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멸 의 시 , 그 상 상 력 의 미 학 적 구 축
수 채 화 처 럼 순 수 하 고 밝은 감 성 치 료
임경하 시인은 수채화처럼 순수하고 밝은 감성을 지녔으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한 동심을 지녔다. 그의 시는 무상한 세월 속에서 떠나간 존재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리비도를 회수 하는 과정에서 건져 올린 체험의 기록이다.
시인의 시적 열정은 불변 의 실재에 대한 갈망과 연결되어 있으며 분리와 소외로 점철된 상처의 흔적을 구성하는 사물과 이미지를 창조한다. 또한 그것은 주체성과 상 징계의 중심에 있는 공백과 틈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들로서 ‘환상 가로지르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며 삶의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을 만나게 한다. 느닷없이 상징계 속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실재 계의 외상을 주체화하는‘환상 가로지르기’를 통해 시인은 불멸의 시, 불멸의예술을꿈꾼다. 시인은미술작품과음악, 혹은시와문학작품과 의동일시를통해삶을성찰하고답답한삶으로부터벗어나고자한다. 임경하 시인의 이러한 시적 열정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 고 향상실로 인해 방황하고 고통 받는 현대인들의 삶에 위로가 되는 작품 들로 하나씩 결실을 맺는다. 불멸의 시를 꿈꾸는 미학적 구축, 그것이 곧 모든 시인의 궁극적인 희망이 아니던가. 한 걸음씩 그 희망에 닿아 가는시인의시정신에경의를표한다.
—박제천(시인, 문학아카데미대표)
▶프로필: 경북 상주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2016년『문학과창작』등단
문학아카데미TV 시인만세 인터뷰어
E메일: limksyim@daum.ne
▶문학아카데미: 03084 서울시 종로구 동숭4가길 21, 낙산빌라 101호
tel) 764-5057 fax) 745-8516 ▶B5판·반양장 108쪽/ 값 10,000원
<시인의 말>
지난해 가을, 병이 나를 덮쳤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시를 생각했다
들여다보니 마음속에 떠다니는 물풀이거나
묵정밭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았지만
못난 대로 시집을 묶기로 했다
첫시집을 낸다는 작은 설레임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시가 있어서
시에 기대서
막막한 시간을 건너간다
2023년 새해를 기리며 임경하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노랑이 참 예쁘다
18 | 봄은 아득하게
19 | 오월의 안부
20 | 옥잠화 등불
21 | 장미별 요정
22 | 그리운 자두나무
23 | 괭이밥 편지
24 | 꽃들의 세상
25 | 나뭇잎들과 수다
26 | 넉줄, 넋줄
27 | 대나무 꽃을 보셨나요
28 | 등꽃 아래
29 | 미루나무가 있었네
30 | 주홍산나리
31 | 한란, 꽃눈물
32 | 양파 키우기
33 | 해당화, 꽃의 기억
34 | 아로마테라피
35 | 노랑이 참 예쁘다
36 | 시를 낚다
제2부 오동나무꽃길
38 |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
39 | 나의 구구소한도
40 | 르네 마그리트의 검은 콩
41 | 오동나무꽃길
42 | 낙타가 바늘구멍에 실을 꿴다
43 | 남쪽 물고기자리
44 | 내 안의 길을 지우다
45 | 데메테르의 찬탄
46 | 돌고래 별자리
47 | 술 마시는 사람들
48 | 말의 부리
49 | 우는 여자
50 | 모에라키, 암석화
51 | 물고기가 사는 마을
52 | 절규
53 | 백석의 시를 읽다
54 | 비발디를 듣는 화분
55| 빗소리 푸가
제3부 찔레꽃 여자
58 | 사과 미인도
59 | 사랑 변주곡
60 | 물로 쓴 이름
61 | 나의 여름 언덕
62 | 굴참나무 숲의 비상
63 | K씨네 작업실
64 | 봄에는
65 | 빈야사 요가
66 | 산하엽
67 | 찔레꽃 여자
68 | 수국꽃 살풀이춤
69 | 수묵담채, 자화상
70 | 코로나 블루
71 | 이별 이후
72 | 디오니소스의 시간
73 | 저녁의 과일가게
74 | 오후의 정육점
제4부 안양사 귀부
76 | 내 눈 속의 나비
77 | 담쟁이 잎 푸른 침대
78 | 밀물 바다
79 | 마음의 향
80| 상괭이 만나러 가는 길
81 | 새우깡 축제
82 | 샤콘느
83 | 슬픔의 해석
84 | 승빙
85 | 아주 작은 평화
88 | 은하 에너지
89 | 칼국수 그릇에 달이 떴다
90 | 푸른 빙하
91 | 행복 한 줌
<임경하 시인의 좋은 시>
★슬픔의 해석
풍선에 물을 넣는다 물은 잘 들어가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은 옆으로 새어 흐르고 물은 조금씩 풍선 안
에 고여 간다
물이 어느 정도 차면 풍선은 풍선이 아니다 축 쳐져서 아
무 데로나 널부러진다
그렇게 슬픔이 나를 채운 적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인 슬픔을 안고 나
는 허물어져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졌다 흙투성이 바닥에 뒹구는 나는 내
가 아니었다
물이 풍선 목까지 차올라 더는 들어가지 않았을 때 풍선
이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바닥까지 물을 토해낸 풍선은 착하게 접혀 납작해졌다
참을 수 없게 들어찬 슬픔을 나도 왈칵 쏟아냈다
다시 풍선에 물을 넣는다
차오르면 쏟아낼 수 있다
슬픔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니다.
★봄은 아득하게
나에게 봄은 버드나무 가지에서 시작됩니다
겨울빛이 채 가시지 않은
회색빛 하늘에 연두색 물감을 칠하듯
마른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
마른 가지가 연두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봅니다
막무가내로 그대를 향해 달려가던 그 봄,
그 언덕에 서 있던 버드나무
내 마음속 겨울을 한순간에
연두빛 환희로 물들이던 버드나무
봄이 오면
버드나무 아래 걸음이 멈춰집니다
연두색 가지들이 봄바람에 흔들려
마음속 빈 들판에 물결을 일으킵니다
봄은 아득하게, 아직도 그대에게서 번져옵니다.
★오동나무꽃길
봄의 끝자락
연보라색 종 모양의 오동나무꽃이 툭툭 떨어져내렸어요
우리가 지나가는 봄을 바라보던 그날이
그때였는지 아득합니다
나는 저 오동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당신의 손에 베어져
열두 줄 명주실에 묶인 가야금이 되고 싶었어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가야금 소리가 되고 싶었어요
당신이 튕기는 가야금이 되어
천년만년 아름다운 운율로 흐르고 싶었어요
오동나무꽃이 피어 있는 길
언제나 놀랍게 가슴 두근거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