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원 12명' 대전 문화초가 만들어 낸 작은기적
1승 1무로 화랑대기 예선통과...15일부터 경기 미금 등 본선 격돌
지상현 기자2017.08.14 13:46:33
▲총 인원 12명, 운동을 시작한지 한달된 선수가 2명이 포함된 대전문화초등학교 축구부가 전국대회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은 문화초 축구부 12명이 경기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전체 축구부원이 12명에 불과한 대전지역 초등학교가 최대규모 전국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대전 문화초등학교가 그 주인공. 문화초 축구부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7 화랑대기 전국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했다.
박성만 감독과 문영재 코치가 이끄는 문화초는 U-12 예선 조별리그 H그룹 8조에서 서울 우이초등학교와 서울 강서초등학교와 예선전을 치렀다.
지난 11일 진행된 우이초와의 첫 경기에서 문화초는 반기명 선수의 선취골로 앞서가다 상대의 거센 공격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깝게 무승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예선 2차전인 12일 강서초와의 경기에서는 시종일관 밀고 밀리는 경기끝에 진우석, 박용현, 정윤상 선수의 연속골에 힘입어 강서를 3-2 펠레 스코어로 이기고 이번 대회 첫 승리를 올렸다. 대부분 6학년으로 구성된 상대와 달리 축구부에 입단한지 불과 1개월된 3학년 선수가 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장을 찾은 몇몇 학부모들은 경기 내내 '문화초 파이팅'을 목청껏 외치는 등 열띤 응원으로 힘을 보탰으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승 1무(승점 4점)를 기록한 문화초는 '같은 승점일 경우 추첨한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승점이 같은 우이초와 추첨을 통해 조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문화초가 화랑대기 본선에 오른 것은 지난 2014년에 이어 3년만이다. 화랑대기는 전국 최대규모 대회여서 예선통과가 어렵다. 실제 이번대회에도 전국 144개교 394팀과 88개 클럽 185팀 등 총 579팀에서 8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1235경기를 치른다. 때문에 등록 선수가 12명에 불과한 문화초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예선 통과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예선에 만난 서울 우이초는 지난해 화랑대기에서 U-11 부문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팀이며, 강서초도 신흥 강호로 급부상하고 있는 팀이었다. 문화초는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에도 불구하고 감독 이하 선수들이 똘똘 뭉치며 1승 1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문화초 축구부는 지난 1982년 축구부가 창단된 이래 박건하와 황인범 등 축구 국가대표를 배출하며 대전지역에서 축구 명문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프로구단인 대전시티즌이 유소년 클럽을 창단한 데 이어 중소규모의 클럽팀들이 잇따라 창단하면서 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엘리트 축구와 달리 입단이 쉬운 클럽팀으로 선수가 몰렸고, 학교 체육은 선수수급이 어려워졌다.
▲문화초 축구부는 지난 1982년 창단돼 많은 선수를 배출했지만 최근들어 선수 수급에 애를 먹으며 선수단이 없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문화초 축구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
거기에 전문체육으로의 진로를 반대하는 학부모들 의식이 더해지면서 문화초는 매년 갈수록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올해는 12명이 화랑대기에 출전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그나마 올해는 가까스로 경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 구성은 성공했지만 12명 중 6학년이 8명이다보니 6학년이 졸업하고 나면 4명만 남게 돼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 화랑대기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물을 얻게 된 문화초는 15일 경기 미금초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본선 일정에 돌입한다. 15일 경기 미금초, 16일 서울 신용산초, 17일 전북 구암초 등과 본선 조별리그(16강)를 벌여 최소한 조 2위를 기록해야만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같은 조에 속한 3개 팀 모두 좋은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팀들로,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겠지만 문화초 선수들은 한경기 한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문화초 한 학부모는 "아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대전의 유소년 축구 현실은 학원 축구가 점점 아성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클럽 축구 뿐 아니라 학원 축구의 활성화를 위한 관계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대전에서는 문화초와 함께 중앙초, 화정초 등 학원 축구 3개팀과 대전시티즌 유소년 및 P&S FC 등 클럽 2개팀이 참가했다. 이처럼 대전지역 유소년축구팀들이 전국대회에 출전해서 지역 축구 위상을 높이고 있음에도 이들을 관리해야 할 대전축구협회는 뒷짐만 지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