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서 눈이 내린다. 경복궁 안 근정전 옆 수정전(修政殿) 앞에서 있다가 그 앞 기념물 파는 곳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 몸을 피했다. 눈이 와 수정전 글씨가 잘 안보인다. 팔작 지붕의 비교적 큰 건물인 이 수정전은 무엇을 수정한다고 하는 수정의 뜻이 아니라 한자를 보면 정치를 잘 닦는다는 뜻의 수정이다. 세종 때의 집현전이다. 기라성 같은 집현전 학자들이 왕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했던 장소이다. 고종 때 지어진 이름 修政은 지금 현재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한자도 아니다. 경복궁의 전 각 궁 등 이름은 정도전등이 경복궁을 지을 때 학자들이 왕과 함께 지어 주로 옛날 중국 고전에서 따온 한자가 많고 바꾼 이름을 내릴 때도 조선시대 공부를 많이 해야했던 왕들의 작품등이 많아 의미도 심오하다.
예를 들어 왕비가 살았던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의 경우도 왕비가 교태를 부린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조선 왕비는 신분이 높은 집 딸이 간택되었다. 지체가 높았다. 왕비가 살았던 교태전은 크게 교류한다는 의미이다. 경복궁이나 다른 궁궐 전각의 이름이 어려운 것은 이름들이 중국 고전에서 따온 데다 유식한 왕들이 지었고 지금 사용하지 않는 한자로 상용한자가 아니어서 라고 한다. 책을 봐도 몰라서 몇 년째 한문서당에 다니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알아낸 이야기이다. 왜 이렇게 말이 안되는 한자가 건물 이름인지 알 수가 없어 물어봤더니 그런 대답이 나왔다. 논어 맹자 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복궁 건물 이름은 중국 고전 주례, 서경, 시경등에서도 인용되었다고 한다. 역대 왕조의 기록을 사관들이 써놓은 조선왕조실록은 컴퓨터로 검색이 되어 참 좋다면서 들어가보았더니 또 이해가 잘 안된다. 컴퓨터로 검색은 되는데 한문 용어가 많다. 또 처음에 제목이 annals 라고 실록이 번역되어 있어 나는 n이 하나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다시보니 둘이었다. 휴~ 하고 한숨이 나왔다. 우리 역사는 중국고전과 싸워야한다. 그리고 지금은 영어와도 싸워야한다. 사진은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눈오는 날 촬영한 것이다. 경복궁 입구 안 쪽 한켠에서는 아침 열시 시작되는 수문장 교대의식을 위해 그 전에 연습 중이다. 수문장 한복을 입고 광화문 앞에 그들이 서 있으면 외국관광객들 사진 찍는다고 난리이다. 경복궁 구경하려면 아침 아홉시에 문여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열시에 오면 수문장 교대식에 막혀 약속에 늦을 수도 있다. 겨울인데도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 화요일은 경복궁 안여는 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