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길 가다 꽃 보고
꽃 보다 해 지고
내 나이 스무 살
세상이 너무 사랑스러워
뒹구는 돌눈썹 하나에도
입맞춤하였다네.
(곽재구 시인, 1954 -)
불혹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꺾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이산하·시인, 1960-)
쉰 살 즈음에
늙어 가는 것이 서러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게 더 서럽다.
내 나이 쉰 살
그 절반은 잠을 잤고
그 절반은 노동을 했으며
그 절반은 술을 마셨고
그 절반은 사랑을 했다.
어느 밤
뒤척이다 일어나
내 쉰 살을 반추하며
거꾸로 세어 본다
쉰, 마흔아홉, 마흔여덟, 마흔일곱
아직 절반도 못 세었는데
눈물이 난다.
내 나이 쉰 살
변하지 않은 건
생겨날 때 가져온
울어도 울어도
마르지 않는
눈물샘뿐이다.
(임성춘·시인)
육순의 문턱에서
아주 낯선
처음 찾아온 손님같이
육순이 문지방을 넘어섭니다.
어쩐다
허나 얼른 마음 고쳐먹고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어서 오시게나
오실 줄 알았네"
(문종수·시인)
무서운 나이
천둥 번개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큰 죄 짓지 않고도 장마철에는
내 몸에 번개 꽂혀올까봐
쇠붙이란 쇠붙이 멀찌감치 감추고
몸 웅크려 떨던 시절이 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비가 된 나는
천둥 번개가 무섭지 않다
큰 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쇠붙이 노상 몸에 달고 다녀도
그까짓 것 이제 두렵지 않다.
천둥 번개가 괜시리 두려웠던
행복한 시절이 내게 있었다
(이재무·시인, 1958-)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
이장희 사,곡 노래
내 나이 열하고 아홉살에 첫사랑에 잠못 이루고
언제나 사랑한건 두꺼운 책 두꺼운 책 이었지
가끔은 울기도 하고 가슴속에 꿈이 가득 했었지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일때 온 세상이 내 것 같았고
언제나 사랑한 건 나의 조국 내 조국 뿐이었지
가끔은 울기도 하고 가슴속에 꿈이 가득 했었지
내 나이 스믈하고 아홉살에 내사랑을 나는 찾았고
언제나 사랑한건 나의 아내 내 아내 뿐이었지
가끔은 울기도 하고 가슴속엔 꿈이 가득 했었지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 난 그땐 어떤 사람일까
그때도 사랑한건 나의아내 내 아내뿐일까
그때도 울을수있고 가슴속엔 꿈이 남아 있을까
루~~~~~~~~~~~~~~~~~~~~~~~~~~~~
○ 음악: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
/ 이장희
○ 편집 : 송 운(松韻)
첫댓글감합니다^*^까지 온 건지.............
언결에 그 좋은 세월을 다 살아내고
예
하염없이 기울어가는 내 나이에 저울질을 해 봅니다
촌음도 허투로 살아선 아니될 듯요
감사합니다^^*
생일파티
싱싱한 고래 한 마리 내 허리에 살았네
그때 스무 살 나는 푸른 고래였지
서른 살 나는 첼로였다네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잘 길든 사내의 등어리를 긁듯이
그렇게 나를 긁으면 안개라고 할까
매캐한 담배 냄새 같은 첼로였다네
마흔 살 땐 장송곡을 틀었을 거야
검은 드레스에 검은 장미도 꽂았을 거야
서양 여자들처럼 언덕을 넘어갔지
이유는 모르겠어
장하고 조금 목이 메었어
쉰 살이 되면 나는 아무 것도 잡을 것이 없어
오히려 가볍겠지
사랑에 못 박히는 것조차
바람결에 맡기고
모든 것이 있는데 무엇인가 반은 없는
쉰 살의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기도는 공짜지만 제일 큰 이익을 가져온다 하니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나 할까
- 문정희-
노년의 입구
아름다운 곡선이 靜物로 보였을 때
노년의 입구에 당도하였다
가령 아내의 가슴이
여인들의 다리가 실물보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였을 때 나는
노인이 된 것이었다
아직 세상에 오지 않은 손자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논리는 양비론으로 바뀌고 세상의
어린것들이 사랑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노년의 시는 일용할 양식이다
몽상은 달콤했다 꿈은
부정기적인 그리움을 재연하고
진실한 것은 생몰의 연대뿐,
새는 길을 지우며 간다
- 최병무·-
진즉에 감상하러 들와야 했는뎅
아까워라
낼 부턴 매일 출 할것임당 ~!
gold수선화님 반갑습니다
즐거운 나날 되세요
문종수님처럼 나이가 와도,
"어서 오시게나 오실 줄 알았네"
하며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우리 카페 회원이신
어느 여류시인의 환갑날에 맞춰
축하의 뜻을 담아 올린 작품입니다
내가 환갑을 축하 드렸더니
아니 벌써 ! 하고 놀라길래
육순의 문턱에서
................
'어서 오시게나 오실 줄 알았네'와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 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답니다
나의 환경과 입장이네요..
어느덧 육순에 접어드는 제 자신을 돌아 봅니다.
주옥같은 일들이 많이 있었네요..
하루 하루가
귀하게 여겨지는 시간들 입니다..
고맙습니다.주인장님~~~
Bella Coola 천사님
고맙습니다
행복하신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