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드리는 행시, 소운/박목철
계묘년을 맞이하며 뭔가 글 한 줄 못 쓰고 새해를 맞이하기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글쟁이는 주변이 바뀜에 호들갑을 떠는 게 정상이라고 할 만큼 변화에 민감하게 마련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놓치지 않음은 물론이고 비가 오거나 낙엽이 지거나 다 글쟁이에게는 범상한
일상이 아니다. 하물며 한 해가 가고 오는데 무심하다면 글쟁이라고 하기가 그렇다.
문득 돌아보면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과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다를 것도 없이 반복되는 지구의 공전에 불과한 것에 의미를 붙여 이렇고 저렇고,
흐렸다 개었다 감정의 널뛰기들이 돌아보면 치기 어린 행동이 들킨 것 같아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한 해를 보내고 맞음을 돌아보면, 임인년을 맞이할 때 호랑이에 붙였던 온갖 찬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쁜 의미로 비하돼 떠나보내고, 계묘년에는 다시 미사여구가 동원돼 토끼에 희망을 거는 게 인생사
아니겠는가,
물소리 바람 소리 발간 이후 다니던 회사의 사보 편집팀에서 연락이 왔다. 사보에 소개하고 싶다고,
권위를 자랑하는 사보의 편집팀답게 물소리 바람 소리에서 -진눈깨비- 라는 글을 발췌해 내었다.
소운에게 골라달라고 했어도 진눈깨비를 선택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비롯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글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동우회에서 연락이 왔다.
동우회 신년 하례회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축시를 써 낭송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다.
행시를 써 동우회 소식지에 싣고 신년하례회에 나가 엉성한 실력으로 낭송도 했다.
해마다 여러 카페에 신년시를 잊지 않고 올렸는데 올해는 본의 아니게 많이 늦었다. 신년하례회에 낭송도
하기 전에 글을 올리는 게 도리가 아닌 듯 해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해가 바뀜을 입춘을 기준으로 한다.
아직 입춘 전이니 하는 변명으로 이해해 주십사는 부탁을 드리는 바이다.
壬寅年을 넘어癸卯年을 힘차게 열자 소운/박목철
임인년을 맞으며 올해는 제발
인연 끊기는 아픈 일들이 없었으면
년초부터 빌었지만 허망하게 한 해를 보냈다
을(乙)들이 덜 아픈 세상을 만들자는 소망은
넘지 못할 아득한, 또 꿈이어야 만 하나
어둠이 걷히고 여명(黎明)이 밝아오듯
계묘년 순한 토끼가 쫑긋 귀를 세웠다
묘수(妙手)가 있을 리 없다는 포기와 절망은 거두자
년년이 이어온 역사의 흐름에서 희망을 놓은 적 있더냐?
을러대는 역병도, 죄어오는 여러 어려움도
힘을 모아, 뜻을 모아, 함께 한다면
차례차례 봄눈 녹듯 스러지리라
게으름도 미망(迷妄)도 임인년 호랑이 등에 실어 보내자
열심히 지켜 온 꺼지지 않는 불, 사람 사는 따사한 온기
자랑스러운 마음을 모아, 불씨를 활활 살려보자!
밑줄 부분 원문과 다름,
첫댓글 안녕하세요 작은구름님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
네, 고맙습니다.
https://im.newspic.kr/0q1bgY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