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녀석 봐라 계속 우리를 따라온다. 아니 녀석이 앞장서서
앞뒤를 살피며 우리를 인도 한다. 논두렁 밭두렁 조그만 다리도 건너가며
ABC 바로 앞까지 쫓아온다. 녀석을 보고 내가 이제 한마디 한다.
어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도 우리집에 다 왔거든
신기하게도 어 녀석 뒤로 흘깃 쳐다보고 왔던 길을 종종 되돌아간다.
오후의 시간을 그렇게 여유있게 보내고 아내는 책을 읽다 잠시 사우나 하고
오겠다며 아랫층으로 내려간 사이, 여태껏 시간에 쫓겨 접어두었던 악보를
펼쳐놓고 기타를 쳐본다. 여전히 내겐 그루브가 넘기 힘든 문턱이다.
혼자서도 느끼기 쉽질 않으니.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분당(경기도 성남시에 있음)에서 교우
들을 가르쳤던 시간이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저녁시간 매일 달라지는 식단은 아내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특히 저녁이 더 그런가보다. 도무지 찬거리 걱정을 안해도 되니까.
저녁후의 식당베란다에서 쳐다보는 노을은 우리의 넋을 빼놓는다.
저 멀리 구름에 걸린 노을과 소나무 빛깔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풍광은
나를 소름끼치게 한다. 그이미지를 머리에 담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올라온다.
잠시 들른 탁구장엔 벌써 한 팀이 시합으로 웃음이 그득하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공으로 둘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우리나이에는 골프 외엔
탁구밖에 없지 않을까.
다음날 오전 ABC가 운영하는 의원과 물리치료실에 들른다.
원장님과 간호사님 그리고 치료사님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어
훨씬 마음이 밝아진다. 물리치료사님이 들려주는 A시내 몇몇 곳과
A산 코스 안내는 환자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그저 친구한테 하는 이야기 처럼
그렇게 푸근 할 수가 없다.
건너편의 B산에 대한 애정 또한 대단하시다.
A산의 철쭉 축제는 지금은 이른 시간이지만 그날을 기대해도 좋겠다.
오늘 아침 햇살은 유난히 눈부시다.
아내와 나는 이곳 A에서 분양한 입주민의 텃밭에서 채 모종도 새 이싹도
올라오지 않은 곳들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돋 돋을 새싹들을 연상하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다.(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