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IMF 이후 많은 아웃도어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클라이밍도 그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한꺼번에 많은 인구가 급증하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불편한 사실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산을 다니고 클라이밍을 한 사람으로써 클라이밍을 즐기는 행위에 대한 사소한 예절 및 안전에 대한 저만의 시각으로 한번 짚어 보고자 합니다.
몇 개의 주제가 있어 몇편으로 나누어 연재 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클라이밍 확보에 대한 안전의식과 예의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확보 예절
클라이머는 발이 불편하다.
자기의 등반능력을 한그레이드 올리기 위해서는 본인의 암벽화 한 치수를 줄여라. 또는 암벽화를 본인의 발 보다 한치수를 줄이면 등반능력은 한그레이드 더 올라간다.
등등의 이러한 불편한 진실 때문에 클라이머는 늘 자기 발 치수 보다 작은 암벽화를 선택합니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밍 = 발의 불편”이 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라이머의 배낭에는 등반용 슬리퍼가 클라이밍 장비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발이 불편하여 클라이밍 완료 후 안전 확보한 뒤 하강을 하면서 암벽화를 느슨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 코스의 클라이밍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아프고 불편한 암벽화를 벗어 던지고 편안한 슬리퍼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료 클라이머의 등반 확보를 할 경우 그냥 그야말로 편안한 슬리퍼를 착용하고 동료 클라이머의 생명 담보 행위를 하곤 한다.
물론 슬리퍼를 착용하고 동료 클라이머의 확보를 본다고 해서 반드시 확보에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법에 적혀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요즈음 같이 자연 암벽장 주변이 잘 정리 되어 있는 곳에서 그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냐고 반문을 하여 딱히 잘라 대답할 뾰족한 대답이 없는것도 사실이다.
맥아더 장군의 말이 있다.
“작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는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
이를 클라이밍에 적용한다면 이런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등반에 실패한 클라이머는 용서할 수 있으나 확보에 실패한 클라이머는 용서 받을 수 없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슬러퍼를 착용한 이유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클라이밍은 추락이라는 위험을 내재한 행위이다. 인간은 중력을 거슬리고 추락이라는 자연 법칙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추락하는 클라이머는 날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머의 추락은 전적으로 확보자의 몫이며 확보자의 행위에 따라 클라이머의 안전은 담보되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 즉 나의 안전이 아닌 타인의 안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 내가 그것을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그것에 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 된다.
실패확률 0.1%, 즉 100번 시도해서 1번 실패 하는 것이다. 일반적이고 생명이 달린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없을 수도 있으나 그것이 사람의 목숨과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클라이밍에서의 실패는 0%라야 된다.
만약에 100번 등반 중 1번 추락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면...
그 클라이머는 영원히 등반을 하지 못할 것이며
그 확보자는 클라이밍을 할 수 없을지 모르고 죽을 때 까지 그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하며
그들과 같이 했던 동료들도 또한 그 사실을 잊을 때 까지 가슴 한 구석에 이 서글픈 사실을 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나를 믿고, 나의 목숨을 맡기는 클라이머의 확보를 할 때 내 발의 편안함을 위하여 슬리퍼를 착용하고 확보 행위를 한다고 ...
그곳이 평탄하게 정리되지 않고 울퉁 불퉁하고 날카로운 돌들이 있는 지형이라면...
그곳이 비스듬한 경사이거나 또는 확보 공간이 아주 좁은 지형이라면...
그렇기에 확보는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안전에 대한 책임 그 모든 것을 위해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 예의에는 준비할 수 있는 최대의 장비, 마음가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여 임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악우, 또는 동료 클라이머의 안전하고 완전한 확보를 위해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어떠한 추락에도 자일을 잡아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튼튼한 등산화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클라이밍 확보자의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 사족달기
그러면 클라이밍 확보시 어떤 등산화를 착용하라는 것인가 ?
이런 질문이 가능합니다.
클라이밍 확보시 최소한의 안전한 신발은 목이 낮은 등산화(일명 로우 컷 이라고 합니다.) 또는 우리들이 말하는 어프로치화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가능 하다면 밑창이 등산용 재질이 되어 있는 것이면 더욱 좋습니다.
피해야 할 신발은 일명 조리라고 하는 슬리퍼, 욕실화 또는 물놀이용 슬리퍼 등 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나의 발을 보호해 주지 못할뿐더러 접지력이 부족하여 클라이머가 등반 중 추락하고 그로 인해 확보자가 중심을 쉽게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보자가 중심을 잃게 된다는 것은 이미 안전한 확보는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 봅니다.
등반에 실패한 클라이머는 용서할 수 있으나 확보에 실패한 클라이머는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으며 확보 실패율은 0%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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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부산 패밀리클라이밍센터 안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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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퍼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