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초반부터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에 조력자로 나서면서 한국기업인에 가장 서운하고 가장 못마땅한 것이 하나 있는데 - 한국기업인들은 자문료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로비 내지 인맥 엮어주기로 알고 있었다. 한국인들 중 1990년대중후반에 북경대나 칭화대를 졸업하고 현재 북경에서 컨설팅업무를 하는 분들이 계신데 한결같이 [돈은 못 번다]고 한다. 겸손하거나 수입을 은폐하기 위한 발언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들은 자문료로 보다는 한중방송출연, 한중소개글 수입으로 산다. 한국기업인들은 자문료에 엄청 인색하다. 아니, 자문료라는 개념자체가 없다. 자문료보다는 로비비용이라고 알고 있으며 더구나 중국은 꽌시(인맥)에 의해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제대로 된 컨설턴트한테는 한푼도 안 주면서 꽌시를 연결해주는데는 돈지랄을 한다. 실제 내가 북경에서 컨설팅업무를 할 때 대학교도 못 다니고 북경에서 노래방을 하면서 소위 [태자당] 이라고 하는 인맥을 엮은 고향후배가 오히려 한국의 당대표급 정치인, 장관, 중견기업사장들에 [서비스]를 제공하여 돈을 많이 벌어 현재 북경에 중국돈으로 억소리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에서 억소리 백번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시작은 묻지마 중국진출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지금까지도 한국기업들의 자문료는 변함없이 [성공보수]다. 무슨 변호사도 아니고~ 사업타당성을 자문하는데 성공보수를 주니 어떤 컨설턴트가 진실된 데이터를 제공하겠는가? 과장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데이터로 사업타당성보고라고 한국기업인에 제출하고 현지의 대외경제무역관리부처를 찾아가면 친절하게 혹은 기다렸다는 듯이 막 찍어주는 인허가를 받아주고 사돈에 팔촌에 동창의 짜개바지 친구까지 동원하여 대충 관련분야의 비스무레한 관료 한명을 찾아서 인맥이라고 한국사장한테 소개하고 자문료를 챙기는 것이 우리 업계 관행이다. 중국안전부(한국의 국정원격)의 한 조선족 요원은 청도의 한국계기업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청도의 한국계기업의 [수호신]으로 설치고 다녔으니...청도의 한국계기업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건 뭐 예고된 결말이었다.
매출예측계산서에서 나누기 곱하기 더하기 덜기도 막 틀린 곳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인데도, 마지막에 [꽌시]라고 중국관료를 만나게 해주면 사업타당성보고서가 완성된다. 지난 여름에도 중국의 화석연료감축정책으로 청정연료 내지 전기로 된 난방시설로 농촌주택을 개조하는 사업에 난방시설 공급계약을 따려고 이런 저런 서류를 번역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결국 그 계약도 사업타당성이나 한국측의 경쟁력을 사업성공의 보증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측 시행사가 그 지역의 시장과 무슨 무슨 관계다]였다. 자료들을 번역하면서 보니깐 전력공급이 우세한 지역에서는 진짜 경쟁력을 갖춘 아이템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런데 현재 뚫으려는 시장은 전력공급보다는 가스공급이 원활한 지역이었다. 전기적 난방시스템보다는 가스보일러가 더 적절한 지역인데 굳이 지들의 특허기술인 바닥열선난방장치로 입찰에 뛰어들겠다고 한다. 그 있을지도 모를 [꽌시]를 믿고~ 내가 오히려 가스보일러에 강한 중견기업과 아웃소싱으로 중국의 난방시설개조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니깐, 아주 불쾌해 하더니 뭐 결과는 불보듯...유찰됐지뭘~
시진핑의 반부패전쟁이 시작되면서 중국의 비즈니스계약에 별첨으로 [반부패협약]이 법적으로 추가되었다. 입찰과 계약이행과정에 이익충돌원칙을 위배할 경우, 계약위배로 취급되어 손배소 등 불이익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꽌시가 없으면 사업을 못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기업인을 등쳐먹는 [거짓말]이다. 한국기업인들의 중국의 꽌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역이용한 사기라는 것을 다음 글에서 나의 경험으로 설명해보겠다.
---------
사족:
저번에 한류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국제표준까지 만들어 낸 한국의 바닥난방시스템을 왜 [온돌한류]로 엮어내지 못했는가가 아쉽다고 했는데, 미세먼지감축공정으로 몇년전부터 중국에서 수억명의 난방시스템을 [온돌문화]로 바꾸고 있는데, 한국의 관련부처는 뭘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보일러관련 중견업체들은 그냥 이미 굳어진 독립적인 가스보일러를 집중난방시스템인 중국의 도시에 판다고 20년째 헤매고 있고 영세업체들만 중국의 이곳 저곳에서 단타로 온수관이나 팔아먹는 꼴을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하다.
전력공급이 원활한 지역에 맞는 온돌시스템, 가스공급이 원활한 지역에 맞는 온돌시스템, 온수공급이 원활한 도시아파트에 맞는 온돌시스템을 각각 표준화 상품으로 개발하여 재중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온돌문화를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의 실내인테리어회사들을 초청하여 홍보를 하면 안 될까? 하고 2005년도에 여러경로를 통하여 제안서를 한국의 관련부처에 제출했는데 제대로 제출이나 됐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뭐 지금도 상황은 달라진게 없다. 국제표준은 한국이 갖고 있고 실제 ISO기준도 한국이 작성했다.
그런데 중국의 온돌시장에서 독일과 일본제품이 고급품으로, 중국 짝퉁제품이 저가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영세업체들이 장돌뱅이처럼 시공현장을 돌면서 헐값에 온돌시스템의 부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관들은 맨날 대기업의 동향이나 살피고 그들의 중국시장동향보고서를 작성하면 그것을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이 이용하여 주식시장이나 흔들어 대고,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