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프로이트는 오늘날 심인성 의학의 토대가 되는 '히스테리의 병인'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논문을 정신치료 및 신경학회에 제출했다. 그는 노이로제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병인을 명백하게 밝혀 냈다고 생각했다. 여성 환자들이 어렸을 때 성적인 학대를 받은 적이 있고, 그 같은 폭력적인 경험이 원인이 되어 평생 정신병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올바른 관찰결과는 당시 심리치료사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이트의 주장은 '과학나라 동화 이야기'로 치부 당했으며, 의료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다. 그는 자신이 의료계로부터 추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료계의 일원으로 복귀하기 위해 그는 중요한 진실을 스스로 왜곡해야만 했다. 그래서 창조된 개념이 '오디푸스 콤플렉스'이다.
프로이트를 연구한 매슨은 [진실에 대한 공격]에서 이 사건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프로이트가 남성 사회를 만족시키는 관점을 영속화시키기 위해, 잘못된 관점을 지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데에 큰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볼 이유는 충분하다. '과학이 그 자체로 순수하게 과학일 수 있는가!' 순수한 청년 프로이트는 과학의 이름 앞에 굴복했으며, 이것은 숨겨진 역사로 남았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이란 있을 수 없음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보기가 되었다.
각종 이해관계와 사회적 지배 이데올로기, 이윤에 대한 탐욕 등 진실을 왜곡하고 뻔뻔스럽게도 거짓말을 과학인양 제시하는 이 세 가지 구조는 실제적인 과학적 진실이나 실증된 구체적인 현실보다 더 중요하며 언제나 앞서 나간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례는 의학의 역사에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한 가지가 자궁은 몸 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는 주장이다.
계몽주의가 끝나기 이전까지 존재했던 이 황당무계한 상상력은 과학적 기술과 지식의 수준이 저열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것이 아니다. 가부장제에 대한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가 이 억지주장을 합리적인 상식(?)으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많은 경우 비합리적인 상식이 과학적 진실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리적인 상식에 배치되는 과학적 진실은 일언지하 거부되고, 무자비하게 탄압 받아야 했다.
중세 때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아야 했던 것처럼, 현대에는 제약회사의 이윤을 위협하는 암 치료제의 개발이 용납되어서 안 된다. 1998년 3월 5일자 주간 [한겨레 21]에 실린 '돈 욕심이 암 환자를 죽인다'는 제목의 기사는 그래서 진실의 일면을 담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식은 길거리의 쓰레기와 같다"고 일갈한 바 있다. 의학적 상식은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네 명 중 한 명이 오진이라는 사실과 AIDS 이론이 아무리 좋게 봐줘도 가설에 불과하다는 명백한 사실은 '끔찍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둘 다 끔찍하게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세계적인 의학자인 이반 일리히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정확하다. HIV 감염 판정은 HIV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내릴 수 있다. 그러나 HIV는 터무니없는 가설임이 증명되었다. 멀쩡한 사람이 HIV 감염자 혹은 AIDS 환자가 되는 현상은 너무나 흔하다. 199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케리 뮬리스 박사는 이 현상을 개탄하며,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갈릴레이를 재판정에 세우고, 브르노를 산 채로 불태워 죽였던 것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던 기독교인들이었다.
이들의 근거는 성경에 있었다. AIDS 환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제약회사와 의사, 과학자들이다. 이들의 근거는 HIV이다. 그러나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듯이 HIV 역시 현대과학의 성지에서 쫓겨나야 할 때가 왔다.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과학적 진실은 합리적이고 진실에 기초했을 때만이 의미가 있다. 엉터리 HIV 혈청 테스트를 발명한 공로로 억만장자가 된 로버트 갤로 등 편견과 탐욕으로 얼룩 진 과학적 진실은 그것을 제공하는 제약회사, 의사, 과학자들만의 과학이고 진실일 뿐이다. 그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양식 있는 사람은 이 점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