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무靑山舞 임보
푸른 산 속 개울가 큰 너럭바위 위에
휘청거리며 움직이는 한 사람이 있네
짚신에 누더기 걸친 백발의 늙은이
한 손엔 청려장 또 한 손엔 호리병
불그레한 얼굴에 들썩이는 어깨
흔들리는 품새로 보아 춤을 추나 보네
앞으로 몇 걸음 다시 뒤로 몇 걸음
좌로 몇 발짝 또 우로 몇 발짝
넘어질 듯 일어서고 쓰러질 듯 살아나고
호리병에 매달렸다 지팡이에 의지했다
밀고 당기며 끊어질 둣 이어지는
느리게 뒤뚱대는 게으름뱅이 춤사위
청려장의 장무杖舞요 호리병의 병무瓶舞로세
근심 떨친 무애무요 불로장생 선무로다
개울물의 현금소리 딱따구리 비파소리
청설모도 들썩이고 청노루도 껑충이고
흰구름도 너울너울 청솔가지도 휘청휘청
얼씨구나, 온 청산이 신명난 춤판일세.
-임보 <청산무> (도사출판움, 2020)
첫댓글 시집 『청산무靑山舞 』 감사히 받고 정성껏 읽었습니다.
언제나 건강 하십시요.
고운 목소리에 실어주시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