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커뮤니티들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1994년에 한국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협동조합형 어린이집(‘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을 만든 것이 마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1995년엔 두 번째 어린이집인 ‘날으는어린이집’을 만들었다. 1997년엔 ‘도토리방과후 어린이집’을, 1999년엔 ‘풀잎새방과후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2000년엔 이 네 개 협동조합 출신들 중심으로 ‘마포두레생협’을 추진했다. 개별 어린이집 차원을 넘어서서 함께 새로운 조직을 처음으로 구성한 것이다.
2001년 성미산(마포구 성산동 소재)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개발로 인해 환경파괴를 우려한 주민들이 반대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반대 활동의 중심에 ‘마포두레생협’이 있었다. 이러한 활동들이 외부에 알려지며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들인 성미산지킴이, 성미산지킴이들이 사는 마을인 성미산마을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이 무렵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마을이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
갖가지 노력 끝에 2003년 성미산 개발 사업이 최종적으로 중단되었고, 그 성취감에 힘입어 이후에 다종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2002년에 최초의 마을기업이라 일컫는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을 추진했다. 2004년엔 카센터인 ‘차병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12년제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도 만들었다. 또한 ‘마포두레생협’에서 운영하는 ‘우리마을꿈터’라는 지역교육 공간도 만들었다.
공동육아 1호 어린이집을 만들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마을의 여러 단위도 변화가 한참이다. 해산한 곳도 있고 형태를 바꾼 곳도 있다. 협동의 힘으로 움직이는 성미산마을에 여러 협동조합이 꾸준히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포두레생협에서 이름을 바꾼 울림두레생협을 비롯해서 올해 병원까지 개원하는 마포의료생협이 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의 더치커피 작업장을 만든 좋은날협동조합이 있다. 마을기업이었던 유기농 카페 ‘작은나무’와 유기농 식당과 술집 ‘성미산밥상’도 올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성미산마을극장의 운영도 12월 창립하는 성미산문화협동조합이 맡을 예정이다.
도심 속에서 아이들을 생태적이고 대안적으로 키우고자하는 이들이 성미산마을의 공동육아어린이집과 12년제 대안학교를 찾아 이주해오며 마을의 구성원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주거문제를 같이 해결하려고 마을기업 ‘소통이있어행복한주택만들기(소행주)’를 세워 소행주 1호, 2호, 3호를 분양했고 이제 4호가 계약 진행 중이다. 독립생활자 주거 공간을 고민하는 모임도 있다.
이렇듯 마을이 커지며 마을 내부에서 익명성이 발생한지 이미 오래다. 마을 초기의 긴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성미산마을’이라는 상징성이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 좀 더 체계적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구조를 갖으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성미산마을은 완성된 모습이라기보다 변화의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