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187
범망계본084
동봉
십중대계
01) 살계殺戒1
거룩하신 부처님이 간곡하게 설하시되
포살하는 불자들은 귀기울여 들을지라
살아있는 생명들을 죽여서는 아니되니
실제로든 방편이든 살생하지 말지니라
제가몸소 죽이거나 남을시켜 죽이거나
방편으로 죽이거나 죽이도록 부추기고
죽이는것 바라보며 박수치고 좋아하며
주문외고 저주하며 죽이는일 없게하라
죽이는인 죽이는연 죽이는법 죽이는짓
어느것도 서슴없이 저지르지 말것이니
나는새와 닫는짐승 물고기와 곤충까지
생명있는 것이라면 살생하지 말지니라
보살들은 모름지기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비심을 일으키고 효순심을 일으키어
가지가지 방편으로 생명들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중생들을 구원해야 하겠거늘
무자비한 마음에다 거침없는 마음으로
살아있는 목숨들을 살생하는 불자들은
보살계를 받았으나 서원력을 어김이라
단두죄에 해당하는 바라이죄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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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와 '죽이다'는 품사가 다르지요
죽다가 '제움직씨自動詞'라면
죽이다는 남움직씨他動詞입니다
죽다는 어느날一 밤夕 바뀐匕 모습死이고
죽이다는 한 번 죽으면 다시 살 수 없는
나무木를 잘라乂 등걸殳로 만듦殺입니다
약자로는 죽일 살杀 자로 쓰기도 하지요
죽일 살殺 자는 '죽일 살' 이란 새김 외에
감할 살, 빠를 쇄, 맴도는 모양 설과
윗사람 죽일 시 자로 새기기도 합니다
갖은등글월문殳 부수에 들어있는데
갖은등글월문은 날 없는 창을 가리키며
때로는 회초리 몽둥이 따위로 표현되지요
그리고 우리가 많이 쓰는 성씨 중에
묘卯+금金+도刂= 유劉 씨가 있습니다만
이는 파자해서 부르는 새김일 뿐이고
성 유/죽일 유劉/刘 자로 새기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죽일 륙/육戮 자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翏 창戈으로서
무시무시한 도륙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죽일 도/흉노 왕의 칭호 저屠 자는
주검시엄尸에 소릿값인 자者를 붙였지요
요즘도 죽일 살殺 자와 한 데 묶어
도살屠殺이란 말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윗사람 죽일 시弑 자는 살殺 자와 같으며
부수가 주살익弋 자입니다
주살과 화살의 차이를 알고 계신지요
화살은 끈이 없는 화살이고
주살은 활의 오니에 끈을 맨 화살입니다
다시 말해서 화살은 일회용이고
주살은 끊임없는 재활용 화살입니다
가장 무시무시한 글자가 있습니다
이른바 '다 죽일 섬殲' 자입니다
죽을사변歹에 부추 섬韱 자를 썼는데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인다는 뜻이며
용어로는 '섬멸殲滅'이 대표적입니다
죽일 살/매우 쇄/빠를 쇄煞 자는
연화발灬 부수며 죽일 살殺 자와 같습니다
죽일 장戕 자는 부수가 창과戈이며
나뭇조각 장爿과 어울려 글자를 이룹니다
나뭇조각 장爿은 장수將帥를 뜻하지요
곧 장수의 칼날에 죽임을 당함입니다
죽일 극/귀양 보낼 극殛 자는
죽을사변歹에 빠를 극亟 자를 붙였습니다
아재개그에 이런 말이 있지요
"아무리 죽기를 자처한 자라 하더라도
저승길은 전용차로로 달리지 않는다"고요
빠른亟 죽음歹을 극殛이라 합니다
그러나 저승길은 천천히 달리려 합니다
목졸라 죽일 류/유/력/역䰘 자를 아시나요
새김 그대로 목을 졸라 죽이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죽이다'의 뜻 한자는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동사 '죽이다'의
다른 뜻 '죽다'는 으레 자동사입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죽을 사死 자와는 달리
본디 죽을사변歹에 사람 인人 자를 썼으나
뒤에 '죽으면 하얀白 뼈骨만 남는다' 하여
변화의 뜻으로 비匕 자를 올린 것입니다
'죽다die'는 '지나가다pass away'입니다
삶과 죽음이란 과정을 거쳐 지나감입니다
아무튼 죽음이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자연스런 현상이기에 '제움직씨'입니다
따라 죽을 순殉 자를 파자하면
죽을사변歹에 열흘 순旬 자입니다
따라 죽다, 순사하다, 순장하다, 따르다
목숨 바치다, 추구하다, 탐하다 경영하다
돌다, 순행하다 따위와
순장殉葬될 사람의 뜻입니다만
대표적인 의미는 '따라 죽다'입니다
따라 죽음殉에는 크게 세 가지 뜻이 있는데
첫째는 같은 날日 함께勹 죽음歹이고
둘째는 열흘旬 안에 뒤따라 죽음歹이며
셋째는 십년旬 안에 뒤따라 죽음殉입니다
이 밖에도 죽음과 관련된 한자는
열 손가락으로 대여섯 번은 꼽아야 하지요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대자연의 현상이라
생명을 가진 존재는 피할 수 없습니다
짐짓 낳지 않고
짐짓 늙지 않고
짐짓 병들지 않고
짐짓 죽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보살계 십중대계十重大戒에서
살계殺戒의 살殺이 의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닌 인위적 모습입니다
죽임에는 크게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신自을 죽임殺suicide입니다
이를 자살自殺로 풀이할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 택한 죽음 이전의 문제입니다
이른바 삶의 의지를 꺾는 일입니다
요즘은 좀 덜할지 모르겠으나
한 때 불교를 좀 이해한다는 사람은
자칫 허무주의虛無主義nihilism에 빠져
삶의 의지를 꺾고 죽음을 선택하곤 했지요
따라서 허무주의자를 양산하는 종교로
불교가 오인誤認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해인사에 발을 디딘 1970년대 중반
유행하는 에피소드episode가 있었습니다
산내 암자 가운데 삼선암이 있는데
비구니 처소로 '승방僧房'이라 하지요
삼선암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를 키웠는데
어떤 노신사가 삼선암을 참배하던 중
너댓살 어린 사미니를 보게 되었습니다
노신사가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머리를 깎으셨는가?"
너댓살 어린 사미니가 답했습니다
"네, 거사님. 세상이 허무虛無해서요."
기가 막힌 얘기가 아니겠는지요
불교가 허무나 가르치고 있는 종교입니까
단언하건대 불교는 허무주의가 아닙니다
염세주의厭世主義pessimism도 아닙니다
내면의 실상實相을 드러내기 위해
외향적 가상假相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반야심경》의 오온개공설은 방편입니다
'오온개실五蘊皆實'을 드러내려 함이지요
불교를 다시 쓰려함이 아닙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반박反駁함도 아닙니다
'오온개공설五蘊皆空說'은
오온이 쓸모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오온의 실상을 설파할 따름입니다
역설적逆說的paradoxical이게 오온개공설에는
오온 그대로 실상이란 뜻이 들어있습니다
얘기가 한참 옆길로 샜습니다만
남을 죽이는 것은 으레 큰 죄악입니다
하나 자신을 죽임은 표현불가능의 파계지요
'살생하지 말라'의 명제命題proposition는
뭐니뭐니 해도 바로 스스로에 관한
제 삶의 의지를 죽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남他을 죽이는殺homicide 일입니다
남이라는 용어에는 사람은 물론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뭇생명입니다
셋째는 생태계ecosystem의 파괴입니다
여기에 다시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시간이고
둘째는 공간이며
셋째는 물질입니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허비虛費하는 것은
어떠한 죄악 못지않게 큰 죄악입니다
모기 한 마리 파리 한 마리 죽임은
비록 생명이지만 작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은 개인을 넘어
전체 인류 전체 생명이 누려야 할 것입니다
이토록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놓고
독식獨食monopoly하거나
또는 홀로獨 점유占하려 한다면
이는 어떤 죄악보다 크나큰 죄악이지요
세상에 가장 큰 파계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살생殺, 훔침盜, 음행淫, 거짓말妄보다
시공간을 허비하는 게으름입니다
인류역사상 이보다 더 큰 파계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 당부 말씀이
"비구들이여! 게으르지 말라"이셨습니다
생태계의 셋째 물질에 관한 얘기는
내일 기포의 새벽 편지에서 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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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로 대각사 정기 법회
매월 음력 초하루~초사흘 10시 화엄법회
매월 음력 보름 오전10시 미타재일 인등법회
매월 음력 열여드레 10시 지장재일법회
매월 음력 스무나흘 10시 관음재일법회
매주 금요일 10~14시 대비주기도
매주 토요일 18~21시 천자문 강좌
2. 곤지암 우리절 법회
매주 일요일 10:30~13:00 일요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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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