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가슴아픈 꽃이야기
그 옛날에 세 딸을 둔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떠나보냈지만 무럭무럭 크는
세 딸을 보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딸들이
시집을 가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큰딸이 건너 마을의
키도 크고 건강한 남자와 결혼하던 날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딸이 잘 살라고, 깨·팥·찹쌀 따위를
정성껏 챙겨 주었고 자기가 시집 올 때
가져온 고운 옷감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둘째 딸도 남부럽지 않게 시집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늦게까지 밭일도 하고,
쌀도 아껴 먹으며, 둘째 딸 시집갈 준비를
하느라 세월가는 줄도
모르고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둘째 딸도 시집갈 날이 왔습니다.
할머니는 첫째 딸을
시집보낼 때처럼 기뻤습니다.
이번에 보는 사위도 큰사위 못지않게
튼튼하고 건강합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너무 약했기 때문에 튼튼하고, 건강한
사위만을 골랐던 것입니다.
둘째 딸
시집가는 날도 굉장히 성대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와서 국수나마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할머니는 그저 아무 탈 없이 잘
살아 주기만을 바랐습니다.
둘째 딸을 무사히
시집보낸 할머니는 기쁨과 허탈 때문에
그만 자리에 몸져누웠습니다.
남은 딸은 막내딸 하나입니다.
두 딸을 시집보내고 나니,
집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반반한 것은 모두 두 딸에게 주었고
몇 마지기 되던 논도
거의 팔아 버렸습니다.
이제 할머니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밭 몇 두렁 밖에 없었습니다.
먹고사는 것은 단 두 식구라
그런 대로 꾸려 가겠지만, 막내딸을 보면
할머니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쯔쯧,
저것도 언니들처럼 해주어야 할 텐데·····.,"
그러나 할머니는
이제 힘이 없는데다가 자리에 몸져눕게
되니 막내딸 걱정뿐 이었습니다.
"저것을 시집보내야 할 텐데·······"
할머니가 아프니,
자연 막내딸이 밭일 논일을 해야 했습니다.
마음씨 착한 막내딸은
아무런 불평도 없이 몸져누운 어머니를
봉양하고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막내딸도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몸져누운 채
막내딸의 결혼식을 맞이하였고 큰딸,
작은딸처럼 결혼식 준비를 못 하였습니다
"내가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할머니는 한없이 슬퍼했고
다행히 먼저 시집간 두 언니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저 막내딸의 혼수를
자기 손으로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이
한이었지만, 부끄러운 결혼식은
아니었기에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막내딸이 시집을 가던 날,
할머니는 간신히 지팡이를 짚고
집 앞 언덕까지 올라갔고
착한 막내딸은 몇 번이고 돌아다보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그렇게 막내가 시집간 지도 어언 석 달,
할머니는 시집 간 딸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아픈 몸도 좀 나은 것 같아
할머니는 딸들이 사는
모습을 볼 겸 집을 나섰습니다.
할머니는 먼저 큰 딸네 집으로 갔습니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큰 딸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가고 보름이 지나자,
큰 딸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할머니가 아주 자기 집에
살러 온 줄 알았는지 대접도 시원찮아지고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큰딸 네 집에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짐을 챙겨
가지고 작은 딸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더 계시지 않고···”
큰딸은 대문 앞까지 따라 나와 말렸으나
그냥 작은 딸네 집으로 갑니다.
작은 딸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할머니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가고 보름이 닦아오자
큰딸처럼 변하였습니다.
할머니는 또 다시 봇짐을
머리에 이고 막내 딸을 찾아 나섰습니다.
두 딸에게 괄시를 받은 할머니는
막내딸 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둘째 딸네 집에서 나왔습니다.
어느덧 12월.
바람이 몹시 차가웠으나 그 차가운
바람을 안고 막내딸을 찾아갑니다.
막내딸의 집은 산 너머에 있었습니다.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할머니에게는 높은 산이었습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휘청거렸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고개가 보이고 그 고개에
오르면 막내딸이
살고 있는 집이 보입니다.
할머니는 막내딸을
빨리 만나고 싶어 길을 서둘렀습니다.
“순아야······!"
고개에 오른 할머니는 성급하게
막내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딸에게 들릴 리 없습니다.
“순아야....순아야····."
할머니는
너무나 숨이 차서 그만 쓰러졌습니다.
"순아,순아!-"
막내딸의 이름을 부르다 부르다 그만
정신이 나가 세상을 뜨신 것입니다.
막내딸은 한 맺힌 설움으로
그 고개에 묘지를 만들고 살아생전
효도 하듯이 어머님
무덤을 정성으로 돌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그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 꽃은 할머니의 영혼이 등굽은
빨간꽃으로 피어났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 할미꽃 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