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공부를 하면서 전에 희미하게 알던 상품, 자본, 이윤과 같은 개념들을 좀더 명확하게 알게되었습니다. 따로 알던 개념들을 공부를 하면서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도 해석할 수 있게되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원래 농촌에서 살고 계셨는데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 때가 80년대 말이었는데 고도성장기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이미 도시 노동자, 산업예비군을 이루었고 그런 흐름이 계속 지속되던 도시화 시대 끄트머리 쯤이었어요. 그리고 떠나왔던 고향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전에는 이웃끼리 서로 교류도 많이하고 일손도 나누고 했다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어지고 도시와 다르지 않게 삭막해져서 부모님 말씀으로는 옛날 고향 같지 않다고 합니다. 일손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 같아요. 마을 가운데 마을 회관과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가 사유지가 되면서 그런 시설이 모두 없어지고 개인집이 지어지면서 마을의 공동체적 외관마져 망가지고 어릴 때 놀던 바닷가에 둥근 모양의 몽돌들이 아주 많았는데 어선들을 위한 선착장이 생기면서 그런 것들이 사라져버렸어요. 바닷가는 여러가지 어업도구나 쓰레기들이 널려있는데 책임있게 치우는 사람도 없는 듯 해요.
어린 시절 도시로 이사가서 달동네에 살면서 힘들게 지내던 시기도 있었고 고향 마을은 변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전통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급격하게 변해가던 시대였고 겪었던 어려움들이 개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거대 자본의 욕망과 자본을 축적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이 그런 현상을 일으킨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겠 됐어요. 자본주의 문명이 가속화되면 공동체가 어떻게 해체되는지 그 과정을 경험하고 목격했던 것 같아요. 자본을 공부하면서 과거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계속 탐색해 나가야겠지만 자그마한 실마리를 얻게 된 것 같아요.
화폐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는 재화를 재분배하는 역할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나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이 있으면 그것의 교환가치를 자연스레 계산하게 되서 중고로 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것의 사용가치에 주목하게 되고 누군가와 나누는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그동안 이미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많이 얻기도 했는데 교환이 아닌 나눔을 마을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었고 그것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닌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공부하면서 이미 자본주의 문명을 극복하기 위한 많은 것들이 마을 안에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금노동자로 사는 정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분명하게 떠오르는 답은 아직 분명하게 보이지 않은데 계속 고민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자본이 노동자의 시간을 착취한다는 점이 가장 체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초과근무를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많지만 성과에 대한 욕심으로 일하는 경우를 잘 분별해서 임금을 위한 노동시간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육아 정황에 있는만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성장하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 마을지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좀더 갖고 싶다는 생각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