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해이주민지원센터는 지난 7월 30일 4박 5일의 일정으로 <다문화가정 가족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열린 공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고자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낸지 꼭 일년여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일정은 배를 타고 왕복하며 2박을 배 안에서 지내야 하는, 넉넉지 않은 시간적․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행복한 추억 만들기에 성공한 우리 이주민센터 가족들의 사랑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서 더운 날씨와 피곤한 일정 속에서도 힘든 내색도 없이 손주며 며느리 바라지 해 주시며, 여행길인지 고생길인지 모를 수고에 미안해 하는 봉사자들에게 오히려 고생한다며 미소 지으시던 시어머니, 한 잔 기울이는 소주잔에 그간의 소회의 대화들을 채워 나누어 마시던 아버지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들과 아이들의 상기된 얼굴에서 왜 진작 이런 자리를 미리 마련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 귀한 여행을 동행해 주시는 주님의 은혜도 각별했습니다. 여행 첫 날, 두달된 아기의 건강이 염려스러워 따로 어렵게 마련한 비행기편으로 내려오는 아기 엄마를 데려 오기 위해 다녀오는 길이 지체되는 바람에 예정되어 있던 고산 성당의 미사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워 하는 우리 일행의 마음을 아셨는지, 김대건 신부님의 표착지를 둘러 보기 위해 용수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창원이주민센터에서 오셔서 준비된 특별한 미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어, 함께 영어미사를 볼 수 있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성지를 둘러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수영복 패션쇼를 보는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우리 꼬맹이들, 특히 썬글라스가 너무 잘 어울렸던 정훈이와 급체를 했는지 열이 나던 가영이를 동행하신 어머님이 민간요법으로 손을 따서 겨우 한숨을 돌렸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유혹에 못이겨 바닷가에 몸을 던져 한참을 놀고는 한밤중에 39도를 넘는 고열로 여럿을 긴장시킨 가영이, 그런 가영이를 걱정스러워 마음을 놓지 못하는 언니 가빈이. 평소에도 예뻤지만 같이 먹고 자고 지내면서 보니 더 예쁜 아이들... 또 버스 이동 중에는 학생 봉사자였던 철휘가 버스안의 인원을 파악하는 일이 그리 힘든지 매번 틀리는 바람에, 나중에는 일어나기만 해도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던 일이며, 마지막 여행지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현수막을 펼쳐 늘여 잡고 줄줄이 서서 비를 피하며 비 맞는 일 조차 유쾌했던 기억들...밤하늘에 쏟아 놓았던 서로에 대한 염려와 미래와 꿈...
안전을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봉사자를 이유로 이 먼 여행을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떠날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성공적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성당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다문화어린이 교실 자모회장님인 재클린이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우리 내년에 또 가요!”.재클린은 벌써 잊었나 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번 여행을 가기 위해 자모회어머니들과 간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교구 수녀님과 쓸 수 있는 옷가지와 생필품을 모아 바자회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 수고를...
마지막으로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2개월된 아기부터 칠순을 넘기신 노모까지 대가족의 안전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도 안전요원으로, 가족상담사로, 사진기사로 자원하여 맹활약을 하신 이상만(사비노)센터장님과 아픈 몸을 이끌고 함께 해주셨던 마리엘리사벳수녀님, 그리고 제주도에서 잃어버렸던 날개를 찾은 천사 친구 최유리 데레사에게 !
김해이주민센터원고.hwp
첫댓글 편하게 비행기타고 갔더라면 고생길의 추억이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배 안에 객실에서 발디딜 틈이없어 자는 사람 피해서 가려다 헛디뎌 머리깨고...아고 아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