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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정원,, 옛날 그라나다Granada의 무어인 왕에게는 마흐메드라는 어린 왕자가 있었다. 신하들과 점성술사는 그가 훌륭한 군주가 될것이라고 칭송하고 예언하면서도 마흐메드의 다정한 열정때문에 심각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되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마흐메드 왕자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사랑'의 유혹을 멀리 한다면 다가오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행복을 누릴 것이라고 하였다. 마흐메드 왕자를 사랑의 유혹에서 차단하기 위하여 그라나다 왕은 왕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머물 장소로 알함브라 위쪽의 산꼭대기에,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지는 넓다란 정원을 만들었다. 가운데에는 정원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성을 짓고 주위에는 높은 담을 쌓았다. 이 성이 헤네랄리페Generalife ← 이다. 왕자는 왕이 지명한 아랍의 유명한 賢者 이븐 보나벤의 보호아래 헤네랄리페에 갇혀 살게 되었다. 왕은 이브 보나벤에게 "사랑"을 제외한 모든 지식을 가르치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고 "이브 보나벤은 명심하라! 만약 내 아들이 그대의 보호아래에 있는 동안 금지된 지식 즉 '사랑'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는 날에는 그대의 목을 내 놓아야할 것이다!!" 왕자는 이븐 보나벤의 보호를 받으며 정원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성 헤네랄리페에 갇혀 성장하게 되었다. 왕자는 온갖 종류의 지식을 배우며 행복하게 스무살에 이르렀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무지했다. 이 무렵 왕자에게 변화가 생겼다. 왕자의 행동에 변화를 감지한 이븐 보나벤.. 혹여 왕자가 그에게 금지된 지식인 '사랑'을 알아버릴까 봐 왕자를 헤네랄리페에서 가장 높은 탑에 가두었다. 그리고 왕자가 지루하지않도록 유대교 랍비에게서 배워 둔 새들의 언어를 알려주었다. 왕자가 어찌나 배움에 열중하는지 얼마 지나지않아 스승인 이븐 보나벤만큼이나 능숙하게 새들의 언어를 구사하였다. 헤네랄리패의 가장 높은 탑에 갇힌 왕자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빠르게 탑을 지나쳐 날아가는 제비와 가끔 탑안으로 들어오는 비둘기와 탑의 돌틈에서 졸고 있는 올빼미와 나누는 바깥세상의 이야기였다. 매에 쫓겨 탑으로 날아 든 비둘기로부터 먼 나라의 공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 왕자는 곧바로 공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비둘기에게 주어 날려보냈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편지를 갖고 떠났던 비둘기는 알함브라 헤네랄 리페의 가장 높은 탑으로 날아 들었다. 목에는 유약을 바른 초상화 그림이 달린 목걸이가 걸렸고 가슴엔 사냥꾼이 쏜 화살이 박힌 채 탑에 날아든 후 죽어버렸다. 비둘기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왕자는 비둘기의 목에 걸렸던 진주목걸이와 초상화의 주인을 찾아 알함브라 헤네랄리페를 떠날 결심을 하였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공주로부터 비둘기를 통해 받은 초상화가 매달인 목걸이를 들고 공주를 찾아 갈 결심을 한 마흐메트 왕자... 헤네랄리페 탑에 생긴 조그만 구멍의 한 구석에 살고있던 독실한 무슬림인 올빼미로부터 세비야Sevilla 의, 이집트에서 온 점쟁이 갈까마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왕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헤네랄리페의 높은 탑을 기어넘어 알함브라를 탈출헸다. 그리고 올배미를 앞세우고 점쟁이 갈까마귀가 살고 있는 세비야로 향했다. 며칠 후 왕자는 올빼미와 함께 세비야에 도착하였다. 이집트에서 왔다는 점쟁이 갈까마귀를 찾아간 왕자는 비둘기가 남긴 공주의 목걸이와 초상화를 보이며 자기의 사랑을 찾아달라고 애원하였다. "여인들로 넘치는 안달루시아에서 사랑을 찾지 못하였다니.. 쯧쯧..." 한심하는 듯 쳐다보던 점쟁이 갈까마귀가 말을 이었다. "내가 날아다니는 곳이 정원이나 규방이 아니라 그 공주에 관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모든 나라의 궁전을 방문하였고 왕비와 공주의 총애를 받고있는 코르도바Cordoba의 위대한 여행가를 찾아간다면 그 공주의 소식을 알려줄 것이야." 왕자는 서둘러 올빼미를 앞세우고 코르도바를 향해 출발하였다. 모든 나라의 공주를 일고 있다는 코르도바의 위대한 여행가를 찾아서.... 코르도바에 도착한 왕자는 모스크의 야자나무 아래에서 한 무리의 신도들이 어떤 이야기꾼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이야기꾼은 앵무새였다. 그리고 이 앵무새가 세비야의 점쟁이 갈까마귀가 알려준 그 유명하다는 코르도바의 여행가였다. 왕자는 모든 나라의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있다는 페르시아 앵무새의 후손인 이 여행가에게 목걸이와 초상화를 보여주었다 초상화를 받아 본 앵무새는 망설임없이 알려주었다. 초상화의 주인은 톨레도Toledo를 지배하는 기독교 왕의 외동딸 알데곤다 공주라며 그녀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점쟁이 예언자의 예언으로 열일곱 생일때까지 세상에 못 나오고 갇혀있는 중에 비둘기가 전해준 왕자의 편지를 읽게 되었고 그 편지의 회신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주었던 것이다. 왕자는 서둘렀다. 그라나다에서 부터 동행중인 올빼미와 코르도바에서 새롭게 사귄 여행가 앵무새와 함께 공주가 있는 톨레도로 향했다. 마침내 그들은 톨레도를 둘러싸고 있는 타흐강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이 알데곤다 공주의 마법이 풀리는 열일곱번째 생일이고 톨레도의 기독교 왕은 마상시합으로 개최하여 승리한 왕자를 공주와 결혼시키려고 하였다. 왕자가 마상시합에 참가하는 건 무리였다. 왕자는 무기라곤 전혀 다룰 줄 모르는 자신과 세상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던 스승 이븐 보나벤을 원망하였다. 왕자가 절망을 섞어 탄식을 하자 옆에서 바라보던 무슬림 올빼미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찾아갔던 동굴 이야기를 꺼냈다. 무슬림 올빼미가 아주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기독교인들이 톨레도를 점령하자 근처 동굴로 피신한 무어인 마법사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마법사는 죽었지만 그의 말과 무기들은 여전히 주문에 묶인 채 남아있는데 해뜨는 정오까지만 효력을 발휘하는 그 말과 무기들은 오직 무슬림만이 사용할 수 있단다. 무슬림 올빼미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톨레도 근처를 지나다 산 속 동굴에 들어가 오랫동안 서 있는 마법에 걸린 아라비아 준마와 페스의 장인이 만든 언월도 그리고 마법의 황금 갑옷을 보았다는 것이다. 동굴에 관한 올빼미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왕자는 올빼미와 함께 동굴로 향했다. 영원히 닳지않는 기름으로 밝히는 동굴 안에서 페스의 장인이 만든 언월도와 마법의 황금 갑옷 그리고 아라비아 준마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자는 톨레도의 기독교 왕이 주관하는 마상 시합에 '사랑의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기로 하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아라비아 군마는 왕자를 태우고 경기장을 누비며 부딪히는 모든 것을 넘어 뜨렸다. 심지어 알데곤다 공주의 아버지인 기독교 왕까지 공격하였다. 마상시합 경기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그때 태양이 자오선에 이르자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아라비아 군마는 가볍게 타흐강을 건너 왕자를 동굴에 데려다 놓고는 제자리에 동상처럼 원래대로 섰다. '사랑의 순례자'란 이름으로 아라비아군마를 타고 출전한 왕자의 소동으로 톨레도의 마상시합은 중단되었다. 알데곤다공주는 의식을 잃고 궁으로 실려가고 톨레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마상시합이 그렇게 끝난 후부터 공주는 지독한 우울증으로 식음을 전폐하자 왕은 누구든 공주를 낫게하는 자에게 왕실의 보물 중 가장 고귀한 것을 주겠다는 공표를 했다. 다음 날 왕자는 공주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 온 아랍인 주술사로 변장하고 톨레도 궁전으로 찾아갔다. 창백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공주 앞에서 왕자는 그라나다 헤네랄리페에서 비둘기에게 보냈던 자신의 열정을 고백한 편지의 시구를 읊었다. 눈을 감고 있던 공주는 그 시를 알아듣고 볼에 홍조를 띄었고, 입술에는 핏기가, 눈에는 이슬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공주가 생기를 찾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톨레도 왕은 왕자를 궁전의 주치의로 임명하며 원하는 보물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왕자는 양탄자가 들어있는 백단향 나무 상자를 원했다. 그 양탄자는 아주 옛날 예루살렘 몰락후 유대인이 톨레도로 피난 오며 가져 온 " 솔로몬의 양탄자"였다. 왕은 수 많은 보물을 두고 낡은 양탄자를 요구하는 것을 의아해 하며 백단향 나무상자를 주었다. 상자에서 "솔로몬의 양탄자"를 펼쳐놓은 왕자는 왕에게 공주와 몰래 사랑을 해왔다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양탄자는 공주와 왕자를 싣고 날아 올라 궁전을 떠나버렸다. 그러자 왕은 군대를 소집하여 공주를 찾아 출발했다. 왕은 그라나다에 도착하자 공주의 귀환을 요구하는 전령을 알함브라로 보냈다. 전령이 알함브라로 떠난지 얼마 지나지않아 그라나다 왕이 직접 신하를 대동하고 톨레도 왕을 맞이하러 왔다. 톨레도 왕은 그라나다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라나다 왕은 양탄자를 타고 공주와 함께 날아간 아랍인 떠돌이였다. 알데곤다 공주와 함께 솔로몬의 양탄자를 타고 그라나다로 돌아온 왕자는 아버지가 승하하자 그라나다 왕위를 계승하였고 공주는 그라나다의 왕비가 되었던 것이다. 톨레도 왕은 자기 딸이 신앙을 그대로 지키면서 그라나다 왕비가 되었다는 사실에 쉽게 마음이 풀렸다. 알함브라에서는 축제와 연회가 열렸고 톨레도 왕은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젊은 왕과 왕비는 행복하고 현명하게 그라나다를 다스렸다.
-- 워싱턴 어빙 Washington Irving의 "알함브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