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집 좋은 시
세상이 아름다운 까닭
이영신(시인)
이영식 시화집 『꽃을 줄까 시를 줄까』
지혜
어린 왕자가 물었다
아저씨는 직업이 뭐예요?
나는 시인이란다
이 별에서는 시가 밥이 되나봐
그보다는
시에게 나를 떠먹이는 거지
-「시인」전문
이영식 시인은 십 대 소년시절부터 우리 가요에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절은 많은 사람들이 춥고 배고프던 시절이었지만, 사랑과 꿈과 소망을 담은 노래는 여느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시인의 많은 노랫말들은 때로는 유명 가수의 노래가 되었다. 작사비를 받기도 하고, 두 권의 가사집歌詞集을 출판하기도 했지만, 작사가란 호칭이 붙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지금 시인이 쓰는 주옥같은 시들은 바로 그 노랫말들이 단단하게 초석을 이루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에 『지혜』에서 출판된 이영식 시인의 시화집 『꽃을 줄까 시를 줄까』도 바로 그러한 결과물 중의 하나이다. 118편의 시와 그림과 산문으로 엮어진 시화집이다. 시편마다 서린 깊이가 있는 시정신은 오로지 시에게 밥을 떠먹이는 자세와 같다.
시인이 만난 어린 왕자는 어쩌면 몇 천년 전의 현인이 어린이로 환생해 온 모습과도 같다.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이영식 시인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뭘 하는 사람인가 궁금한데 ‘시인’이란다. 어린 왕자는 시인이 어찌 사는지 걱정이 되었기에, 역설적이게도 시가 밥을 먹여주나 보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자연은 이영식 시인에게 있어서, 모두 다 성자의 모습을 지닌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아왔다. 시인은 시를 받아서 적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에게 눈물과 슬픔, 외로움도 먹인다. ‘누더기’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도 먹이고 이슬도 먹인다. 시인의 먹이를 받아먹은 시는 마치 뽕잎을 먹은 누에고치가 명주실을 자아내어 펼치듯이 아름다운 시 꽃을 피워낸다. 꽃의 밝은 빛 속에는,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원하는 시인의 융숭한 깊은 마음이 담겨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까닭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차갑고 시원한 샘 때문이란다. 이 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시에게 밥을 제대로 떠먹여 주는 이영식 시인의 시 덕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