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식 정치가 유지되고 위험한 이유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안철수 원장으로 인해 여야 정치권의 대선일정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여야의 유력주자, 일정 등이 어느 정도 확정된 채 내부 경선 준비에 들어가 있을 정치권이 안철수 변수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달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ㆍ야를 넘나들며 모호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는 안철수로 인해 그가 최종순간 ①여 ②야 ③완주 세가지 선택 중 어디로 갈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그가 최종 선택하는 쪽이 결국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기정 사실화 되어있다.
특히 야권은 현재로서는 그의 결정만 내다보며 정치일정을 연말 대선까지 확정 짓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번 총선에서의 야권의 패배로 안철수 없이는 야권 내부에서도 대선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권 또한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안 변수』 때문에 대선 막판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선이 끝났음에도 『안철수 변수』가 클리어되기는 커녕 대선 향배를 결정하는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대선 예측이 더욱 암흑 속에 빠져들고 있다.
2. 그간 내가 줄곧 제기해 온 안철수 바람의 배후에 MB 세력이 있다는 근거가 맞는다면 대선의 향배는 결국 MB가 결정짓게 된다.
실제로 지난 9월 초 서울시장 주변에서 안이 첫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8개월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안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권력의 비호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카이스트, 서울대 등 대학 내의 파격적 지위와 초라한 학문적 성과의 대비, MB 정권 내 각종 다수 위원회들의 요직을 맡으며 사실상 현 정권의 정책 기획자로서의 역할, 그의 회사 사업에서의 공공기관 발주 및 지원 비중, 다수 언론의 의도적 띄워주기, 그의 회사 주식 가격등락과 그의 정치 참여의 연계성, 주식 상장 이전 그가 행해온 각종 편법적 주식발행(BW, 액면분할, 무상 증자) 등과 주식과 벤처 비리연관 검찰수사 설, 간염진단서 제출설 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저토록 멀쩡한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야권과 진보진영 2040 세대 다수는 안을 현재의 암울한 한국정치 현실을 구원해 줄 구세주로서 목메고 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이 어떻게 MB 정권심판을 내걸고 대선을 뛸 수 있을지 이 논리적 모순을 알고나 저러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3. 야권이 자력으로 승리가 불가하면 지금부터라도 집을 허물고 새로이 건축하고 새 인물로 새 이슈로 싸워야 하는 게 원칙이다.
마치 안이 도저히 여권에 가지는 못할 테니 결국 야권 대선후보와의 최종 단일화를 통해 야권 후보가 되거나 야권 후보의 땔감이 될 것이라는 『저 막연한 기대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권 또한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권의 총선 승리 이후에 오히려 안의 대선출마가 거의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친이 대선주자들의 경선 참여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안 주변에 제3지대 인물들이 모여든 상황이 뭘 말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MB가 절대로 박근혜 위원장을 순순히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로써 할 수 있는 최상의 상황은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승부수를 끝까지 유지하며 그것으로 끝을 보거나 그 카드를 캐스팅 보트로 사용하는 것이다.
MB로서는 안의 정치 참여 여부가 펜딩(유예)되는 기간만큼 여야 정치권이 결정적 대세론을 가지지 못하고 모호하고 취약한 상태로 유지되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어느 쪽으로 쓰든 현재의 여야 정치구도를 깨뜨리기 전에 안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만약 안이 현재의 가장 유력한 가설대로 야권 전체의 최종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위한 마지막 플레이오프를 한다고 치자. 이때 만약 안이 진다면 2002년 노통- MJ 단일화 때 MJ의 모습처럼 소멸되고 말 것이다.
안은 프로 정치인이 아니기에 처음 나와서 얼떨결에 바로 당선되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차기 대선출마를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할 것이다. 또 노회한 정치권에서 그가 차기 대선을 지향하도록 그냥 두지도 않을 것이다.
4. 따라서 안이 야권과의 단일화에 나선다는 전제는 안 쪽으로 100% 단일화가 가능할 때나 가능하다.
즉, 단일화 방법, 사전예측에서 거의 완벽히 안의 승리가 예측될 때만이 안이 단일화에 응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되기 위해서 나온 것이지 말하는 것처럼 정치권을 자극시키기 위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가 정치에 관심 있는 이유는 정치권 내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는 식으로 정치권에 책임 전가해 왔다.
전세계 통틀어 기업인이 정치인이 풀어질 까봐 『미꾸라지 통의 메기역할』을 하기 위해, 정치권 자극을 위해 정치권에 나온 예를 보지 못했다.
현재 자신의 애매한 행보를 합리화하기 위해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도를 넘는 말을 하고 있다. 여기서 웃기는 것은 안이 저런 정치권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함에도 여야 정치인 어느 누구도 안을 대놓고 나무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에 아직도 목을 빼고 『백신역할』 운운하며 구애하는 야권이나 치명적 라이벌을 향해 『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게 훌륭하다』고 말하는 측이나 안의 멘토를 당내에 불러 훈계를 들은 여당의원의 모습을(핵심 친박까지도 있다) 보면서 안이 정치를 우습게 여기게도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안은 자기가 이기지 않는 경선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한다면 100% 승리가 확신될 때일 것이다.
안이 야권 단일화에서 승리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예측할 때 대통령 당선이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야권 전통지지표와 야권에 회의를 느끼는 중간 성향 표가 합쳐지는데 어찌 이기지 않겠는가? 나는 만약 이렇게 될 경우는 『안철수 정권의 창출』이지 『야권단일화 정권의 창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에 따라 정치가 좌우되는 것이지 정당이 대통령을 좌우하지 못한다.
민주당에서 낳은 노통도 결국 자기 정당을 만들어 나가지 않았는가?
따라서 이런 경우는 야권이 생각하는 대로 과연 『정권교체』가 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5. 대선후보 단일화에는 배경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
야당의 텃밭에 안이 혼자 들어가 단일 후보가 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 단일화 경선 때의 안철수처럼 외부지원 세력이 있다면 승리도 가능하다.
MJ는 야권 텃밭에 홀로 들어와 단일화 여론조사를 했기에 당연히 패배했다.
따라서 안철수의 뒤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이것이 계속 유지 된다면 작년 서울시장 경선 때처럼 어설픈 야권을 녹여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야권이 기대하는 안철수를 포함한 최종 단일화의 이면에 숨은 이러한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안과의 단일화가 과연 무조건 바람직한 건지 정권교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지 정치공학적으로 안과의 단일화에 의한 100% 승리를 외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역학 관계를 자세히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세력끼리 승리를 위해 손 잡는다는 공식은 항상 마가 따르기 마련이다.
6. 여권도 마찬가지이다. 안철수는 현재 박근혜의 최대 정치적 장애물이다. 그가 없이 여야 정치권이 일대일로 붙는다면 장담은 하지 못하지만 후보구도에서 승리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러나 안철수 변수가 상존하는 한 대선 결과는 최종순간까지 안의 선택방향에 따라 예측불허다.
안 때문에 MB와의 차별화에 나서는 시점도 최대한 미뤄야 하고 유력 후보에 쏠리는 인적 물적 자원도 지연될 것이다. 한마디로 대세론이 상당기간 쉽게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여권내의 반란자들도 끝까지 안 변수를 내다보며 박 측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MB와 안 과의 관계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이에 따른 안철수 검증 시점의 유예 때문에 고민할 것이다. 때로는 속에 없는 안에 대한 찬사도 해야 되고, 비위도 맞춰야 한다.
혹 안이 창당해 끝까지 3자 대결로 가거나 여권 지지를 선언할 조그만 가능성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3자 대결이 되면 여권에 유리하겠지만 정계개편이 되는 3자 대결이면 이 또한 예측불허다.
7. 이러한 소심하고 정치 공학적 판단이 앞서고 여야 정치권의 무능함과 비겁함이 안철수 생존의 최대 자양분이다.
그는 야권 성향인 듯 하며 야권의 인맥을 관리 하면서 가끔씩은 안보 등에 있어 여권 성향인 듯한 이미지도 내비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혐오를 느낀 여야 어디에도 쉽게 지지하기 싫은 제3지대 유권자들 때문에 정치권, 언론의 안에 대한 적극적 검증이 없다면 그의 지지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10월이 넘어가면 대선후보에 대한 치명적 약점이 나와도 두세 달 버티고 넘어갈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막판에 터진 폭로에 타격 받아 좌초된 유력후보는 없다. 공고한 지지자가 있고 여야로 패가 갈려있다면 아무리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폭로나 검증이 터져도 뭉개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안철수의 정치적 멘토가 내 생각대로 MB라면 이 노하우만큼은 누구보다 탁월한 것이다.
안은 벌써 8개월을 그럭저럭 최소한의 20%대 지지율과 양자대결 위력을 보이며 잘 버텨왔다. 최대고비 총선도 적당히 잘 넘겼다.
남은 8개월도 지금처럼 버티어 간다면 그리고 여야 정치권이 고리타분하고 지리멸렬한 국민적 혐오를 양산한다면 마지막 스퍼트 시점을 최대한 늦춘 뒤 막판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 또한 여ㆍ야 어느 누구도 안에 대해 검증의 칼날이나 공격을 삼가고 있다.
지금까지 안의 기획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정치테마 주 안랩 주식 투자자들 덕분에 사실상 공돈으로 번듯한 기부재단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숨은 후원자(?)도 아직까지 예상외로 각종 의혹에도 꿋꿋이 잘 버티고 있다. 우리는 누구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체를 모르고 있다.
여기에 다수 언론 또한 누구의 말처럼 아바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안원장은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은 항상 다수와 다르게 생각하는 극소수 때문에 바뀔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그는 안랩 BW 저가발행 의혹을 제기하는 나의 질문에 아직도 공식적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나는 월요일에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를 다시 하겠다. 언론과 정치권이 비겁하니 나라도 나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