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리듬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던 것일까.
춤의 원형을 몸으로 직접 만나니까 나도 모르게 그 리듬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다시 그 생각에 따라 동작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일상생활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일 리듬이다.
7개 원형 전부를 얘기하기보다 나에게 특별히 다가왔던 리듬을 얘기하고 싶다.
-유혹자
곡선으로 움직이니까 직설적으로 행동하고 말하던 내가 돌아봐졌다.
아, 이렇게 둘러서 말해도 통하겠구나.
하나의 길만 있는 건 아니었네 싶었다.
내 중심이 서 있으면 방법은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거였다.
괜히 독불장군처럼 한가지만 고집하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여왕
여왕으로 나설 때는 목이 꼿꼿이 서고 척추가 똑바로 세워지는 걸 느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왕국에서는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당당하고 떳떳하고 자신있게 산다는 게 바로 여왕의 리듬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여왕의 리듬으로 나설 때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찌나 위엄이 넘치고 우아하고 힘있게 느껴지던지.
내 여왕의 에너지는 뒤늦게 찾아왔다.
집에 와서 식사준비를 하면서 문득 내가 이 부엌의 여왕이 아니던가 싶었다.
그순간 목이 딱 섰다. 척추도 똑바로 세워지면서 부엌을 찬찬히 둘러보게 되더라.
하기 싫은 밥이 보이는 게 아니라 부엌 살림살이 하나하나가
신하들이고 반찬 하나하나가 예술품으로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품위있게 식사준비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
내가 원하던 곰인형을 갖고싶어하던 사람에게 넘기고 만난 아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오로지 나에게 저를 바라봐달라고 하는 거같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아이들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어린이집에도 제일 늦게 데리러 갔고
휴일이면 아이들과 놀기보다 바깥 행사에 참석하기 바빴고 자주 출장을 다녔다.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곰인형과 마주보고 안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라봐주는 것이구나 싶었다.
옆에 있어주는 것이 최선이구나.
-현자
움직임이 멈췄다.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자리에 머물러 서있어도 부족함이 없고 갈증이 없었다.
손의 움직임은 느려지고 호흡은 가라앉고 몸은 흔들림이 없어졌다.
움직이되 느릿하고 속도를 내어도 균형을 잃지 않고 나와 너의 구분이 없이 연결만 있었다.
나는 이런 존재였구나.
흰바람님이 원형의 리듬은 없는 걸 창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걸 일깨워준다고 하시더니
내 안에 이렇게 위대한 영혼이 숨쉬고 있었다는 감격이 밀려왔다.
춤 속에서 내가 이렇게 큰 존재라는 걸 잊지 않고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첫댓글 바람소리 여왕님~~~ 품위있는 식탁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당.. 그 방법을 알려주셔서 행복해요. 춤 속에서 위대한 영혼이 춤 추는 모습... 가슴 뭉클뭉클, 몸이 말랑말랑 해져요. 고맙뜹니당. *^o^*