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머무르다
김나무 (시인)
임경하시집 < 슬픔의 해석 >
문학아카데미
그릇을 씻다가
그릇의 모양에 따라서 바뀌는 물의 모습을 보았다
삼각형 접시에 물을 부으면 삼각형물
네모난 유리컵에 부으면 네모난물
둥근 밥그릇에 부으면 동그란물
마음도 물과 같아
꽃이 피어 있는 마음에 담기면 꽃이 되고
날개가 달린 마음에 담기면 날개를 달고
깊은 바다가 사는 마음에 담기면 바다가 된다
여기저기 모서리에 부딪혀서
상처나고 귀가 나가서
뾰족해진 마음을 물에 헹군다
둥그런 그릇을 씻으며 둥글게 헹궈낸다
돌부처의 몸을 씻기듯 환하게 씻어낸다
잘 씻겨진 마음을
풍란꽃 그려진 찻잔에 따른다
오늘 내 마음에서는 난향이 난다.
<마음의 향> 전문
법정 스님의 글 ⌜달빛에서 향기가 나더라⌟라는 글에서 산중생활을 하시면서 “등불 없는 밤 창호에 비친 달빛을 베고 누워 바라보는데 달도 나를 내려다 본다. “아! 달빛에서 향기가 나네” 일상에 얼룩진 마음을 달빛에 옷감을 바래듯 맑혀야하고 투명하고 한가로움을 가질 때 그 정취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시인만이 누리는 시간과 공간에서 그릇을 씻는 모습은 고요하여 참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의무감이나 마지못해서 하는 상황이 아니라 시인과 물체가 일치를 이룬다. 그릇에 담겨지는 물의 모양을 보면서 물의 변화를 손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상처나고 귀가 나간 그릇들의 아픔들이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한 번 깨진 그릇은 원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고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안타까움을 둥글게 손놀림을 하면서 돌부처의 몸을 대하듯 조심스럽고 정성을 들인다. 마음이 물이 되고 꽃이 되고 날개가 되어 잘 씻겨진 마음을 찻잔에 따르니 마음에서도 향내를 느낀다
향기요법 (AromatHerapy)은 나무, 풀, 꽃, 식물, 과일등을 이용하여 순수 오일을 추출해 질병 예방과 아름다움에도 쓰인다. 특히 자연향을 맡으며 깊은숨을 들이쉬면 긴장을 이완시키고 긴장이 이완되면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산만한 마음도 다잡아준다고 한다. <대나무꽃>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향기도 없는 그저 누런” <해당화 꽃의 기억> “가시덤불에 긁히며 걷던 기억 끙끙 앓다가 삼켜버린 울음이 걸려 있다” <그리운 자두나무> “달콤한 자두 향이 가득 고여 있다” <아로마테라피> “라벤더 콧노래 부르는 햇빛 좋은 길 바람이 불고 향기는 종소리처럼 퍼진다. 향기에 취해 잠속으로 빠져든다.” <마음의 향>을 읽고 또 읽어보며 음미를 해보고 혼탁한 마음이 정화되어가는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2016년 <문학과 창작> 등단,
문학아카데미 TV시인 만세 인터뷰어가 있다.
임경하 시인은 대나무의 꽃에서 무취향을 느꼈다면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향기를 듣게 되는 문향(聞香)의 경지에 이른다. 참을 수 없게 들어찬 슬픔을 왈칵 쏟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임경하 시인의 첫 시집 첫 마음으로 정제된 <슬픔의 해석>이 세상으로 은은한 난향처럼 번져갈 것을 기대하며 축하와 함께 힘껏 정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