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 이동이
흐르는 음악에 맞춰 밸리 춤을 춘다.
“ hava nagila hava nagila hava nagila ve nis m cha”
하렘치마와 힙 스카프를 비단결처럼 찰랑인다. 힙과 허리를 탄력적으로 튕길 때마다 트라이벌 벨트의 경쾌한 소리가 기분을 한껏 고조시킨다. 가슴을 가린 브라 탑 위로 실크베일을 두르고 또 두른다. 이 순간 나는 화려한 의상 일체를 갖춘 무희다.
신체 중심부로부터 뻗어 나온 팔과 다리, 손가락 끝 부분까지 미세한 동작을 부려 놓는다. 흐느적거리며 유연하게 몸을 뒤트는 율동은 마치 연체동물의 몸짓과 다를 바 없다. 힙과 허리를 강열하게 흔드니 단전에서 묘한 기운이 올라온다. 그 짜릿한 기운은 모세혈관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간다. 달뜬 기분으로 온몸이 터질 듯 팽팽하게 부푼다.
"uru uru achim meach~" 강렬하고 빠른 템포의 리듬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베일을 머리위로 감아올렸다. 한쪽 발을 중심에 두고 다른 발로 회전을 한다. 치마 속 두 발은 서로의 위치에서 균형을 맞추며 돌고 돈다. 부드러운 베일에 가려진 나는 또 다른 나와 만난다.
수줍어 얼굴 붉히면서도 열정을 감출 수가 없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음울하거나 외로운 시간들도 춤을 통하여 생기를 얻는다. 연속적인 동작으로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완되자 짧은 순간 무아지경이다.
세마젠… . 그들이 생각난다.
터키에 갔을 때 저녁 식후 전통 춤 공연의 관람이 있었다. 마침 오전에는 기암괴석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투어한데다가 붉은 토양의 땅 로즈밸리를 두 시간 가량 걸은 터라 온 몸이 지쳐있었다. 피로를 떨치려고 마신 전통주 라크는 오히려 어둑한 동굴 속의 조명과 타협을 유도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통춤이 시작되자 침묵의 시간을 딛고 빛을 발하는 별처럼 눈이 번쩍 떠졌다.
이슬람교 한 종파인 메블라나의 데비쉬라고 불리는 수도승들의 명상 춤이기도 한 세마춤은 엄숙하다 못해 숙연했다. 독특하게 생긴 검은 모자와 하얀 치마를 입은 세마젠은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두 팔을 위로 든 상태여서 한 스무 바퀴 쯤 돌겠거니 했는데 오십, 칠십 바퀴까지 헤아리다 숫자세기를 포기했다. 십여 분을 끝없이 돌고 도는데 현기증이 일었다. 아마도 천 바퀴는 족히 돈 듯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은 회전동작을 반복하면서 무아지경이 된단다. 죽음의 세계까지 들어가 신과 교감을 나누는 황홀경이다. 그 춤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종교의식의 하나였다. 모자는 묘비를, 하얀 옷은 수의. 그리고 까만색 가운은 관위를 덮는 흙을 뜻했다.
수피댄스라고도 하는데 남성들만 구성되어있어 독특했다. 그들의 춤은 아름다운 것과는 별개다. 단지 무아지경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혹독한 시간을 흔들어 연금하려는 욕망을 키웠을까 싶다. 모진 자기 학대와 극기가 있어야만 수백, 수천의 회전 돌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나는 신기에 가까운 그 춤의 여운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곧이어 밸리댄스 공연 때는 끓어오르는 감정의 물꼬를 제어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관객의 흥을 풀어주기 위해 무희가 손을 내밀 때는 용수철처럼 튀는 본능을 어쩌지 못했다. 그들의 손을 잡고 자유분방하게 춤을 췄다. 살짝 세마춤을 춰 봤지만 언감생심 흉내에 불과했다. 나는 동굴에서 새로운 존재로 또 다른 시간의 명암을 그려내며 맘껏 즐겼다.
세마젠이 황홀경을 느꼈던 세마춤은 내가 추는 밸리댄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역시 의식의 저편에 있는 춤 신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가. 하지만 밸리댄스를 추면서 스무 바퀴도 채 돌기 전에 어지럼증이 일고 동작이 흐트러지니 무아지경, 그 경지는 단지 바람일 뿐이다.
몸속 어딘가에 환희가 이는 시간은 덧없이 짧다. 몸을 휘감고 있는 기쁨이 사라지기 전에 감정을 제때 발산해야 한다. 굳이 탄성을 지르지 않아도 어깨를 들썩이거나 허리를 흔드는 몸짓으로 흥겨움을 나타내면 어느새 엔도르핀이 꽉 차오를 터이다.
뜨거우면 산 것이요 차갑게 식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댄스로 내 몸을 달구는 일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삶도 더불어 빛난다. 페스티벌행사와 무대공연에 당당히 나섰던 자신감은 오랜 시간 연습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오롯이 댄스를 즐겼기 때문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다. 그 바람에 오늘도 밸리댄스를 춘다.
트라이벌 벨트가 경쾌한 소리를 낸다. 실크베일이 부드럽게 곡선을 탐한다.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1회 MBC여성백일장 수필부문에서 「손길」로 자원하여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고
1991년 경남문학에서 「꿩 사냥」으로 신인상 등단 후
2000년 『수필과비평』에 휘어지는 아름다움이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2008년 수필집 『바람개비의 갈망』을 출간,
그해 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을 수상했다.
경남문학 편집위원, 창원문인협회 부회장, 가향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목향수필문학회 부회장, 창원문인협회 이사,경남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경남수필문학회 회장, 수필과비평작가회 경남지부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댓글 이동이 선생님, <머문자리> 출간을 축하합니다.
아들의 삽화와 엄마의 작품이 어우러진 작품들, 오래 두고 기념할 만한 책이 될 것 같아요.
댄스!댄스!를 읽어보니 유연한 샘의 몸동작이 어디서 오는 건지 알겠습니다.
아직 싱싱하게 살아 있는 그 열정이 팡팡 전해지네요.
삶의 뜨거운 열정으로 주위 사람들을 늘 행복하게 해 주시는 동이 샘,
또 한권의 수필집으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열정이 식지않도록 더 노력하며 살고파요~
이동이 선생님, 두 번째 수필집<머문자리>상재를 축하합니다.
표지도 깔금하고 멋집니다. 아드님의 삽화와 이동이 선생님의 글이 잘 어우러진다고 느껴집니다.
남다른 감성과 끼를 가지고 혼신의 힘으로 쓰신 작품 잘 읽겠습니다.
건강과 문운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삽화를 통해 글에 재미가 더해졌으면 싶었답니다
귀한시간 내셔서 읽어주신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 두 번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배우는 자세로 읽고 소중하게 보관하겠습니다.
늘 건강 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선생님 작품도 눈여겨 읽겠습니다~
이동이 선생님,
제 2수필집「머문 자리」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 속에 선생님의 고운 심성이 오롯이 녹아 흐르더군요. 아들의 삽화가 어머니의 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서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앞으로 문운이 더더욱 왕성하게 피어나길 기원드립니다.
광영선생님 고맙습니다~ ((객승))을 늘 곁에두고 몇번씩이나 읽습니다~
동이샘. 바쁜 가운데도 두 번째 수필집을 출간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제목처럼 '머문자리'마다 문향이 가득하여 많은 독자들과 함께 하시겠지요. 행복한 날들이 되세염.~~
고맙습니다~카페를 지키시는 선화샘처럼 독자들 곁에 늘 머무는 글이길 희망할 뿐입니다
천상 여자이면서도 팔색조처럼 변신이 능하신 이동이 선생님의 진면목이 고스란이 담긴 두 번째 수필집 <머문 자리>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어 읽게 만드는 내공이 스며 있었습니다. 그런 감성과 열정, 끼들은 제게는 없는 것들이라 많이 부럽고 좋았습니다. 그림 실력 없는 딸 때문에 사진으로 대신한 저는 아드님의 삽화도 부러웠지요. 출간을 마음 깊이 축하드립니다.
오훈 샘 ^^과찬인줄 알면서도 기분은 에드블룬을 탄듯 붕~뜹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 별명이 팔색조인걸 어떻게 아셨는지요 ㅋ 통하는게 있나봅니다 ㅎ
바쁜 중에도 짬내시어 읽어주시는 따뜻한 마음 정말 감사드려요^^~
산뜻한 책 표지와 선생님의 밝은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따뜻한 마음이 담긴 수필집 <<머문자리>>가 가슴을 데워주네요.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삶이 좋은 글 쓰기에 내공을 쌓게 해 주었나 봅니다. 출간을 축합니다.
어머나 선생님 다녀가신줄 몰랐습니다ᆞ고맙습니다ᆞ열정이 식기전에 많은 것을 하고 싶어요ᆞ이마음 그대로 이어지기위해 부지런히 낯선 곳에로 도전을 해야겠어요~선생님 청강문학상에 재도전하셔서 좋은 소식들려주세요
두번째 수필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서예작품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새해에는 문운이 함께하는 더욱 뜻있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부회장님 언제 다녀가셨는지요~~고맙습니다ᆞ경남에 계시면서도 자주 뵙지 못해 늘 아쉽습니다ᆞ새해에는 뜻하신 바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ᆞ
동이샘!
잘 지내시지요?
두 번째 수필집< 머문자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빨리 읽고 싶어 죽을 지경인데...
댄스! 댄스! 만 읽어도 동이샘의 열정과 감성,
그 끼가 넘쳐나는 작품집임을 짐작할 수 있네요.
1월 전주에서의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하루하루가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시길...
제주 지부장님 안녕하세요^^
제주에도 많이 추우시죠 어제가 소한이라 지금 여기는 매우 쌀쌀하답니다.
지부장님 바쁘신 줄 아니까 천천히 제 수필 읽어만 주시나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월 전주 세미나에서 반갑게 만나길 학수고대하겠습니다. ㅎㅎ
이동이 선생님
수필2집 "머문자리" 출간을 축하합니다.
진작 축하 인사를 드리지 못 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작년에 양가의 두 어머님을 여의고 몸져누워 앓느라 그리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진실로 많이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