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엄마와 말벗해드리는 법 :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
우리가 노년의 엄마와 대화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논리적인 접근이다. 우리도 모르게 “왜 그러셨어요?” “이유가 뭐예요?” 등과 같이 이유를 캐묻거나 설명을 요하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노년의 엄마에게는 절대적으로 논리보다는 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엄마를 공감해주고 동조해주고 진정 인정해주는 대화. 그런 면에서 노년의 엄마와의 대화에서는 1:2:3 대화 원칙을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이것은 곧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는 것이다. 내가 말하기보다는 엄마 이야기를 두 배로 많이 듣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맞장구치며 공감하며 들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감성적인 노년의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말하기의 SES 법칙
특별히 노년의 엄마와의 대화에서는 SES 말하기 법칙, 곧 심플, 이지, 숏을 적용해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보다 부쩍 집중력이 떨어진 노년의 엄마에게 길고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문장이 길어지거나 핵심을 돌려서 간접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만 생길 뿐이다. 그러므로 간결한 문장으로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 상황 설명을 하거나 설득을 하는 대화에서는 바로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듯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목소리, 말투, 표현 하나도 긍정적으로
기본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감성적인 대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실제 메시지보다는 그 메시지를 담아내는 목소리나 말투, 표현 방법 등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노년의 엄마와 대화할 때는 평소 음색이나 말투에 더욱 신경을 쓰고, 같은 말이라도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나가는 말로 무심코 내뱉은 표현 하나가 감성적으로 여려진 노년의 엄마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반면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 표현은 그야말로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다.
중년의 멋진 여성으로 대하라
노년의 엄마도 예뻐 보이고 싶고 젊어 보이고 싶은 여자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자의 마음은 십 대나 육십 대나 모두 똑같다. “주책이야. 다 늙어서 뭐하시는 거예요?” “참…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요” 식의 표현은 노년의 엄마에게는 특히 상처가 될 수 있다. 사실 요즘 할머니들은 할머니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곱고 다들 젊다. 오죽하면 학생이 버스에서 자리를 비켜주면 고맙기보다는 늙어 보이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는 말이 할머니들 사이에 나올까. 그런 면에서 “엄마는 어쩜 늙질 않아요?” “피부가 여전히 고와요” “엄마랑은 역시 대화가 참 잘 통해요” 식의 칭찬은 엄마의 마음을 정말 젊게 만들 수 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다. 중년의 멋진 여성으로 엄마를 대하길 바란다.
하소연과 투정은 이제 그만!
마지막으로 노년의 엄마에게 말벗을 해드릴 때는 대화 콘텐츠도 중요하다. 엄마가 걱정할 만한 내 걱정 근심 보따리를 한 보따리씩 풀어놓기보다는 엄마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길 바란다. 원래 자식들은 나이가 들어도 엄마 앞에서는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며 투정 부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만하자. 노년의 엄마는 자식 걱정을 하며 한숨 쉬기보다는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 과거 즐거웠던 일들을 회상하며 웃음 짓는 것도 좋고 요즘 인기 있는 TV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 엄마가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모두 괜찮다. 올 봄 노년의 엄마와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대화의 소재를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이혜범_ 커뮤니케이션 교육 전문가입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중 ‘말하기’의 중요성을 느껴 리더십, 논리적으로 말하기 등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설득의 고수가 된 강대리> <말짱 친구 짱> <내 아이의 리더십 초등 반장 선거로 결정된다> 등의 책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