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솔라리스>와는 달리,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에서는 바다(솔라리스)가 인간들의 내면을 어떻게 비추어내는지 직접적인 묘사를 하지 않는다. 다만 일련의 우주선 '방문자'를 통해 솔라리스가 의식의 심연에 숨겨둔 집착의 대상을 보여줄 뿐이다. <스토커>에서 주인공들이 찾는 '구역zone'은 또다른 형태의 솔라리스다. 결코 자신의 정체에 대해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곳을 찾는자들의 내면을 형상화한다. 이 공간은 주로 구체적이고 알아볼 수 있는 구성물로 채워져 있지만 때로 매우 추상적인 형태로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추측하게 한다.
첫댓글 컷이 멋진데요. 예전에 봤는 데,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측량사님께서 의식의 심연에 숨겨둔 집착의 대상을 보여준다고 하시니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일례로 아내의 자살에 죄책감을 갖는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아내의 환영일테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아내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이 어긋날 때 그 '다름'의 의미라던가, 후에 소더버그가 리메이크한 솔라리스에서 '방문자'가 기억의 주인인 인간을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는 등의 예는 기억과 의식 속에서 부단히 이루어지는 작용-반작용들의 복잡함을 언뜻 보여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