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세상에서 가장 향긋한 향기”대승의 십팔불공법③ -똥치기 니타에게는 무슨 냄새가 날까
부처님은 오물냄새 아닌 선업 향기 맡아
다른 제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바라봐
부처님만이 지니고 있는 18불공법의 세 번째 항목은 ‘부처님은 생각에 허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념처를 잘 닦았고 선정을 잘 닦았으며 그 밖의 여러 가지를 조건으로 하여 부처님은 생각(또는 기억)에 허물이 없다는 것이 <대지도론> 제26권의 설명입니다.
이어서 18불공법의 네 번째 항목은, ‘부처님은 다른 생각(異想)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생각이 없다’는 말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온 세상을 고루 환히 비추는 태양처럼 부처님의 광명은 큰 연민(大悲)을 품고 있어서 모든 이를 가엾게 여기고 똑같이 저들을 구제합니다. 빈부귀천의 차별을 두지 않고, 가깝고 먼 사람, 부처님을 공경하는 이나 공경하지 않는 이나 모두를 똑같이 대합니다. 부처님 재세 시 똥치기 니타(Nītha, 니제라고도 함)가 바로 그 예입니다.
이른 아침 부처님이 발우와 가사를 들고 탁발을 하러 마을로 들어오시는 길에 때마침 마을의 똥치기인 니타가 부처님을 보고는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평생 헤진 옷을 입고 남들이 모두 질색하는 똥치는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부처님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부처님을 뵙자 가슴이 더할 수 없이 두근거렸지만 이내 그는 긴 탄식을 하고 맙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냄새나는 천한 일을 하게 되었단 말인가. 성안의 사람들 모두가 부처님에게 앞 다투어 나아가건만 나는 그럴 수가 없구나. 내 천한 신세도 신세지만 이 지독한 냄새를 어찌 부처님에게 풍길 수 있겠는가.”
니타는 슬픔에 잠겨 부처님을 피해 옆길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 부처님은 니타가 몸을 피해 달아난 그 길에 모습을 나타내셨습니다. 니타는 더럭 겁이 났습니다. 그는 서둘러 또 다른 길로 피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길 맞은편에서 부처님이 니타를 향해 걸어오셨습니다. 몇 번이나 피해 달아났지만 부처님은 마치 니타의 뒤를 쫓기라도 하는 듯 그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다시 한 번 맞닥뜨린 니타는 놀란 마음에 뒷걸음을 치다 그만 똥장군을 벽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순간 그 속에 담겼던 오물이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똥냄새를 피우는 자신이 창피해서 부처님을 피했건만 오히려 그런 오물을 죄 뒤집어 쓴 채 부처님을 마주하게 되고 말았으니 니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그는 그만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서 차마 그 얼굴은 우러러 뵐 수가 없어 바닥을 내려다보고 이렇게 울부짖었습니다.
“아아, 부처님. 제발 제가 이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틈을 열어 주십시오.”
인도처럼 계급차별이 심한 땅에서 모든 이가 존경하고 공경하는 부처님 앞에 오물을 쏟아 부은 천민 니타는 이제 더 이상 피할 길도 없었습니다. 그가 웅크린 채 한참을 울부짖는데 문득 태어나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그의 어깨 위로 쏟아졌습니다.
“니타여!”
니타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부처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였습니다. 부처님은 니타를 부른 뒤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선업 인연이 있어 이렇게 따라왔는데 왜 그리 나를 피하는가? 그대 몸이 지금 더럽고 냄새난다고 생각하는가? 그대 마음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향긋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다. 스스로를 비천하게 여기지 말아라.”
<대장엄론경> 제7권에 나오는 니타 인연이야기입니다. 그는 이 일로 인하여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범부는 니타에게서 오물냄새만 맡지만 부처님은 그의 선업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똥치기 니타를 성스러운 제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바라보는 부처님을 가리켜 ‘다른 생각이 없다’고 <대지도론> 제26권에서는 말합니다.
[불교신문3138호/2015년9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