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태극기'… 고종이 '반청' 주장하다 파면된
미국인에게 하사한 선물 특별공개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알려진 ‘데니태극기’ 고종이 외교고문인 미국인 오언 데니의 귀국길에 하사한 태극기다.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알려진 것 중에 ‘데니태극기’가 있다. 고종(재위 1863~1907)이 외교고문이던 미국인 오언 데니(德尼· 1838 ~ 1900)가 1890년(고종 27년) 귀국할 때 하사한 태극기다.
데니는 1886년(고종 23년) 청나라 이홍장(李鴻章·1823~1901)의 추천으로 고종의 외교 고문이 됐지만 청나라의 조선 간섭이 심화하자 가만 있지 않았다. 데니는 저서 에서 위안스카이 (袁世凱·1859~1916)가 조선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사사건건 간여하고 심지어 고종의 폐위까지도 획책하자, 조선이 주권독립국임을 주장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데니 태극기’는 1981년 데니의 후손인 변호사 윌리엄 랠스턴 부부가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1887년(고종 24년) 고종이 수교를 맺은 각국에 외교사절을 파견하도록 도와줬다. 1888년에는 주한 러시아공사 카를 이바노비치 베베르 (1841~1910)와 육로통상조약을 맺도록 적극 주선했다. 데니는 이 때문에 자신을 추천한 청나라 이홍장의 미움을 사 외교고문직에서 파면당한 뒤 조선을 떠났다. 이때 고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데니에게 내린 선물이 이 태극기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4일부터 23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알려진 ‘데니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를 특별 공개한다. 75주년 광복절을 기념한 특별공개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 전시관 모습을 소개한 프랑스일간지(‘르 프티 주르날’).
‘데니태극기’는 가로 263cm, 세로 180cm에 달하는 대형 태극기다. 바탕은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 만들었고,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오려서 바느질 했다. 4괘의 형태와 배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색은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데니의 가족이 보관하다가, 1981년 후손(윌리엄 랠스턴)이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이번 특별 공개에서는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와 함께 태극기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도 마련됐다. 또한 상설전시실 ‘역사의 길’ 중앙에 ‘데니태극기’를 확대한 대형 현수막도 설치했다.
특별공개되는 ‘데니 태극기’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에서는 미국인 목사 노블(1866~1945)이 소장한 태극기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 전시관 모습을 소개한 프랑스일간지(‘르 프티 주르날’) 등 다양한 전시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