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숨의 선물- 경계없음의 나를 받아들임
지난 9월 트숨의 장면 속 "나를 찾았다!" 이 문장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펼쳐진 장면은 작년 트숨 첫 브리딩 때 나왔던 것과 같은 비전이었다. 황량한 사막 위에서 태양을 향해 빌고 있었던 장면. 시간이 지나, 지난달 다시 펼쳐진 이 장면 속에서 작년 첫 브리딩 때 내가 빌던 그 태양은 내 얼굴이 되어있었다. ‘시작과 끝’- 가슴은 언제나 같은 말을 하고 있었구나. 처음이자 끝, 그러기에 다시 내게 새로운 시작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이다.
1년 9개월의 트숨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냥 그게 너야!', '널 믿어도 괜찮아!'를 만나기 위한 긴 여행이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네 안에 달이 있다.', '태양에 네 가족이 있다. 그 가족은 네 가슴에 있다.', '내 고향은 가슴이다.'라는 다양한 문장들을 통해 체험들은 계속해서 돌아올 곳으로 내 가슴을 가리켰다. 이어 끊임없이 태양-지구, 하늘-땅을 오고 감의 체험을 통해, 우주이자 한 알의 모래 알이 되어버리는 비전을 통해, 성녀이자 창녀가 되는 체험을 통해, 천사이자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또한 트숨의 안팎으로 이 현실의 공간에선 다양한 의식의 차원의 층에서 역할에 따라 펼쳐지는 내 존재의 표현의 모습들을 통해 내게 같은 말을 해오고 있음을 알았다. '그 모든 게 너다!'라고 말이다.
이는 때론 내면의 메시지로 종종 원형적인 이미지로 과거의 장면들로 이곳 현실에서의 생생한 장면들로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히 내게 같은 말을 해오고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난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그동안 트숨을 통해서 무얼 했던 것인지 이젠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존재인지 그래서 왜 아팠는지에 대한 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계없음의 나를 받아들였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난 가슴을 중심으로 위아래의 세상에 대한 경계가 없었다. 극단적으로 트숨을 예로 들면, 나는 트숨의 공간과 이 밖을 나간 현실에 대한 경계를 나누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나누기 싫어하는 사람이고 또 다른 차원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구분을 나누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상이 내겐 현실이고 이 현실을 이상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 나다. 그리고 이상의 기준은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가슴이다. 난 가슴을 중심으로 구분된 경계된 세상들의 인식에 대하여 양보할 생각이 없다. 아니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는 내 믿음이라고도 부를 수 있고 그냥 그게 나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이런 나를 알게되니 그동안 어린 시절부터 겪어왔던 고통의 원인들을 알게 되었다. 이 사회 속, 떠오르는 대로 표현하면 구분된 사회 속에서 가슴의 이상을 가지고 살자니 혼란스러움이 많았던 것이다. 예로 들면 ‘내게 사랑은 이거야!’, ‘연대는 이거야!’, 저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이 현실을 모르는 난 바보였던 것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혼란스러웠고 나만의 방식으로 늘 세상과 항상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맞는데?' 특히 이에 불을 붙인 건 고등학교 회장 선거 때의 낙선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온전히 나로서 있었을 때 즉 가슴으로 2년간 지내며 많은 사랑들을 받아 그 힘으로 당당히 ‘이곳을 바꾸겠다!’ 회장 선거에 나갔지만 현실에서의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곳은 지극히 현실적인 외고였고 난 이들에게 진로 대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야?', '꿈은 뭐야?'라고 묻는 눈치 없는 소녀였다. 그리고 공부 대신 사랑을 외치는 바보였던 것이다. 난 대쪽을 당했다. 겨우 회장 선거의 낙선이 네겐 아픔이었냐-를 스스로도 지금까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지만 이젠 안다. 이는 가족들로부터 받아온 고통, 성적인 트라우마들, 사회에서 규정하는 아픔들보다 더 깊은 아픔이라는 것을. 그것은 내겐 인간적 차원의 트라우마가 아니라 존재적 차원의 트라우마였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드러냈을 때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첫 상처, 내가 나로서 살 때의 첫 실패와 거절감이었다. 그 뒤로 어린 내게 세상은 언제나 배신당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것은 이로 인해 세상을 깊이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온전한 나를 이해 받지 못 할까봐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는 것을.
내 세상만이 전부라 쉽게 믿고 있던 나. 여기에는 생애사적인 것도 섞여 있다.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 내 유일한 도피처는 낭만과 이상향의 세계였기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실어주며 그것은 나의 전부였다. 그런 내게 낙선의 상처는 존재를 움츠러들게 했고 그러기에 세상은 두렵고 속으로는 '뭣도 모르는 것들!'이라며 깔보고 인간, 세상에 대한 불신의 시작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는 나를 감추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아무것도 모르지.',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지.'라고 깔보며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그 깊은 곳에 두려움을 숨기며.
이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혼자 외로워하고 세상을 왕따시키고 도망쳐왔다. 사람, 세상에 내 기대가 좌절되고 실패될 때마다 화내고 도망쳤다. 사실 들어갈 힘도 없었다. 무서웠다. 이런 나로 살아가니 속으로 부딪치고 사람들과 세상에 깨지며 혼란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좌절당하는 경험들이 계속 쌓이니 결국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데까지 늘 혼란스러워하며 자책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인 것만 같아서 외로웠다. ‘정말 내가 틀렸나?’, ‘정말 내가 아닌가?’, ‘정말 내가 현실감각이 없나?’ 하지만 이젠 안다. 그냥 그게 나라는 것을. 이건 바뀌지 않을 것도 맞다는 것을.
지난 시간 동안 깊이 몰두한 이 과정의 전체는 결국 이런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냥 그게 너야!'를 확인하는 과정. 이젠 힘이 생겼기에, 그리고 나를 찾았기에 내가 받았던 고통의 이유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던 두려운 이유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난 이런 나를 알지 못 한 채 지금껏,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고 이 사회는 이상하다고! 가져가며. 하지만 이곳은 현실이었고 가슴이 이상이라면 현실은 저 멀리두고 난 반절 짜리의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알려고 하질 않았다. 내 세상만이 맞다는 세상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또한 개인적으로는 나를 인식함에 있어선 '모든 게 될 수 있는 나'였음을 모르고 그 속에서도 내 빛으로 표현되는 좋은 모습들만 취하고 있었고 어둠인 그림자로 표현되는 모습들-악마, 창녀인 나는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삶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극단의 오고 감 속에 '도대체 난 누구지?'라는 질문으로 오랫동안 스스로를 괴롭혀왔던 것이었다.
이런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니 이젠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 같다. 이젠 이런 나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그게 나라면 나로서 살 때 이 사회에서 무엇을 겪을 것이고 부딪힐 것인지를 배워야 할 과정. 현실의 삶 속에서 이런 나로 살고자 할 때 어떻게 융화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아니 다시 돌고 돌아 이런 나로서 사람들과 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경계없음을 통해 경계있음의 삶을 배우는 것. 결국 그 둘은 같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내게 펼쳐졌다는 것을! 그리고 역설적으로 더 큰 차원에선 그것이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슴의 삶을 구현하는 자원이고 방법이라는 것을. 사실 더 높은 차원에서 보면 이 꿈을 넘어 ‘그냥 그게 그거야!’를 받아들이는 과정. 지금껏 두려워, 무시해왔던 별 것도 아닌 것에서 사랑을 찾는 것, 별 것도 아닌 것에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 일상 속에서 나로서 살아갈 때 아픔을 주는 것으로부터 자원을 찾는 것. 품어가는 것. 결국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것도. 무한대로 분화된 사랑들. 그 안에서 여전히 나로 있으되 이런 나를 죽여가며 어쩌면 '가슴 위의 삶이 전부야!'라고 했던 삶에서 '가슴 아래 삶도 같은 거야!'를 배워가는 삶의 시작.
이젠 웃음이 난다. 그동안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너무 귀여운 어린애였다. 지금까지 난 야생마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참 아팠다. 가슴을 제외한 건 다 틀렸다고 무시하며 특히 내가 내게 흔들리며. 사람과 세상을 소외시키며. 이런 날 알아가고 받아들이니 날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 사람, 사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을 뿐. 그리고 이것이 숨죽여왔던 그토록 연결되고 싶었던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게 내게 큰 기쁨과 자유를 주는 지금이다.
부딪힘을 통해 이곳과 사람을 배우며 함께 하는 것. 나를 가지면서 나를 죽이고 나를 죽이면서 나를 찾아가는 무한한 과정. 그 끝엔 끊임없는 죽음만이 남아있다는 것. 하지만 이 과정 속 사람들에 대한 사랑, 연민, 감동 그러다 또다시 찾아오는 슬픔, 무한의 반복 속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일. 이런 나로 살자니 앞으론 내겐 깨질 일들만 남았지만 알아가는 기쁨에 더 신난다!
타인을 통해 알아가는 것은 경계없음의 나로서 모든 것,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는 나이기에 결국 타인, 세상을 통해 배운다는 건 돌고 돌아 모든 게 될 수 있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기에! 모두가 되는 것에 관한 아주아주 재밌는 이야기 이기에! 또한 모든 게 될 수 있는 내 속에서 그동안 받아들이기 두려워 소외시키던 내 소중한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함께 품어가는 신나는 여행이기에!
이 과정을 안전히 안내해주시고 믿어주신, 혼자는 절대 못했을 몰라, 아리, 곁에서 지지해준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해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Sol, 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