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소실점
김건희
생각도 손바닥으로 함께 비빈
수제비 새알은 보글보글했다
방금 눈을 뜬 어린 물총새가 갸웃갸웃
눈대중으로 크기를 재어보며 강둑을 살피는
거긴, 주방저울 눈금도 이리저리 흔드는 강
물안개 뒤에서 밟은 햇살의 금
흔들자, 푸시시 떠나는 침묵이란 꽃은
어미 물총새에게 어떤 발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하구에서 둥근 솥이 된 이팝나무는 제멋대로 끓고
안 보인다고 해서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수제비는 질렸다고
뜸 들여 퍼 올린 쌀밥은 없는데
막사발인 나를 자꾸 빌려 달라 조르는 당신은
하얀 가운을 빌려 입은 조리사
떠났던 물총새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는 상념에서
냅다, 미끄덩한 불안의 껍질을 던진다
어슷썰기를 할까 채썰기를 할까
바위를 적시는 물살이
여전히 내겐 갈등의 칼등
아직도 잠결이 무거운 그녀는
무모한 손끝으로 알 화석 속의 어린 새를
흔들어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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