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012
의상조사법성게12
동봉
원융한 법성(4)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
법과성은 원융하여 둘이없는 모습이고
모든법은 부동이라 본래부터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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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적本來寂'이라
글자대로 옮기면 '본래 고요함'이다
'본래 고요함'에서 '본래'의 뜻은
어떤 벌어진 상황狀況의 최초를 가리킨다
우宇space주宙time는 고요하다
공간宇은 공간대로 본래 고요하고
시간宙도 시간대로 본래 고요하다
처음에는 고요했는데 지금은 시끄럽거나
처음에는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고요하거나
한 게 아니라 늘 동일하게 고요한 상태다
어떤 후배 스님이 내게 물어왔다
"큰스님, 뭐 좀 여쭤봐도 되겠는지요?"
"그래? 어서 물으시게! 뭔가?"
"네, 큰스님. 제가 늘 생각해 온 것인데
아무래도 신라 의상스님께옵서
7언절구를 맞추려고 하신 게 아닐까요?"
내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
"네, 큰스님, 어쩌면 '본래적광夲來寂光'을
'본래적'으로 줄이신 게 아닌가 해서요."
후배 스님의 얘기를 듣는 순간
솔직히 나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이 친구가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를?'
하긴 그런 생각이 나의 전유물은 아니다
누구나 학문하는 수행자라면
으레 이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신라 의상스님 뿐만이 아니다
'한시작법漢詩作法'에서는 있을 수 있다
오언절구나 또는 칠언절구에서
글자를 맞추기 위해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정말《의상조사법성게》의 둘째 줄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夲來寂'이
'제법부동 본래적{광光}'에서
'빛 광光' 자를 생략한 7언절구가 맞을까
얼핏 생각하면 '본래적광'도 일리가 있다
화엄사상은 고요寂에서 끝나지 않고
적寂과 함께 반드시 빛光을 수반하고 있다
그러기에 비로자나불이 계신 곳을
적광토寂光土라 하기도 한다
비로자나 법신불을 모신 곳을
분명 '적광전寂光殿'이라 하고
또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도 한다
화엄도량의 주존主尊을 모신 곳이다
그런 뜻에서 보았을 때
비록 210자로 된 짧은 게송집이나
《법성게》가 화엄의 압축파일이 맞고
만약 화엄 파일이라면 '본래적'에 담긴 뜻은
'본래적광'에서 '광'자가 생략된 게 맞을 것이다
고요하면서 빛나는 세계
우주는 고요한 세계가 분명하다
우리 지구가 1,666km/h로 자전하면서
108,000km/h로 태양을 공전하는데
우리는 이토톡 엄청난 속도로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1,350년 전 의상조사 당시에는
스스로自 구르轉는 지구라든가
일정한 주기로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으로서의 지구를 전혀 알지 못할 때다
의상조사보다 1,200여 년이나
뒤로 거슬러 올라간 부처님 재세시에는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을 알지 못했다
다른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있다 보았지
지구 스스로 움직여 태양을 돈다는 것은
전혀 상상조차 못하던 그런 시대였다
붉은 해가 동녘에서 솟아올라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남녘 하늘을 지나
서녘 하늘가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고
이어 동녘에세 달이 돋는 현상을 보았다
그러나 어디서도 시끄러움은 없었고
시끄러움이 없으며 앞으로노 없을 것이다
조용히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조용히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스러지고
조용히 구름이 끼었다가 없어지고
조용히 달과 별이 떴다가 스러지고
조용히 바람이 불다가 가라앉고
조용히 비가 내리다 개고
모든 게 조용하고 고요함 그 자체다
아!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기도 했다고!
그러나 그러한 기후 현상은
며칠씩 계속 이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결국 하늘은 고요상태로 되돌아가고
땅도 하늘 따라 다시 고요로 되돌아갔다
드넓은 하늘 드넓은 세계는 고요였고
세월의 흐름 따라 계절이 바뀌지만
어떤 시간도 시끄럽게 흐르지 않았다
시공간이 고요의 세계인데
그 시공간 내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시끄러울 리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화엄에서는 적광寂光을 논하지만
의상조사가 설파한 '본래적本來寂'의 뜻은
화엄에서 말하는 '적광세계'가 아니다
그냥 그대로 '본래적本來寂'이다
의상조사는 허튼소리를 할 이가 아니다
본디 생각했던 '본래적광本來寂光'을 줄여
'본래적本來寂'이라 표현할 분이 아니다
그의 '본래적本來寂'은 매우 소박하다
세상 모든 법은 부동不動의 세계고
이의 본질은 본래로 고요함이다
세상은 시끄럽다
뉴스의 정치면이고 사회면이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가 힘들 정도이다
문화계는 문화계대로 시끄럽고
교육계는 교육계대로 조용하지가 않다
어디 정치 사회 문화 교육뿐이겠는가
종교는 종교대로 참 시끄럽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 아마!
종교인들은 일반인듵보다 기대치가 높다
이른바 '성직聖職'이란 표현은
종교계와 교육계 종사자들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같은 비리라 하더라도
교육계 종교계의 비리는 더 크게 다가온다
사회의 모범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할 때 느끼는 절망감은
언론과 사회의 소스와 안주꺼리가 된다
아무튼 사회는 한없이 시끄럽다
그러나 그리 시끄러워도 그냥 한생이다
잠시 시끄러울뿐 결국은 다 사라진다
죽지 않는 사람이 없고
죽지 않는 생명체가 없다
낡고 사라지지 않는 게 없듯이
끝내 없어지지 않는 사건이란 없다
지구상에 영원히 남아도는 사건은 없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죄다 '본래적'이다
'본래적本來寂'의 본本은 근본이다
나무木 아랫부분一이니 이는 뿌本리다
시간적으로 과거를 표현하였다
'본래적本來寂'의 '래來'는 미래다
보리麥 이삭을 표현한 그림象形문자로
보리는 어디에서 온來다고 보았을까
쌀과 마찬가지로 신에게서 왔다고 보았다
보리는 사람들从을 먹여살린다
옛날夲에도 생명들의 참한 먹이가 되었듯
현재에도 많은 생명들의 먹을거리가 되고
미래來에도 보리麥는 먹을거리이다
보리麥는 밀과 함께 소중한 먹을거리다
과거本에서 미래來에 이르기까지
이 지구 전체, 이 세상 전체를 놓고 본다면
결국 어떤 것도 늘거나 줄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부동不動의 법칙이다
다시 말해 제법부동諸法不動의 법칙이다
움직임이란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라
소유 공간의 넓이도 함께 포함된다
모든 법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 같으나
그로 인해 지구 무게가 늘거나 줄지 않는다
부동不動은 움직이지 않음이고
질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음이다
지구가 중력으로 다른 천체를 끌어들이지 않고
그렇다고 반중력으로 내치지도 않는다
이것이 부동不動이면서 반중력이다
이런 내용이 이름 없고無名 모습 없어無相
일체가 끊어졌다는 내일로 이어진다
[해인사에서 지인知人이 보내온 사진]
10/21/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