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학개혁 청사진부터 수립하라!
혁신교육을 주도해온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총리로 취임함으로써 고등교육 개혁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교육감 시절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공교육의 정상화와 열린 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습니다. 이제 김상곤 교육부총리 팀은 고사 직전의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살려야 하는 일대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따라 2015년 시행된 소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은 교수연구자는 물론 대학 관계자나 시민사회에 의해 불신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정책 입안의 비민주성과 위법성은 말할 것도 없고, 평가의 내용과 절차에 있어 불공정성과 획일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더욱 떨어뜨렸다는 평가마저 받았습니다. 나아가 해당 사업이 총장과 사학 재단의 주도하에 진행됨으로써 이미 벼랑 끝에 몰린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는 더욱 더 위축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의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강행과 그 학생들의 반대 운동과정에서 드러난 대학 최고 책임자들과 최순실의 유착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득보다 실이 많았던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이 강행된 배경에는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정원을 현재의 52만명에서 2023년 40만명 선으로 줄여야 하는 현실적 조건이 자리잡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학구조개혁은 기왕의 대학 교육 환경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와 모순 구조에 대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오히려 70년 고등교육의 적폐를 더욱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교육부 주도의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 및 이와 연계된 재정지원사업 등은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왔습니다. 단적인 예로 총장 직선제 포기 여부를 점수화하는 방식은 대학이 재정지원사업을 위해 교권을 위축시키게 됨으로써 대학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취업률과 산학협력을 강조함으로써 기초학문 교육이 왜곡되고, 비정규직 교수가 강단에서 밀려나며, 결과적으로 교육의 다양성과 질이 터무니없이 훼손되어 왔습니다.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21세기 대학은 해방 이후 정경유착이라는 거대한 적폐가 가져온 고등교육의 영리화, 사유화 및 반(反)공공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신자유주의적 고등교육정책이 악화시킨 사교육의 병폐를 뜯어 고치지 않고는 21세기 대학으로 갈 수 없습니다. 한국의 사교육비는 2014년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연간 18.2조원이고, 일부 민간 연구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연간 30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왜곡된 사교육은 공교육을 뿌리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가계부채를 악화시키는데도 일조를 하였습니다. 대학생의 사교육비조차 급증하면서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사교육비 문제는 사회문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학 적폐와 사교육의 결과 빚어진 서열화된 대학구조는 학생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웠고, 특히 입시 위주의 중등교육은 청소년들의 사고를 획일화시키고 비판적 사고력을 억압하며 협력적 창의 지성보다는 1등이 아니면 안된다는 경쟁심과 열등감으로 뒤범벅된 한국 교육을 낳았습니다.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기술이나 사물인터넷 등을 사회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협력적 집단지성, 비판적∙융합적∙창의적 사고에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학 교육 내용과 새로운 교육 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대학은 기존 고등교육 환경을 전혀 개혁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1세기 형 새로운 교육 사령탑의 형성과 대학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확립∙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학 구성안이 절실합니다. 또한 비정상적인 사학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하여 대학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고 선진 대학교육을 지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학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시대에 걸맞지 않는 고학력자의 기계적 양산을 중단하고 21세기형 홍익인간의 산실이 되는 대학 교육으로의 혁신이 절실합니다.
이에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이전부터 고등교육의 전면 개혁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정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은 한국 대학교육과 정책, 제도의 문제를 철저하게 진단하고, OECD 국가들의 대학 정책과 제도를 제대로 연구해 한국형 대학의 갈 길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한 바탕 위에서, 대학 자치의 확대, 국·공영대학네트워크, 공영형사립대학 정책,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등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둘째, 이러한 청사진을 만들 수 있는 (가칭)고등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의 문제는 사회 전반적 문제이자, 국가 인재 양성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교육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울 수 있도록 교육당국, 교육 및 국가재정 전문가, 교수연구자, 학생, 교직원, 학부모,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고등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충분한 민주적 논의 속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한 새로운 대학 상을 정립하며,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에 그간 대학의 공공성, 자율성, 민주성 회복에 매진해 온 우리 교수연구자, 교직원, 시민사회 등은 교육부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제안하며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2017년 8월 21일
2주기 대학평가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교직원∙시민사회 일동
1차 서명 마감 기한 : 8월 24일 오후 6시
25일 예정된 공청회 결과에 따라 서명기한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
<서명 참여> https://goo.gl/forms/y0Brj4bQQX7qK9nY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