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에 오른다
김주하
이만근 시집 『사랑하면 보인다』
계간문예시인선
가랑비 흩뿌리는 오후
허공을 헤매듯
빈손의 나그네가
몽마르트 언덕에 오른다
화려한 파리가 어둠에 잦아들고
뿔 같은 에펠탑은
길거리 화가의 꿈으로
다시 캔버스에 살아난다
신기루처럼 솟아 있는
하얀 사크레쾨르 성당은
더욱 눈부신데
돌지 않는 회전목마가 쓸쓸하다
잠시 머물다 떠날 나는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그 문 앞에서
돌아갈 길을 묻는다.
―「방랑」 전문
이만근 시인은 1973년 『시문학』 『월간문학』 등에 시 발표로 등단 후 「시詩와 시론詩論」 「시법詩法」 동인同人 시집 『돌거울.기타其他』 『생활의 날개』 『제3시집』 『실눈만큼이라도』 를 출간하고 칼럼집 『소유와 행복』과 편 저 『도산여록 島山餘錄』 도산안창호선생새자료집을 출간했다. 『사랑하면 보인다』 는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이만근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감사를 역임하고 계간문예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만근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나의 시는 인정이나 평가를 받기 위해서, 또 시류에 영합하거나 전략적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 내 삶의 흔적과 감회를 기어綺語를 멀리하면서 소박하고 진솔하게,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늦깎이 그리스도인의 서툰 기도와 묵상, 부모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깝고 먼 길 위의 발자취, 자연과 꽃이 들려주는 언어에 귀 기울이며 쓴 시편들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만근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졌다. 제 1부는 그리스도인의 성찰과 내면을 잔잔하게 표현했다. 「천국」 「라 모레네타」 「저녁 기도」 「새벽 종소리」 등의 몇 편이 눈길을 끈다. 시인의 눈에 보이는 천국과 천백여년 전 빛으로 내려오신 성모님의 사랑이 가득한 미소를 노래하고 있다.
제 2부는 시인은 가족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인의 가족에게 남긴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제 3부는 고향 김천, 프랑스, 폴란드, 지중해, 제주 둘레길, 앙코르와트, 중국 계림등을 여행하며 시인의 마음을 열고 있다. 특히 천년 고찰 직지사는 김천의 자랑이다. 고향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살았던 곳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에 시인이 겪었을 고통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제 4부는 계절에 피는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하고 푸른 풀과 웃음을 노래하고 있다.시인의 시간들 속에 고향에 머물던 어린 시절은 그리움과 설렘이 가득하다. 자연은 시인을 깨우고 꽃이 되게 하고 어둠속의 이정표를 만드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독자는 이만근시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시인의 작품에 깊은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만근시인의 시는 신앙심의 힘으로 또 다른 세상을 독자에게 보여 주기도 한다.
이만근시인의 시집 63편의 시에는 가족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깊다. 시인은 평생 자연에 대한 사랑과 따뜻하고 정감어린 이웃으로 그리고 존경받는 사람으로 살아왔을 시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깊이가 느껴진다.
이만근시인의 63편중에서 나에게 아련히 다가오는 시 한편을 올려본다. 시의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게 끌린다.
「방랑」 의 시인의 시편을 읽다보면 여행을 가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의 제목이 시인의 생활과 가깝게 느껴진다. 다시는 시인에게 올 수 없는 그리운 기억들이 있다. 시인의 시에 나오는 몽마르트 언덕은 나에게도 여행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오래 전 나도 나그네가 되어 맑은 날 그 언덕을 오르고 화가들의 캔버스에 그림이 되어 환호하던 때가 있었는데 저녁 불빛이 화려한 에펠탑과 그리움과 낭만이 가득한 그곳을 곧 다시 찾으리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가랑비 내리는 오후 몽마르트 언덕을 찾는 시인이 모습이 보인다. 비가 내리는 그곳을 찾는 시인의 마음은 즐거운 방랑의 길이던가 “가랑비 흩뿌리는 오후/허공을 헤매듯 /빈손의 나그네가/몽마르트 언덕에 오른다” 비오는 거리를 걷는 시인은 말로만 듣던 낭만의 몽마르트 언덕을 찾는다. 비가 내리는 언덕은 지친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위로해주었을 것이다.
“화려한 파리가 어둠에 잦아들고/뿔 같은 에펠탑은/길거리 화가의 꿈으로/다시 캔버스에 살아난다”겉으로 보이는 파리는 화려하지만 시인은 아름다운 야경 속에서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고 화가가 되고 시인이 되어본다.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신기루처럼 솟아 있는/ 하얀 사크레쾨르 성당은/더욱 눈부신데/돌지 않는 회전목마
가 쓸쓸하다” 골목길 언덕으로 작은 상점과 그림 같은 집들을 지나 언덕 위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오면 시인의 깊은 신앙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잠시 머물다 떠날 나는/두드려도 열리지 않는/그 문 앞에서/ 돌아갈 길을 묻는다.”
문은 열리지 않아도 하나님은 답을 주실 것이다. 시인은 모든 사람의 편에 서서 그 해결점을 찾고 있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오래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고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있는순교자의 언덕을 가 본 기억이 난다. 다시 가 보고 싶었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만근 시인의 시 「방랑」을 읽고 잠시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는 듯한 생각에 잠긴다.
이만근 시인의 시집 『사랑하면 보인다』 를 접한 건 나에게 참으로 큰 행운이다. 그리고 좋은 시를 읽게 해 주신 이만근 시인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만근 시집 『사랑하면 보인다』 가 오래도록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사랑받는 대표적인 시집이 되어서 읽혀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