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의 공간이라도,
흙은 그곳에서 자신의 본성을 잊지 않고 씨앗을 품고 싹을 틔우며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 된다.
도시에서는 흙을 볼 수가 없다. 원래 흙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흙"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다.
도시에서 텃밭을 일구는 이들과 함께 살며 멀게만 느껴진 "농"의 삶이 가랑비에 옷젖듯이 내게도 들어오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농=하늘땅살이가 모든 생명의 근본이 되는 것이고, 거기에 이 기후위기시대의 희망이
있음을 또렷히 알게된 시간이였다.
마을밭앞에서 그날의 온기, 바람, 해를 느끼는 아이들, 작물들과 생명과 생명으로 만나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감수성이 생기고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계곡물에 유리조각을 보면, 당위가 아니라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움직여 그것을 줍는 것이다. 그렇게 자라온 아이들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겠다 싶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매일 먹는 밥을 생각하며 소박하게 먹는 것, 이 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잊지 않는 밥상이 참 소중하다 생각했다.
자본이 길들여온 입맛이 아닌 자연이 준 입맛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요즘같은 시대에 무척이나 쉽지 않다.
맛 뿐만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길들여져 너무나 당연하게 살고 있는지를 깨닫는 삶,
늘 살아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