지더라도
미소 지어 보라' 는,
찰리 채플린 식 슬픈 코미디의 중의적
이미지로 읽혀지는 두 아리아...
행복했던 지난 날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며,
음울하고 황폐한 시대의 어릿광대 '조커' 의
비틀어진 내면을 처연하게 암유하고 있지요 .
1. 영화 < 조커 - Joker > 예고편
https://youtu.be/x60mB0zXZ38
출구 없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모멸감을
마음 속에 쌓아가다가 뒤틀린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광기의 남자, '조커'...
이 사내는 자본주의 사회의 사각지대 어딘가에
위치할 법한 현실적인 모습으로,
전혀 색다른 톤의 < 조커> 를 통해 그려지지요.
자기애적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사회의
무관심에 좌절하고 파괴적인 충동을 분출하는,
섬뜩하고도 불편하지만, 매혹적이고도
도전적인 카오스의 형상화...
< 조커 > 는 그렇게 설명되지 않은 존재,
설명될 수 없는 캐릭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풀어내고자 애쓰는 종류의 영화입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설명을 빌리자면 “스스로
던진 질문에 우리가 답을 하는 과정에서
스토리를 만들어간” 것이죠.
그간 < 행오버 >, < 듀 데이트 > 등 B급
코미디 영화를 주로 해온 필립스는,
각본을 겸해 어디에도 없던 조커 이야기에
어릿광대의 비애마저 실어냈습니다.
그는 설명하지요.
“희극과 비극간의 경계를 탐험한 영화로,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이 다층적인 악당의
기원을 통해 히어로물 장르를 완전히
전복시켜보려 했습니다."
https://youtu.be/5jKxSmqWyP8
- 프랭크 시나트라의 'Send in the clowns' 버전
https://youtu.be/WDaA_KFHeB4
냉장고로 들어가는, 그리고 첼로 음악의 묵직한
선율에 맞춘 발놀림은 곧장 아서의 상징적인
몸동작이 되지요.
발작하듯 일글어지고 어딘가 어색하기도 해서
더 멋들어진 그 율동은 '조커의 재탄생' 을 기막히게
설명해줍니다.
만약 언어로 옮긴다면 나르시시스트의 자기
변명처럼 보일 수 있는 일련의 변명들이,
호아킨 피닉스의 육체에 깃들어 어떤 암유적인
동작으로 변모할 때,
우리는 그 자기파괴적인 에너지에 매료될 수밖에
없지요.
그것은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담은 엘레지 풍의
율동처럼 보입니다.
그야말로 뒤틀린 어깨 근육으로도 연기를 하는
호아킨 피닉스는,
인물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대신 광기라는
상태를 제 한몸에 조각해나가기 시작하지요.
그 순간 분리되어야 마땅할 것들이 그
형용하기 힘든 에너지 속으로 함몰되며 뒤섞입니다.
그 덕분에 '조커' 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경계와
안전장치를 부수고 나와 현실 속에 침투할 수
있게 되지요.
처음부터 폭동을 바란 건 아니지만,
폭동이라는 형태로 돌아온 반응에 동조하기 시작한
아서처럼 말입니다.
하여, 고담의 나약한 소시민으로서 살아왔던
아서의 아픔과 분노를 한껏 수식해주지요.
-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버전
https://youtu.be/7eUDWtnpMeM
1980년대 초로 설정된 희망없는 고담시 풍광은
1970년대 영화 속 베트남 전쟁 후 음울했던
뉴욕을 빼닮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의 지옥도는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생경하지 않지요.
폴 토머스 앤더슨의 < 마스터 >, 그리고
린 램지의 < 너는 여기에 없었다 > 가 에둘러
활용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불안한 에너지를,
감독 토드 필립스는 전면으로 끌어내 관객과
대치시킵니다.
움푹 팬 눈매와 갈라진 윗입술은 흰 얼굴,
시뻘건 입술의 광대 분장으로 아우러지는,
비참하고도 기구한 조커 연기를 통해 "고갈되기
보단 힘을 얻었다" 는 호아킨 피닉스...
키득거림으로 시작해 토악질에 가까워지는
발작적 폭소는,
이번만큼은 그가 작심하고 오페라적 연기를
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감량으로 뼈가 드러난 몸은
말랐을 뿐 아니라 어그러진 내면을 투영하는
듯하지요.
그렇게...
조커의 희비극을 넘나드는 페이소스를 강렬하게
펼쳐낸 호아킨 피닉스의 광적인 명연기는,
'범죄계의 황태자(Clown prince of crime)’로
불리던 조커를 연민하고 그에게 이론의
여지없이 설득되게 만듭니다.
하여, 절박한 심장박동까지 전해올 만큼
사실적인 통렬함으로 울려오지요.
드라마 < 체르노빌 >, 영화 < 시카리오:
Day of Soldado > 와 <컨택트> 에 참여한
아이슬란드의 첼리스트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
그녀는 < 조커 > 의 사운드 트랙을 맡아
어둡고도 불길한 악의 탄생을 그렸습니다.
동시에 영화 곳곳에 삽입된 노래 역시 불우한
'조커, 아서 플렉' 의 삶을 밀도있게 조명하고
있지요.
2.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https://youtu.be/71hqRT9U0wg
3. 헨리 로지의 'Temptation Rag'
- 클로드 볼링의 피아노
https://youtu.be/ZCkKkP-7hmk
광대 분장의 아서가 거리에 나와 만면에
억지 웃음을 머금은 채 홍보 패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춤을 추고,
한 흑인이 옆에서 흥겨운 리듬의 피아노 연주로
'Temptation Rag' 를 선보입니다.
미끄러지듯이 통통 튀는 재즈 풍의 리듬이
꼭 익살스러운 추격 신에 어울릴 법한데,
공교롭게도 이 피아노 선율은 동네 애들한테
패널을 뺏긴 아서가 죽자사자 그들을 쫓아가면서
서서이 사위어가죠.
4. 조지 거쉬인의 'Slap that bass'
(앨범 'Shall we dance' 중)
: 프레드 아스테어 & RKO 라디오 스튜디오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https://youtu.be/raGrDhg-a-o
한밤 중 혼자 TV를 보고 있던 아서는 동료가
준 권총을 만지작대다 흘러나오는 음악
'Slap that bass' 에 맞춰 춤을 춥니다.
흑인 선원들이 일정한 리듬을 맞춰가며
선체를 닦고 있는 이 신은 1937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 Shall we dance > 속
한 장면이죠.
앙상한 몸을 흐느적대던 아서가 실수로
장전된 총을 쏘자, 화면은 온통 아수라장이
됩니다
5. 'My name is carnival'
- 잭슨 C. 프랭크
https://youtu.be/n2-Ez98tbYo
아서는 상담자에게 “오늘 라디오에서 '카니발'
이라고 불리는 남자에 대한 노래를 들었어요.
웃긴 건 그게 바로 제 광대 이름이라는 거죠”
라고 얘기합니다.
어린이 병원에서 총을 떨어트려 해고돼 회사를
떠날 때 라디오를 통해 자그맣게 들리던
잭슨 C. 프랭크의 ‘My name is carnival’ 을
떠올린 것이죠.
출근체크기를 부수고 내려오는 길 보이는
팻말에 적힌 '웃는 걸 잊지 마(Don't forget to
smile)'는
'forget to'가 지워져버린 채 '웃지마(Don't
forget)' 의 문구만으로 보여집니다.
이 풍자적인 메시지 뒤로 맴도는 노래는
반어적 제목 때문에 더더욱 씁쓸하게 들리죠.
6. '화이트 룸(White Room)'
- 크림(Cream)의 노래
https://youtu.be/FslrcIxvuvA
가상의 대도시, 고담을 휩쓰는 폭동의 불타는
현장이 어지러이 생중계되죠.
대중음악 최초 슈퍼그룹인 크림의 1968년작
'화이트 룸' 이 불온한 리듬을 더하며 고담시는
화염에 휩싸입니다.
호송되는 조커가 경찰차 안에서 창밖으로
무법지대 소요의 현장을 득의만면한 주동자
미소와 함께 바라보는 장면에서 이 노래의
선율은 더욱 고조되지요.
'화이트 룸' 은 크림의 대표곡으로 그 가사엔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의 광풍에 가치를
잃어가던 젊은 세대의 상실을 담아 쓸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서를 분노케 만들었던 공허한 감정과
사회 부조리, 모든 거짓을 연민하는 듯한
노랫말이 거침없이 풀어지지요.
7. 스테판 손드하임의 뮤지컬 < A Little Night
Music > 중 'Send in the clowns'
- 프랭크 시나트라
https://youtu.be/haqWVwRslDM
- 주디 콜린스 노래
https://youtu.be/sGUlG1fTi0E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https://youtu.be/7Yu3SUlEhWA
2008년 < 다크 나이트 > 의 히스 레저가
연기해 그 악명을 널리 떨친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 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 조커 >.
우울한 마음으로 지하철에 앉은 아서에게 다가온
불량배들이 그를 희롱하며 노래하는 'Send in the
clowns'...
이 세리아적 뮤지컬 아리아는 분노와 번민을 억누르다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내면의 광기를 마주하고,
어릿광대 분장의 기괴한 미소로 그 파괴적인
광기를 해방시키며 최악의 악인으로 변해가는
아서의 이야기,
곧, '아서의 은유적 죽음을 통한 조커의
부활' 이란 이미지와도 사뭇 닮아있죠.
노랫말에 여러번 등장하는 단어 '광대(Clown)'
때문에 선택한 게 분명한 이 노래는,
2시간 내내 응축된 에너지로 내달리는 영화를
쫓아온 관객들을 고즈넉히 다독여줍니다.
'Send in the clowns' 는 1973년에 브로드웨이
에서 초연된,
스테판 손드하임 작사.작곡의 뮤지컬
< A Little Night Music > 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넘버이죠.
극 중 여주인공 데지레는 옛 애인 프레드릭의
재결합 거절에 좌절합니다.
그녀는 행복했던 지난 시절의 사랑을
떠올리며 'Send in the clowns'를 애절하게
부르지요.
마치 그네에서 떨어져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서커스 배우처럼,
20년 전 자신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었던
연인을 붙잡을 타이밍을 놓치고 만 데지레...
그녀는 자신의 참담하고도 한심한 모습을
애써 감추며 "어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라고
노래합니다.
'우습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나요?
베테랑 배우인 내가 이렇게 타이밍을 놓치다니
그런데, 어릿광대는 어디 있나요?
어릿광대는 꼭 있어야 하는데
아마도 내년에야...'
8. 찰리 채플린의 'Smile'
- 지미 듀란트 노래
https://youtu.be/bfFTKAo4v8s
< 조커 > 속 아서가 분한 '조커' 는
찰리 채플린의 심볼 '리틀 트램프'의 모자와
동작을 고스란히 따온 캐릭터이죠.
참을 수 없는 가련함의 아서가 토마스 웨인을
만나게 된 영화관에서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인
< 모던 타임즈 > 가 상영됩니다.
아서는 "내 인생은 비극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끔찍한 코미디"라고 채플린 식 명언을
읊지요.
푸치니의 오페라 < 토스카 > 의 향취가 느껴지는
'Smile'...
이 곡은 원래 찰리 채플린이 주연, 제작과 감독에,
음악까지 맡았던 마지막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 -
Modern Times>(1936)의 주제 음악입니다.
거장 찰리 채플린에 대한 오마주일런지요,
< 조커 > 엔 코미디와 비극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 모던 타임즈 > 의 느낌이 스며져옵니다.
오케스트라 곡이었던 로맨틱한 '사랑의 테마'를
가수 냇킹 콜이 편곡해 'Smile' 이란 제목을 붙여
노래했지요.
이 노래는 단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아서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었던 이웃 집
여인 소피(재지 비츠 분),
그녀와의 데이트 시퀀스에 지미 듀란트의
음성으로 흐릅니다.
'당신이 만약 두려움과 아픔을 딛고
미소 짓는다면, 그렇게 미소짓는다면
아마 당신은 내일 태양이 당신을 위해
밝게 빛나며 떠오르는 걸 보게 될 거에요'
*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사랑의 테마'(Love Theme) : 냇킹 콜
https://youtu.be/YynxFjMXF1Y
'사랑의 테마'('Smile')와 '클로징 테마' OST
: 티모시 브록의 NGR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h48xr9mtl1c
9. 게리 글리터의 'Rock & Roll Part 2'
https://youtu.be/bW-OLcZ4tGY
극 후반부 아서가 '조커' 분장을 하고 머레이 쇼에
출연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면서 춤을 추는 장면을
통해 < 조커> 는 비로소 완성되지요.
이때 아서를 영웅 배트맨의 안티 테제로 던져진
주사위를 넘어선, 전혀 새로운 조커로 만드는 동인은,
그동안 쌓아온 서사가 아닌,
오직 호아킨 피닉스의 춤, 곧 몸짓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노래가 바로 게리 글리터의
'Rock & Roll Part 2' 이지요.
야성적인 드럼과 베이스 리프가 새로운 생명을
얻은 악의 화신에게 기괴하고도 본능적인
몸동작을 선사하며,
'조커' 로 각성한 아서, < 조커 > 에 방점을
찍어냅니다.
음침한 화장실에서 본인 만의 춤을 추던
아서는 이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발작하듯
일그러진, 그 광란의 춤사위를 결코 숨기지
않지요.
10. 캘리 고든의 'That's life'
- 프랭크 시나트라
https://youtu.be/XvfImv9NseY
머레이의 심야 토크쇼에 캐스팅 된 아서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That's life'와 함께 할
빨간 슈트에,
녹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얼굴을 하얗게
분장해 '조커' 로 변모하지요.
극 중 머레이 토크 쇼의 시그널 뮤직 역시
'That's life'의 멜로디를 빅 밴드의 투티로
연주한 것입니다.
조커는 '삶에 대해' 노래하지요.
"그게 인생이지(That's life)
- - - - -
몇 번이고 난 때려칠려고 생각했지만
내 마음은 그걸 허용치 않더군
하지만 7월이 와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큰 무도회에 내 자신을 드러내(크게 한탕해)
볼까
그러곤 죽지 뭐..."
영화의 말미, 조커는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다시금 '인생' 에 대해 작은 목소리로 되뇌입니다.
11. 'The moon is a silver dollar'
- 로렌스 웰크와 그의 오케스트라
https://youtu.be/9PwLOgdMQT0
12. 랄프 베일리의 'Everybody plays the fool'
- The main Ingredient
https://youtu.be/KPeHHpXOOds
13. 랜디 바흐맨의 'Here comes the king'
- 스티브 카르멘
https://youtu.be/V4qtr_X9A3g
14. 'Laughing'
- The Guess Who
https://youtu.be/Bvzdtn43vnI
15. 'Put on a happy face'
- 토니 베넷
https://youtu.be/PGx-cWwhJU4
16. 'Stormy Weather'
- 에타 제임스
https://youtu.be/9migdK-LnPU
17. 'Spanish Flea'
- 레이 데이비스의 트럼펫
https://youtu.be/iJPcOIvTqC8
18. 'Rooftop'
- 요한 요한슨과 힐되르 그뵈드나토디르
: 영화 < 막달라 마리아 : 부활의 증인 > OST
https://youtu.be/sE-B_sbUqM8
19. 영화 < 조커 - Joker > 'OST' 전체
- 힐뒤르 그뵈드나도티르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ohYzz4btpaTAsKbs0OC_TcpCV2odYVx6
19 -1. 'Bathroom Dance'
https://youtu.be/8z5-Wum2enQ
13번째 OST 'Bathroom Dance' 는 영화
<조커> 의 결정적인 변곡점으로 자리하죠.
뜻하지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된 아서.
처음엔 놀라고 당황하지만 그는 이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맘을 다져먹습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있음을 불현듯 자각한 맹수처럼 말이죠.
어두운 공중 화장실에서 아서는 홀로 춤을 춥니다.
알에서 부화한 새가 날개를 펴듯 허공을 향해
몸을 활짝 펴는 아서...
첼로를 통해 유영하는 선율은 비감하고도
신비스럽지요.
그렇게...
아서는 은유적 죽음을 통해 진정한
악의 화신 '조커' 로 부활됩니다.
- 李 忠 植 -
첫댓글 "난 지금까지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X같은 코미디더라고!"
찰리는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어머니를 죽이면서
무감각하게 내뱉죠.
찰리 채플린의 명언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를
'조커' 식으로 표현한 대사로 읽혀집니다.
자기의 인생은 정신질환을 가졌지만 꿋꿋하게
노모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비극인줄 알았는데,
실상은 정신질환이 어머니의 학대 때문였으며,
그런 어머니의 바람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았다는 게 촌극이나 다름없었다는 자조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자신의 우울한 삶에 연연해하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달관하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 < 조커 - Joker > 예고편
https://youtu.be/x60mB0zXZ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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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조커 - Joker > Trailer
- 프랭크 시내트라의 'Send in the Clowns'
https://youtu.be/WDaA_KFHe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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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조커 - Joker > Trailer
-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
https://youtu.be/7eUDWtnp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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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Smile
- UA Film < Modern Times > 주제가
: 지미 듀란트 노래
https://youtu.be/bfFTKAo4v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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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는 종종 정반대 현실을 상상하는데,
이게 극 중 현실과 뒤섞여 나중에는 점점
분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
정말 웃음을 못참겠는데 뭔 줄 아냐고?
난 내 인생이 비극인 줄만 알았어.
하지만 이젠 알았지.
내 인생은 엿같은 희극이었다는 걸..."
토드 필립스 감독의 < 조커> 는
표면적으로는 브루스 웨인과 조커가 왜
상극의 존재인지 설명하는 기원담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박탈감을, 특권층뿐 아니라
사회 최약자에게도 무작위적 폭력으로
발산하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케이스 스터디의 '범례(範例)
이기도 합니다.
'조커 가 주인공으로 단독 개봉됨은 물론,
'조커' 에게 이런 평범한 이름과 기구한
사연을 부여한 건 코믹스 영화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지요.
1981년 빌보드 싱글 차트 3주 연속 1위를
기록한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아서의 테마'
곡은,
< 조커 > 속 주인공 '아서 플렉' 과 묘하게
겹쳐 들립니다.
"아서는 남을 즐겁게 하며 살아요
평생을 주인의 장난감으로 살았죠
깊은 마음속에 있는 그는 그저 순수한
어린 소년일 뿐인데..."
* '아서의 테마'(Arthur Theme)
: Best That You Can Do
- 영화 < 아서 - Arthur (1981)주제곡
크리스토퍼 크로스 노래
https://youtu.be/qMdwFkO8x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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