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가는 길에 이동근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 있고, 친구들과 함께 병문안을 하고 왔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려는데 19번 버스가 오지 않고, 버스 번호를 기억하기에는 뇌 용량이 부족한 버스번호가 달린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을 할 때 버스 번호가 요상하게 바뀐 이유를 알지는 못하지만, 19번 버스를 타면 수유리에 갈 수 있고 수유리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밤새도록 이야기하며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모꼬지 장소가 있고, 4.19혁명탑이 있는데 19번 버스가 오지 않으니 이런 것들에 대한 의미를 박탈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명박씨가 서울시장 할 때 제조된 거대한 청계 수족관을 지나 을지로에 있는 허름한 술집에 가서 노가리 1000원 땅콩 500원 짜리 안주에 시원하고 맛있는 생맥주로 이명박정부 만큼이나 후텁지근한 초여름 밤을 맞으며, 또 백석시를 읊고, 이동근에게 보내 준 친구들의 우정과 환대에 취했습니다. 어젯밤 일입니다.
명박산성을 넘은 무모한 아나키스트 이동근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도움 요청에 많은 분들이 많은 돈을 보내주어 치료비에 크게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이동근은 친구들의 후의를 사양했지만 결국 우리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형이 한 말 하나 하나 알거 같아요. 그리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도 형 마음은 제가 뼈 속까지 깊숙이 느낄 수 있어요. 제 뼈가 지금 갈라져 있으니 그 마음이 더 잘 뼈 속으로 들어 오네요^^. 앞으로 더욱 더 겸손하게 더욱 더 나답게 살아갈게요. 고마워요 형”
이동근을 대신하여 도움을 주신 분들께 일일이 정중한 인사를 드려야 했었는데 겉치레 인사만 했습니다. 익명으로 많은 돈을 보내주신 ‘우정’ ‘동근씨 쾌유를 빕니다’ ‘쾌유를 빌며’님들과 연락처를 알지 못하여 인사치레조차 하지 못한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대신합니다.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며, ‘손익계산서’를 인간의 지성과 이성으로 여기는 천박한 무리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더욱 더 공생공락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진정한 삶을 옹호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첫댓글 선후배간에 오가는 정이 따뜻하군요. 이동근님이 하루빨리 완쾌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