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현 / KBS '강연 100도c']
저는 초등학교 때는 사실 그렇게 뚱뚱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저보다 세 살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저보다 날씬하기까지 하고 그래서 저에게는 스트레스였고, 언니와 같지 못하다는 게 상당히 콤플렉스였어요.
그래서 '언니와 같아질 수 없으니까 반대로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많이 반항을 했어요.
더 뚱뚱해지고, 더 공부도 안 하고.. 숨어서 먹고, 폭식을 하고..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단순히 '내 앞에 있는 음식을 입 안에 쑤셔넣어야 한다'
배가 찢어질 거 같은데도 계속 먹었어요.
결국 고3 때 100키로까지 쪘어요.
그리고 그렇게 뚱뚱한 상태로 의과대학을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들하곤 잘 어울렸어요.
남자 학생들도 저를 그냥 편하게 막 대하고, 다른 여학생들보다..
그런데 누가 내 이야기 하는 걸 들었어요.
내 이름을 대면서 '그 학생 어때?' 하니까 그 사람은 '아 그 뚱뚱한 애요?'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그걸 듣고도 그냥 괜찮은 척 할 수밖에 없었어요. '난 뚱뚱하니까..'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해서 다이어트도 많이 해봤어요.
한약, 양약, 주사.. 정말 주사 빼곤 다 해봤어요.
그래서 적게는 10키로, 많게는 20키로까지 빼본 적도 있는데 요요현상으로 다시 다 쪘어요.
결국 살을 빼지 못 하고, 살이 찐 상태로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열심히 했더니 사람들이 저를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저 스스로도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나니까
'조금 더 건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레지던트를 지원하지 않고 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요.
예전에 다이어트할 때는 날씬해지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체력을 키우고 건강해지는 거, 운동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내가 분명히 뚱뚱해도 괜찮지만 내 자신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서..
운동도 열심히 해서 7개월 만에 총 35키로를 빼서..
다른 분들은 꿈의 몸무게가 48키로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꿈의 몸무게가 앞자리 수가 6을 찍어보는게 소원이었는데
60 초반의 몸무게가 나와서 무척 좋았어요.
그래서 행복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벽에 부딪쳤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날씬해진 저를 보고 칭찬을 하는데
옛날 내 모습에 대한 비난을 살짝 끼워넣더라구요.
'이야, 너 살쪘을 땐 짐승이었지..'
'내가 생각하기에, 지 몸도 관리 못하는 게 무슨 의사냐?'
그런 말을 들으면서.. 다시 뚱뚱해질까봐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살이 찌면 큰 일 날 거 같애. 어떡하면 좋아~'
그러면더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또 폭식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서.. 거의 포기할까 싶기도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다이어트할 때 마음은 예전과 달랐는데..'
예전에 수없이 실패했던 다이어트는 뚱뚱한 나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다이어트였는데
이번에는 뚱뚱해도 괜찮다고, 사랑해주겠다고 시작한 다이어트였다는 것을 기억해냈어요.
그러면서..'맞아. 괜찮아.. 어차피 나, 운동할 수 있잖아. 운동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데..
사실 나 뚱뚱했을 때도 엄청 괜찮았잖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잡았구요
지금은 1년 반 정도 좋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어요. ^^
그동안은 체중과 싸웠다면 이제는 싸워야 할 상대는 체중이 아니라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 하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실 저는 그렇게 날씬한 편도 아닌데 이렇게 나와서 다이어트 얘기를 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정말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제발.. 뚱뚱해도 자신을 좀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눈물..)
뚱뚱해도 자신을 사랑하고.. 또 '괜찮다'고 생각을 하면 거기에서부터..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자신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다이어트가 시작될 것이고요..
저도 앞으로도 계속 다이어트를 하면서 저 자신을 사랑해줄 거니까요
앞으로 저와 함께 더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임성훈: 제가 참고로 좀 여쭤볼께요.
대개 다이어트 후에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하셨는지요?)
ㅎㅎ 저는 배고플 때만 먹자.. 그런 생각으로 했는데
사실 그동안에는 배고플 때 먹지 않고, 있으면 먹고, 보이면 먹고.. 그랬거든요.
(사회자 임성훈: 그럼 운동은..)
운동은 잠깐 하기는 쉬운데 꾸준히 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저만의 비법이라고 하면..
저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봐요.
'오늘, 정말로, 딱 10분도 못 하겠어?'
이 질문을 해요.
그러면 정말 10분도 못 하는 날은 거의 없더라구요.
그러면서 움직일 수 있게 되더라구요. ^^
※저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합니다.
<1>'목탁소리' 지도법사 법상스님께선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단 우리 마음이 결론을 내리면, 우주법계는 그 마음에 걸맞는 원인을 만들어준다고요.
'뚱뚱한 건 싫어' → 뚱뚱한 게 싫으려면 계속 뚱뚱해야 하니까 → 뚱뚱한 몸매로 되고
'뚱뚱해도 괜찮아. 건강하겠다' → 건강하려면 적절한 체중이어야 하니까 → 뚱뚱하지 않은 몸매로 됨.
이를 응용하면 '가난 싫어' → 가난이 싫으려면 계속 가난해야 하니까 → 가난을 못 벗어나고
'가난해도 괜찮아. 많이 나누겠다' → 많이 나누려면 풍족해야 하니까 → 부자가 된다.
'잡념 싫어' → 잡념이 싫으려면 계속 잡념이 생겨야 하니까 → 오히려 잡념이 치성하고
'잡념 있어도 괜찮아. 나는 오직 깨어있겠다' → 깨어있으려면 잡념 없어야 하니까 → 잡념 소멸
<2>그리고 그 '비법'이라는 것 - '오늘, 정말로, 딱 10분도 못 하겠어?'
수행에도 그 비법을 적용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도나 명상, 참선, 염불, 절, 사경.. 무엇이든.. 정말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죠. '오늘, 정말로, 딱 10분도 못 하겠어?'
이거 참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ㅎㅎ
☞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면, 더 못난 사람으로 되고 만다, 왜? http://cafe.daum.net/santam/IQ3i/1283
첫댓글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