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되고 싶다 임보 나팔바지에 찢어진 학생모 눌러 쓰고 휘파람 불며 하릴없이 골목을 오르내리던 고등학교 2학년쯤의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네거리 빵집에서 곰보빵을 앞에 놓고 끝도 없는 너의 수다를 들으며 들으며 푸른 눈썹 밑 반짝이는 눈동자에 빠지고 싶다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등교 길 마침내 달려오는 세라복의 하얀 칼라 '오빠!' 그 영롱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토요일 오후 짐자전거의 뒤에 너를 태우고 들판을 거슬러 강둑길을 달리고 싶다, 달리다 융단보다 포근한 클로버 위에 함께 넘어지고 싶다 네가 떠나간 멀고 낯선 서울을 그리며 그리며 긴 편지를 지웠다 다시 쓰노라 밤을 새우던 열일곱의 싱그런 그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시집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시학. 2014
첫댓글 단이 님의 고운 목소리를 듣자 다시 옛 청소년기가 그리워지는군요. 고맙습니다.
낭송으로 임보 선생님의 시를 들으니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목소리 넘 좋으네요.
첫댓글 단이 님의 고운 목소리를 듣자 다시 옛 청소년기가 그리워지는군요. 고맙습니다.
낭송으로 임보 선생님의 시를 들으니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목소리 넘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