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체험
인천자연사랑 환경봉사단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환경캠프에 다녀왔다. 초등학교 때 컵스카우트로 활동했기 때문에, 캠프라면 여러 번 가 보았고 그 외에도 수학여행이나 각종 수련회에는 가 보았었지만 이런 환경캠프는 처음 이었기에 방학 내내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캠프 참가 인원은 95명이고, 1조부터 10조까지 있었는데 그 중에 나는 4조였다. 우리 4조에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반반정도로 섞여 있었다. 장수동 청소년 수련관에서 출정식을 마친 우리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장수천이었다. 장수천에서는 미꾸라지를 방류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미꾸라지를 방류하는 것은 모기를 방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는 하루에 모기 유충 1천 마리 이상을 잡아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아 1㎡당 4~6마리만 풀어놔도 모기 방제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 때는 잘 몰랐지만, 그렇게 방류한 미꾸라지들이 모기를 잡아먹어 준다면, 여름의 불청객인 모기들이 조금은 사라질 것 같다.
미꾸라지를 방류하고 나서는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저어새를 관찰하기 위해서 남동유수지에 갔다. 예전부터 저어새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왜 저어새인지는 몰랐었는데 부리를 좌우로 저어서 먹이를 찾아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었던 건 수영이나 잠수를 못해서 깊은 곳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논에 농약을 많이 사용해서 먹을거리가 없어서 자연 갯벌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간척 사업으로 인해서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안타까웠다. 개발을 하는 것도 좋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라도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시간이었다. 각 조별로 모여서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었는데, 나뭇가지들로 직접 불을 지피는 것이었다. 땅을 적당히 파고 그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라면을 끓였다.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땐 경험이 있어서 불조절을 잘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조가 가장 빨리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평소에도 먹던 라면인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너무 맛있었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물고기 잡기 체험을 했다. 하지만, 나는 직접 물고기를 잡지는 않고 다른 조원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했다. 그렇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30년전 아직 분리 수거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을 때 쓰레기를 매립한 곳을 견학했다. 청라도를 개발하면서 지금은 예전에 매립했던 쓰레기들을 선별해서 재활용 한다는 말을 들었다. 또, 연탄재 같은 것은 복토로도 활용한다고도 했다.
다음에는 서구청으로 이동해서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정홍근 서부 경찰서장님과 이상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천시 서구협의회장님께 안보교육과 통일교육을 받았다. 안보 교육이 끝나고 통일 안보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나도 발표자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계속 원고를 읽고 있었는데, 원고를 보면서 말할 수 없다고 해서 무척이나 떨렸다. 100여 명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되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중간에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황태 해장국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드디어 국가 하천 한강 야간 탐방 활동을 시작하기위해 서울로 이동했다. 이렇게 긴 거리를 그것도 밤샘하면서 걸어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천호동 광나루에서 한 시간 정도 걷고 나서, 밤 10시쯤에 잠실 대교 밑에서 그린 봉사단 얘들의 생일잔치를 하는 사이에 그런 두려움이 조금은 가셨다.
그 뒤로는 계속 걷기의 연속이었다. 한강에는 총 28여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강 상류의 천호동 광나루에 있는 천호대교를 시작으로 많은 대교를 지나 양화대교를 끝으로 한강 하류에 있는 선유도까지 무려 26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걸었다. 늦은 밤이었는데도 주말이라서 그런지 한강 변에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평소에 철마산을 다니며 단련한 체력이라서 그런지 다른 애들에 비해서는 잘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중학생인 얘들이 힘들게 걷는 것을 보고는 조금 불쌍한 생각도 들었다.
특히, 나는 조장 대신에 깃발을 들고 다녔다. 다른 조는 조장들이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 조 조장은 줄 정렬하는 것을 도와주느라 바빠서 그 대신에 내가 깃발을 들게 된 것이었다. 깃발을 드니 왠지 책임감이 느껴졌다.
어머니, 아버지도 한강 걷기에 동참해 주셨는데 뒷부분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걸어오셨다고 한다. 계속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뒤에서 가족이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힘이 솟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걷기 위해 와 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여정이기에 중간에 쉬지 않을 수가 없어서 쉬기도 했고, 쪽잠을 자기도 했다. 여름이기는 하지만, 다리 아래라서 그런지 추울 정도로 시원했다. 시멘트 바닥이었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잘 왔다. 10분정도 밖에 자지 않았는데 1시간은 잔 것만 같았다. 아마,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10시간 정도 걷고 나서 아침 7시쯤 선유도에 도착했다. 다시 어제 저녁에 식사를 했던 황태 해장국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동작동에 있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잡초 제거 활동을 했다. 우리가 참배한 묘는 조국 근대화를 이룬 박정희 대통령의 묘였다.
다음에 갔던 국립 생물 자원관에는 한반도의 주요 고유 자생생물 985종의 실물표본 4,600여점 전시되어 있었는데,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1992년 리오데자네이루에서 국제 연합에 의해 ‘생물다양성조약’이 조인될 정도로 생물 다양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지켜져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는데도,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 정작 생물 다양성을 파괴할 만할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점심시간이어서 중구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있는 “본토”라는 음식점에 가서 탕수육과 자장면을 먹었다. 가족과도 함께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캠프에서 가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 후에 향교로 이동했다. 인천 향교는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운 여름에 가서 그런지 매우 더웠다는 기억밖에 없다. 다른 친구들은 제기 차기 같은 민속 놀이들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구경만 했다.
마지막으로 인천 대공원 옆에 있는 장수천을 걸었다. 이틀 내내 강을 봐서 그런지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날씨도 덥고 다리도 아파서 대부분이 투덜투덜 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년 수련관이 보였다.
마침내 장수동 청소년 수련관에서 해단식을 가지고 여름방학 환경캠프를 끝마쳤다.
봉사활동 증명서와 수료증을 받자, 그동안 힘들었던 게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이틀간의 환경캠프가 끝난 것이다.
무슨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하면 청라도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던 것이지만, 그래도 이번 캠프를 되돌아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당연히 한강을 걸었던 것이다. 처음에 한강을 걷는다고 했을 때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지만, 한 번 걸어보니 꽤 힘들었다. 게다가 거의 한밤중에 가까운 늦은 시간에 걷다보니 졸립기도 해서 낮에 운동하는 것과는 또 달랐다. 하지만,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서로 협동하며 잘 모르는 사이임에도 서로를 배려하는 협동심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상투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만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환경캠프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쉬었다 떠나는 자리마다 쓰레기가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100명에 달하는 대인원이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런 건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고, 자원봉사 어머니들께서 치워주셨지만 말로만 환경캠프라고 하는 것 보다는 우리들 스스로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생활 태도를 실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명 이진우
학교명 가좌고등학교 학년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