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말하는 [꽌시]는 權錢交易(권력과 금전의 거래)창구이고 뇌물수수창구에 불과하다. 사업가들에게 꽌시는 약이 아니라 독이다. 경제는 경제논리대로, 사업은 사업원리대로 풀어나가야 한다.
1990년대 중반에 청도에 드나들던 한국인들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청도도심에서 청도공항으로 가는 길옆에 만평정도 되는 부지에 건평이 천평정도 되는 석재가공공장이 댕그렇게 자리잡고 있는데 공장은 가동을 멈추었고 마당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회사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석재가공업체와 당시 청도시 대외무역국 국장을 지내던 청도시 시장의 부인 장국장과의 합작품이다. 당시 청도시 시장은 등소평의 아들이 경영하던 캉화그룹의 총재를 지내다가 6-4운동후에 캉화가 해체되면서 연태시 부시장으로 발령받았고 그 때 마침 한중수교가 이루어져서 연태시를 대표하여 한국에 와서 기업유치활동을 자주 하던 분이었다. 그 때 부산에 있는 석재가공업체를 유치하였는데 귀국 후 청도시 시장으로 승진하여 석재가공업체도 연태가 아닌 청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가히 청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국계기업에서는 최고의 꽌시를 잡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푸 2년을 가동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말로는 석재가공업체가 독도부두건설에 낙찰되어 그곳에 업무를 집중한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사업타당성분석이 없었던 것이다. 청도에 설립한 현지법인의 사업품목은 화강암에 금속이온을 고압으로 주입하여 여러가지 칼라를 내는 고급석재가공이었는데, 정작 중국에 와보니 도처에서 회색바탕에 검은 점이 박힌 일반 대리석(대리석이란 이름의 大理는 운남성 大理지역에서 많이 나는 석재라고 하여 대리석이라고 이름지어진것이다)은 물론 가지각색 칼라를 가진 천연석재가 쌔고 버린것이다. 굳이 고급기술로 금속이온을 주입하지 않고도 그보다 무늬가 화려하고 밀도가 높은 석재를 캐서 톱질, 연마 등 가공만 하면 되었다. 이런 사업성이 없는 품목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고 했으니 얼마나 황당하였을까?
이 석재가공업체의 꽌시가 얼마나 대단하였는가를 보자! 청도시 시장은 건설부장관으로 승진하여 당시 한창 시작되던 주택개혁사업을 책임지고 건설붐을 일으켰고 다시 상해시 당서기장으로 발령되어 차기 중국의 지도자 물망에 오르기도 했었다. 비록 후임인 시진핑이 1인자가 되고 정협주석이라는 4인자로 정치생명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이런 대단한 꽌시를 가지고도 왜 중국사업에서 철거했을까?
답은 청도시 시장이 건설부장관으로 승진하고 그 부인이 중국장성컴퓨터의 총재로 전직한 후에 내가 직접 겪으면서 찾게 되었다. 2000년에 북경공항 신터미널신축공사와 북경역 개보수공사가 한창일 때, 업무상 협력관계에 있던 컨설팅회사를 통하여 한국의 한 내장재회사로 부터 해당 공사에 내장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꽌시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물론 나는 사업타당성을 따져보고 한창 건설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제대로 시장을 공략하라고 설득하였다. 그러나 그쪽은 [중국은 꽌시가 없으면 사업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건설업계에서 믿을 만한 꽌시에 연줄만 대달라고 한다.
그때 피끗 장국장이 생각났다. 남편이 건설부장관이어서 그 쪽으로는 사통팔달일 것이 아닌가?
장국장은 건재분야에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자기 동생과 함께 하라고 동생을 소개시켜주었고 내장재회사에 사업타당성보고서가 아닌 꽌시보장각서를 보냈다.
제1안은 건설부장관의 처남이 건설회사에 관여하고 있고 사장님께 건설부장관의 처남과 건설부장관의 비서실장 리강을 직접 만나게 해주겠다. 꽌시소통에 필요한 비용 10만위안을 먼저 내놔라.
묵묵부답이었다. 서울에 출장 온김에 만났는데 꽌시가 너무 커서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 꽌시를 유지할 비용을 이어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2년 전에 현대건설이 하문공항건설을 따냈을 때에 현대건설의 협력업체로 내장재를 공급하면서 느낀 건데 꽌시를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 않더라는 것이었다. (참조로 하문공항건설당시 시진핑이 하문시 시장이었음) 하문시에서 꽌시를 유지하기에도 벅찼는데 건설부장관과의 꽌시를 유지한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꽌시는 기실은 돈 먹는 하마다. 나같이 꽌시에 연줄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팔아먹는 창구인 것이다. 한국인들은 일이 있을때만 인맥을 찾는데 이렇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는 결국 뻔한 뇌물수수로 이어지는 반면 중국인들의 제대로 된 인맥은 수십년동안 꾸준히 일상적으로 관리하여 형성된 끈끈한 뉴대로서 쉽사리 끼이지도 못하고 쉽사리 폭로되지도 않고 쉽사리 무너지지도 않는다. 중국에서 장차관급 부패간부가 잡히면 아무리 수사해도 뇌물수수관계를 못 찾아낸다. 결국 거액자산내원불명죄로 잡아넣고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을 들여서 해당 인맥의 원류를 찾아서 전국을 샅샅이 뒤져야 한다. 최북단의 동북지역에서 실시된 대형공사의 뇌물수수가 엉뚱하게도 최남단의 해남성에서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연길시의 임업국 국장이라는 한국으로 말하면 6~7급공무원이나 될까 말까한 공직자를 부패혐의로 잡아 한화로 환산하면 백억이 넘는 자산을 찾아냈는데 뇌물수수가 대부분 연길시를 뛰어넘고 연변주를 뛰어넘고 길림성을 뛰어넘어 흑룡강성에서 이루어져서 그걸 샅샅이 찾아내는데 5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 제2안을 내놓았다. 당시 절강성 당서기장의 동생이 북경시 대흥구라는 시교에 넓은 부지를 가지고 건재시장을 하고 있는데 그 건재시장에 입주하도록 해주겠다. 절강성 당서기장은 나의 대학교 학과 선배로 학연으로 그 동생을 연결시켜주고 그쪽도 건재시장에는 아직 초입자라 중국의 건설붐을 타고 건재사업을 제대로 해보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일단 나한테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그쪽에서 중국사업을 단념하였다. 그로부터 우리 학교선배가 승승장구한다. 부총리로 승진하더나 시진핑1기에서 인대위원장으로 3인자로 정치생명을 마감하였고 그 동안 그 동생이 쓸데없이 큰 부지를 차지하고 운영하던 건재시장(건재시장이라고 해봐야 여기 저기 철근이나 골재를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바로 옆에 북경신공항이 건설되었고 ~ 그 때 그 내장재회사가 그 동생과 손을 잡고 한국의 건물내장재를 시작으로 건재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더면 지금쯤 중국에서 굴지의 건재회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전제조건은 꽌시가 아닌 인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빤히 보이는 꽌시를 믿고 사업하면 꽌시유지비가 많이 드는 건 둘째치고 처사를 잘못 했다가는 오히려 믿던 꽌시를 부패간부를 만들고 자기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에스케이통신이 북경시 차기 1인자물망에 오른 총각 부시장의 꽌시를 올라탔다가 그 부시장이 부패혐의로 꼬꾸라져서 낭패를 본 이야기가 북경왕징에 파다히 퍼지기도 했다. 장덕진이라고 소문에는 박정희의 친척이라고 하는 사람이 흑룡강성의 1인자 꽌시에 올라타서 한국인이 소비하는 밀가루를 담당한다고 큰소리를 탕탕치면서 삼강평원의 농민들의 땅을 빼앗아? 한국농장을 만들어놓고 헬기를 타고 농장을 관리하다가 결국 흑룡강성의 1인자까지도 낙마시킨 일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 이리 저리 가져간 기금들을 다 홍수에 떠내려보냈고~
그리고 청도 등지에 있던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야반도주를 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믿던 꽌시엿다는 사실을 야반도주를 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일례로 산동성에서는 외국계기업이 현지에 입주하면 우선 전기용량을 신청하여 변압기 등 배전시설을 설치해야 했는데 전력공사에서 요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 영낙없이 전력공사에 꽌시가 있다는 꽌시가 찾아와서 배전시설을 새로 설치하지 않도록 자기가 해결해준다고 한다. 한화 2천만에서 1억까지 요구하는 신설비용이 무서웠던 한국의 사장님들은 그것이 약이 아니라 독인지도 모르고 제꺽 삼킨다. 그리고 전기가설비 수백만원을 주고 인근 동네에서 전력을 끌어다 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꽌시들이 채권자라도 된 듯 회사를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전력공사에서 제대로 전기용량확장수속을 밟지 않아서 벌금이 얼마 나왔소하면서 전력공사 로비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하지 않나, 전기요금을 수배로 불려서 받아가지 않나, 심지어 채권자를 자처하면서 완제품창고를 털어가지 않나, 그 등쌀에 못 배겨 철가하려고 하면 직원을 인질로 잡아놓고 한국본사를 협박까지 하곤 하여 현지파견 직원들이 [야반도주]를 했다.
꽌시로 사업한다는 것은 결국 꽌시의 변두리에 있는 [꽌시장사군]들의 자신의 [꽌시상품]에 대한 홍보다.
관본주의(官本主義)의 중국에서 사업을 잘 하려면 그래도 [跟党走没错】(공산당을 따라가면 틀림이 없다)는 말대로 해야 한다.
공산당을 따르면 틀림이 없다는 논리는 다음글에서~
첫댓글 중국어 번역사 송맨
http://cafe.daum.net/transauction/CYvr/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