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 씨앗 한 알 뿌려 놓고 또 내다봅니다. 잘 있는지 거름도 없는 앞마당에 뒤늦게 뿌린 씨앗 한 알. 빈 마당이었는데 거기 꼭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선 것 같아 또 내다봅니다. 부른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자꾸만 내다보는 그리움. 빈 뜰의 한 알 씨앗이고 싶습니다. ―김재순(1952~ ) 가을이 저물어 간다. 나뭇잎도 떨어지고 바람이 스산해지면 우리는 문득 누군가 그리워진다. 그래서 자꾸만 창밖을 보게 되고 먼 하늘에 눈길이 간다. 첫눈처럼 사락사락 누군가 찾아올 것만 같아서 빈 뜰을 서성거린다. 뒤늦게 뿌린 씨앗 한 알처럼 우리는 그리움이라는 씨앗을 가슴에 품게 된다. 이 동시는 빈 뜰에 씨앗 한 알 뿌려 놓고 싹이 돋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애틋하게 담았다. 빈 뜰에 씨앗 심어 놓고 언제 싹이 돋나 기다린다. 빈 마당이었을 때는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씨앗을 심고 나서는 누군가가 꼭 나를 기다리며 선 것만 같아서 자꾸 내다본다. 그러다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물어 가는 가을에 우리도 누군가에게 빈 뜰에 뿌려놓은 씨앗 한 알 같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