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화신化身이라고 하면 일차적으로는 변화신變化身입니다 변화신이라면 글자 그대로 바꾼 모습變이며 바꾼 삶化의 몸이겠지요 첫째는 인커네이션incarnation으로 성질이나 관념 따위의 구체화며 실현實現입니다 이른바 방편權으로 나타化낸 화신 덩어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또는 신이 인간이 되기 위함이라든가 신이 육체를 지니게 되는 과정이라든가 어떠한 '모습을 가진 존재로 되기'입니다
둘째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구상具象이고 구현이며 체현體現입니다 임바디멘트embodiment는 화신化身이며 동시에 방편權으로 나툼化이며 또한 구체물具體物로 풀이됩니다 억지로라도 구체화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에 용기勇氣courage를 덧붙이면 용기의 구체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의 일체유심조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불교를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사실적으로 펼쳐나간다고 할 것입니다
셋째는 정신 세계의 화신입니다 여태껏 오감五感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정신 세계 화신이라니요 육체만 변화신을 나투는 게 아니라 정신 세계도 변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매니페스테이션manifestation은 정신 세계의 명시나 표명을 뜻하며 감정과 신념, 진실 따위의 명시입니다 심령과 영혼의 현시顯示를 비롯하여 유전 형질의 발현發現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소 좀 어려운 말이지요
말로 표현하지만 차돌처럼 딱딱합니다 그러나 '단지 이해할 수 없다' 하여 계속 뒷문제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넷째로 퍼스니피케이션personification은 이른바 인격화의 화신化身이고 나아가 의인화擬人化의 화신입니다 보통 방편으로 드러낸 권화權化로부터 문학 작품에서의 성격 묘사라든가 미술 작품 따위에서 사물과 추상적 개념의 구현과 체현體現입니다
다섯째 화신을 얘기할 때 이리 생각합니다 촌수가 가깝거나 마음으로 가까우면 윤회를 통해 더 가까이 만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지금 가까이 한 데 산다고 하여 윤회과정에서 더 쉽게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곧잘 얘기합니다 "난 다음생에도 당신을 아내로 맞을거야" "그래? 난 다시는 결혼 안 하고 싶어"라고 그런데 그게 생각대로 다 이루어질까요
인간의 모습이, 삶의 언저리들이 하찮아 보이는 달동네 삶이라 하더라도 모두 우리 서가모니 부처님 화신입니다 우리 스승 서가모니 부처님은 헤아릴 수 없는 숱한 변화신을 나투십니다 낱낱 꽃잎마다 낱낱 변화신을 나투시니 하나의 연꽃에 연꽃잎이 1천 개입니다 하나의 꽃 송이에 일천 꽃 잎이라면 지구에는 없는 매우 특이한 꽃이겠는데요 한 송이 연꽃에서 돋아난 숱한 화신 서가모니 부처님의 중생 사랑은 어디까지일까요
그러나 부처님의 변화신에서는 때로 상식常式을 벗어나기도 합니다 일천 꽃잎마다 서가모니 부처님이 계시고 연꽃에 몸을 나투신 일천 석가가 다시 다른 몸으로 나투십니다 여기에 어떤 꾸밈이나 비교란 없습니다 서가모니 부처님이 다시 몸을 바꾸십니다 일천 석가가 백억의 몸으로 나투시다니 아으! 참으로 장하고 미쁘십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이시여! 한 번도 중생에게서 마음 거둔 적이 없으십니다
우리가 보통 윤회輪廻라고 하면 금생의 몸과 마음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동질同質 삶生의 변환輪만을 생각합니다 이성 동성 상관 없이 매우 자연스러움 여기에는 동일성이 주장되어야만 합니다 엄마가 피겨였다면 딸도 피겨입니다 엄마가 컬링선수라면 딸도 컬링선수지요 하나 기능면에서 딸이 엄마를 닮지 않고 아들이 아빠를 닮지 않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DNA는 선천적이고 기능은 후천적니까요 게다가 생生이 바뀌면서 기능도 바뀝니다
분신을 얘기할 때는 대개 같은 모습입니다 이에 대한 용어를 얘기하라 요구한다면 너무 많아 다 끄집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하나를 콕 찝는다면 도플갱어doppelgänger를 들 수 있습니다 도플갱어를 잘 기억하여 두십시오 다중우주에서나 쓰는 용어用語term로서 쌍둥이의 뜻과는 뭔가 좀 다른 모습입니다 데자뷰deja-vu현상과도 연결됩니다 데자뷰가 자신의 과거로 느껴진다면 도플갱어는 갑작스레 등장한 자신의 다른 모습입니다
데자뷰는 기억의 다른 모습이기에 시간의 중첩성이 개입되어 느껴지고 도플갱어는 같은 모습의 중복이기에 공간의 중첩성이 개입되어 느껴짐입니다 도플갱어일 경우 지하철에서 광장에서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을 만났을 때입니다 '혹시 나의 쌍둥이가 있었던 거야?' 함이고 데쟈뷰의 경우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래, 언젠가도 여기 이 장소에서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따위지요
따라서 하나는 공간/존재의 중첩성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시간의 중첩성입니다만 이를 놓고서 다중우주多重宇宙냐 역사의 반복이냐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데자뷰현상이든 도플갱어든 이를 하나로 묶는다면 '화신化身'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화신은 다채롭습니다 비쥬얼이 한없이 다양하고 다채로우며 라이프 스타일이 한없이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다 서가여래 분신입니다
나는 기끔씩 카메라의 작동을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남자와 한 사람의 여자가 삶을 영위하는 단란한 가정입니다 이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면서 두 사람을 벗어나고 두 사람이 사는 집을 벗어나고 마을을 벗어나고 작은 도시를 벗어나고 카메라는 광역으로 비추면서 마침내 대한민국 지도를 비추다가 점점 뒤로 물러나면서 마침내 아시아대륙을 비추고 지구와 달과 행성과 태양계를 비춥니다
그러다가 거대한 우리 태양계도 우리 은하계의 아주 작은 점으로 사라지고 이 우리 은하계가 또한 다른 은하계와 더불어 밤하늘의 별처럼 하나의 점이 되었다가 마침내 수많은 국부은하단들이 점차 우주의 한 점으로 바뀌는 것을 봅니다 우주 전체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장말 태양계가 들어있는 우리 은하계도 숱한 은하단 중 하나인 우리 은하계도 단지 점일 뿐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물며 태양계며 지구며 아시아며 더 좁혀 들어와 대한민국이며 내 살아가는 작은 가정이며 삶이겠습니까
서가모니 부처님 변화신은 지나간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다가올 미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화의 릴레이입니다 같은 모습을 두고는 짝퉁이라 합니다 서가모니 부처님의 변화신은 일천 연꽃 잎에서 백 억의 몸을 나투시니 한 본신에서 1000만 배로 늘어나심입니다 1천불佛×1천만 변화신=100억 변화신 그러고보니 백억 변화신이 참 대단하군요 전 세계 인구의 한 배 반이니까요
부처님의 변화신은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하십니다 거룩하신 부처님의 장엄스런 변화신은 공간을 뛰어넘어 늘 함께 하십니다 부처님의 변화신은 특종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변화신은 일상의 모습입니다 서가모니 부처님 변화신은 결코 짝퉁을 좋아하지 않으시나 한 순간도 짝퉁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같은 모습을 좋아하시나 AI만을 고집하지도 않으십니다
서가모니 부처님은 사람을 중시하시나 지구상 모든 생명으로 나타내시고 지구상 모든 생명을 사랑하시나 한 순간도 사람을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부처님 사랑은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와 지금 여기 중생들을 사랑하십니다 부처님 변화신은 사람 모습만이 아니라 지구 안팎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입니다 새벽녘 달리는 자동차 몸체에 부딪혀 삶을 마감하는 로드킬roadkill 날벌레도 모두가 서가모니 부처님의 화신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구상에서 서가모니 부처님의 변화신 아닌 것들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구 역사에서 서가모니 부처님의 음성과 향기가 풍기지 않음이 없습니다 생각이 있는 것이거나 생각이 없는 것이거나 꼴이 있는 것이거나 꼴이 없는 것이거나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도 부처님 모습 아님이 없습니다
-----♡----- 토요일 3월 31일 오후3시 ㅡ 오후4시 서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SETEC 2018서울국제불교박람회 3관 C-14에서 '동봉스님 저자 사인회'가 있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는 동봉스님의 사언절 반야심경 사경본을 기념품으로 드립니다 -----♡----- 오는 토요일 저녁 18시ㅡ 20시 30분 종로 3가동 대각사 용성선원에서 대각사 주지 동봉東峰스님의 제5회《천자문》파자破字 강의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