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초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사람은 그 사랑의 행적을 통해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그 사랑과 함께 우리의 생명도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다(제1독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생명이 되었다. 병고로 신음하는 생명은 하느님의 아드님께 있는 사랑과 생명으로 복구될 수 있음을 믿고 탄원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랑과 생명을 지니고 계시는 아드님께서 손을 내미시어 간청하는 이를 치유하신다. 사랑의 생명이 된다(복음). 제 1 독서 <성령과 물과 피>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5,5-13 사랑하는 여러분, 5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6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만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신 것입니다.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곧 진리이십니다. 7 그래서 증언하는 것이 셋입니다. 8 성령과 물과 피인데, 이 셋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9 우리가 사람들의 증언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증언은 더욱 중대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하느님의 증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에 관하여 친히 증언해 주셨습니다. 10 하느님의 아드님을 믿는 사람은 이 증언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는 하느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에 관하여 하신 증언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1 그 증언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12 아드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의 아드님을 모시고 있지 않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13 내가 여러분에게, 곧 하느님의 아드님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 늘 의 복 음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2-16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15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1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나병은 한번 손상된 신체가 다시 복구되지 않는 악성 피부병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거나 눈썹이 빠지며, 코와 입이 문드러져 얼굴이 변형되어 사람 형상이라 보기 힘들 정도다. “나는 사람이 아닌 문둥이올시다.” 했던 시인 한하운의 말 그대로다. 그 가족은 제 피붙이이지만 동네로부터 격리시켜 죽음을 기다리게 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원망 말라. 하늘이 내린 병이라는데 어쩌겠느냐?’ ‘하늘이 내린 병?’ 나병 환자는 귀가 번쩍 뜨였다. ‘아, 길이 있다! 하늘이 내린 병이라면 하늘이 보낸 이가 낫게 할 수 있는 거다!’ 벌떡 일어난 그는 단숨에 쫓아가 예수님 앞에 엎드렸다. “하늘이 보낸 분이시여, 하고자만 하신다면 저를 깨끗이 낫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손끝에서 천상의 자비가 전해졌다. “깨끗하게 되어라!”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라 했다(마태 16,19 참조). 하늘이 내린 병은 하늘에 약이 있고, 인간의 마음에서 생긴 병은 마음을 바꿈으로써 치유한다. 욕심 부려 얻은 번뇌는 욕심을 버림으로써 풀고, 분노로 생긴 화병은 체념과 자비심으로 치료한다. 섭생이 잘못되어 얻은 병은 좋은 음식과 식습관으로 고치게 될 것이다. 부부간의 단절은 대화로 풀고……. 불치병이란 본디 없다! 나병 환자는 깨어 있었기에 치유될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치유의 길은 분명 있다는 점을 깨침으로써 그 길을 찾은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불행하게도 자신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어떻게 생긴 병인지를 모른다. 치유의 길을 알지 못한 채 죽어 간다. 나병 환자에게서 배우면 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