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 시인광장 2020년 1월호 신작시(통호 제129호) |
알卵의 분화
김혜천
어떤 상태로든 분화할 수 있지만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로
이미 분화된 기관들과 공존한다
먹고 자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쓰고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 일상의 파노라마
일상은 분화의 터전이다
막막하기만 한 미지의 영역도
한순간도 떠난 적 없는 매일매일에 속한다
물이 대지의 구석구석을 흐르면서 사물을 일으키듯
신체는 몸의 각 기관을 흘러 다니는 힘에 의해 분화되고
하나의 사건 일어날 때마다 새롭게 셋팅된다
한순간도 멈추어 있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자 하게 하는 힘,
무엇을 욕망하는가가 만들어 내는
그 무엇,
매 순간 제로에서 출발하고 도착점이 없는
다음 발을 내딛는 현장이다
힘 있는 자들이 만들어 낸 유기체를 저항하는 힘
고정된 문화의 지층에서 탈출하는 힘이다
알卵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의해
끝없이 분화하는 기관 없는 신체이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웹진 『시인광장』 2020년 1월호 발표
김혜천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15년 월간 《시문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윤동주서시문학상 제전위원.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첫댓글 그대의 시에서 노마드가 자주 등장합니다.
떠나보고 시프신가요?
그대의 몸 속에서 분화하고 있는 미지에 대한 동경?
시 속에 답이 있어요
유목민의 자세는 시인이 견지해야는 자세입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끝없이 새로움을 찾아가는 여정...
그렇다고해도 같은 시어를 반복해서 등장시키는 건 자기표절이겠지요~~ㅎ
자기표절
그렇군요 표절의 다른 해석
"자주 등장" 잘 지적해주셨어요.
시집 낼 때는 다 골라내또 다른 시어로 수정해야합니다.
잘 계시지요?
짝지기와 따듯한 겨울 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