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양면 원포리 굴구이 집을 찾아... "맛이 쌈빡해요" 조찬현(choch1104)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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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 무더기로 쌓인 굴껍데기, 밧줄에 매인 어선이 한가롭다. |
ⓒ 조찬현 |
여행하는 자만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번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떠나보면 어떨까. 우리 산하 어디든 좋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맛을 찾아 떠나보자. 여수 화양면 원포리의 원조 굴구이집이다.
여수 도원사거리에서 백야 화양방면, 22번 국도에는 노란 은행잎이 가을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용주리 진입로에 다다르기 전 산자락에는 억새와 갈대가 한데 어울려 살고 있다.
굴구이집으로 가는 길 입구에 들어서자 바다가 보인다. 잔잔한 너울 속에 은빛 금빛으로 부서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저 멀리 지평선에는 배가 한가로이 떠 있고 바다새가 수면 위로 낮게 날아간다.
진입로는 차 한 대만이 지나갈 정도로 좁다랗다. 구부러진 도로에서는 가볍게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야 한다. 산길을 지나자 바닷가에 원조 굴구이집이 보인다.
경치가 아름답다. 밧줄에 매달린 어선은 떠나자 보채고 바다에는 작은 고기들이 유영을 한다. 바람에 실려 온 갯냄새에 취해 찾아간 모퉁이에는 할머니 세 분과 할아버지 한 분이 굴 종패 작업을 하고 계셨다. 굴껍데기 한가운데 구멍을 뚫고 줄에 꿰어 바다에 넣어 두면 자연적으로 종패가 붙는다고 한다. 이 종패를 건져내어 다시 줄에 꿰어 양식장 말뚝에 묶인 원줄에 세로로 매단다.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고 있던 김종심(60)할머니는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툭 한마디 던진다.
"옛날 구닥다리를 신문에 올려 놀라요?"
"할머니 아주 멋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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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팔이 하도 아픈께 못살어!" 하시면서도 손놀림은 쉼없이 이어진다 . 굴 종패를 줄에 꿰고 있다. |
ⓒ 조찬현 |
박대홍(72) 할아버지는 종패 작업을 하는 짬짬이 낚시대를 드리워 놓고 낚시를 한다. 망둥어가 제법 잡힌다. 입질을 한다. 낚아채자 이번에는 허탕이다. 바다에 사는 수초 진지리(잘피) 풀이 걸려 나온다.
"이거 옛날에는 뿌리를 캐서 시장에 내다 팔았어요."
뿌리와 연한 잎 부분은 간식거리로 먹었는데 약간 말려 먹으면 단맛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대나무뿌리를 닮은 뿌리는 달콤하고 맛있다. 먹은 후에는 혓바닥이 밤색으로 변한다. 아이스크림 '죠스바'를 먹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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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이 줄에 꿰어 놓은 종패를 나르고 있는 박대홍 할아버지 |
ⓒ 조찬현 |
"아이고 못 살어! 못 살어!"
"팔이 하도 아픈께."
아침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한다. 작업량에 따라 일당이 주어지기 때문에 쉴 새가 없다. 한푼이라도 더 벌 요량으로. 일손이 늘 부족하단다.
"누가 이런 걸 하겠소."
"지금은 전부 다 회전의자에서만 놀라고 그랑께" 할아버지가 한마디 거든다.
"앞으로 큰일이요. 일할 사람이 없어서..."
할머니는 엉덩이에 못이 박혔다. 온 몸이 쑤시고 결리고 아프단다.
옆 건물로 가자 김순엽(74)할머니가 쪼시게(조새)로 굴을 까고 있다. 이름을 묻자 대뜸 "잡아갈라고 그라요." 웃으신다. 좀 전에 할머니도 똑같은 얘길 하시더니.
"굴 한번 잡숴보세요." 권한다.
"입에 넣은 뒤 굴을 쪽 빨아 갱물을 뱉아내고 드세요."
"한번 묵으면 자꾸만 묵고 잡소~잉!"
입안에 굴 향이 가득하다. 계속 입맛이 다셔진다. 아~정말! 어느새 또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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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에게 내놓기 위해 잘 다듬어 놓은, 굴 구이용 싱싱한 굴 |
ⓒ 조찬현 |
굴구이집 식당으로 들어섰다. 군 수협 포스터 내용이 눈길을 끈다.
여자를 위하여 남자가 먹는다.
굴은 인공 정력제보다 더 좋은 자연 정력제-
남자에게 활력을 주는 스테미너 식품입니다.
남자를 위하여 여자가 먹는다.
굴은 인공 화장품보다 더 좋은 자연 화장품-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건강 미용식품입니다.
원조 굴구이집의 김종배(60)사장은 30년간 굴양식을 했다. 원활한 굴의 판매를 위해 굴구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굴구이의 제 맛을 내기 위해 고심한 김사장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스테인레스 사각판 안에 물을 붓고 굴을 통째 익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구이와 찜의 중간 형태다.
굴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에너지의 원천인 글리코겐과 성호르몬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Zn)과 타우린, 셀레늄, EPA, 비타민E 등이 다량 함유되어 영양이 아주 많은 식품이다. 남성에게는 강장 강정식품으로 여성에게는 비만방지와 더불어 피부미용에 아주 탁월한 효과가 있다.
생굴은 새콤한 초장에 콕 찍어 먹고 구이는 그냥 먹는 게 맛있다고 한다. 굴 구이 4인 기준 한판에 1만5000원, 굴죽은 1천 원이다. 부산에서 계모임 때문에 여수에 왔다가 이 곳을 찾았다는 조영근(34)씨는 굴 맛이 한마디로 "쌈빡하다"고 한다. 너무너무 맛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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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왔다는 조영근씨 가족과 그 일행들... 아이들도 굴 구이를 참 좋아한다.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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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 맛이 한마디로 "쌈빡하다"고 한다. 최고로 맛있다는 얘기다. |
ⓒ 조찬현 |
이 곳 굴 구이는 스테인레스 사각판에 넣고 가열하여 김이 모락모락 나면 뚜껑을 열고 까먹는다. 굴이 뜨겁기 때문에 한손에 장갑을 끼고 칼을 사용해야 한다. 굴은 적당히 가열해야 한다. 너무 구워지면 수분이 증발해 맛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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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익은 굴 구이를 먹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
ⓒ 조찬현 |
굴을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굴죽이 나온다. 아주 특별한 맛이다. 굴죽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주방에 살짝~.
- 쌀을 물에 담가 적당히 불린다.
- 양파, 당근, 쪽파를 송송 썰어 미리 준비해 둔다.
- 불린 쌀과 굴, 양파, 당근을 넣고 센불에 한소끔 끓인다.
- 참기름과 쪽파를 넣고 다시 끓인다.
- 소금과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이렇게 하면 맛있는 굴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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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펄 끓고 있는 굴죽이 먹음직스럽다. |
ⓒ 조찬현 |
밑반찬은 하얀 물깍두기와 잘 익은 배추김치가 나온다. 갓김치가 덤으로 나오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에 아주 저렴하고 좋다. 굴 맛에 감동하고 굴죽에 감격한다. 맛이 예술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첫댓글 [찾아가는 길]
(화양 원포점)
여수시청- 도원사거리- 백야 화양방면 22번국도- 화양농공단지- 장군주유소 삼거리- 남해수산연구소방향- 원포마을좌측- 원조 굴구이집(입구에서 700m)
(여수 소호점)
여수시청- 도원사거리- 소호요트장- 400M- 원조굴구이 소호점(우측)
출처: 조찬현 기자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